PR 분야에서 20년간 일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맡고 있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악의적 목적을 가진 언론사의 취재 문의에 대한 응대였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지만, 자칫 잘못 말했다가는 토씨 하나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녹취되어 버린 채 기사에 고스란히 반영돼 클라이언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체이든 포털에 CP로 들어간 주요 매체이든 기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PR을 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해 할 부분인 동시에, 이럴 때 요구되는 덕목이 거절의 태도다. 홍보 대행을 맡기는 클라이언트들도 그러한 거절의 태도와 뉘앙스에 대한 컨설팅을 전문성 있게 해주는 대행사를 찾기 마련이다.
특히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을 경험한 회사일수록 내부에 홍보 전담 조직이 드물고, 이를 홍보대행사의 AE가 맡게 된다. 때문에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주요한 경영 이슈 등에 대해 대행사에서 속속들이 알기 어렵고 만약에 알게 되더라도 해당 기업의 입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보안 유지를 해주는 홍보대행사가 미디어 위기관리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언론사의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스마트폰 너머의 통화음에서 상대방에서 거절의 뉘앙스를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클라이언트와 정리된 메시지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거절의 배경과 사건의 정황,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배려 등을 언급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 불쾌감 없이 이러한 상황을 계기로 더 나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해 온 언론사와 협찬 문제는 또 다른 거절의 태도에 관한 시험대 이기도 하다. 포털이나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는 보도자료만 배포한다고 해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홍보대행사와 언론사의 릴레이션십, 담당 AE와 기자의 유대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된다.
하지만 언론사 역시 기사 콘텐츠 만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에 처한 지라, 차장급 이상의 시니어 기자들은 매월 실적 압박을 받는다. 매체가 주최하는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 등 행사 참여 그리고 유가기사 협찬 및 온라인 배너광고 등의 형태로 창간 시기나 행사 개최 전에 기업의 홍보담당자나 홍보대행사의 브랜드 담당 AE에게 요청해 온다. 작게는 수십 만 원에서 수 천만 원짜리 IR서비스 제안에 이르기까지 거절하기 힘든 제안들이 다가온다.
거절할 것이라면 처음부서 거절하는 것이 친절이다 - 푸를릴리우스 사루스
이럴 때 우선 거절의 뉘앙스는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안 된다'. '어렵다', '미안하다' 등의 도입부와 함께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해야만 한다. 다만, 상대의 제안에 감사를 먼저 표시해 주면 훨씬 거절에 용이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미안함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다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의지를 더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에는 바로 답하지 말고, '제안을 보내주면 확인해 보고회신하겠다'라는 어조로 답변 시한과 중요도를 확인한 후 내부 의사결정권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하루 정도 지나 사안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유선이나 이메일을 통해 정중히 거절하는 태도로답하게 되면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친한 사이든 비즈니스 관계,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거절하는 뉘앙스의 답변에 던지듯 전하는 말은 금물이다. 끝까지 진중한 태도로 미안함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