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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Apr 30. 2018

썸의 시작

: 블록체인과 미디어

2018년 4월 발간된 <미디어 이슈 & 트렌드>에 게재된 글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pdf 파일은 해당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미디어 시장을 또 한번 휘젓고 있다. AR/VR이 휩쓸고 간 자리를 슬며시 인공지능이 꿰차는가 싶더니, 2018년 신년벽두부터 블록체인(Blockchain)이 법석을 떨며 한자리 내놓으라고 난리다. 북미 시장에 비해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열기만큼은 ‘단연’ 세계 최고다. 전 세계 블록체인 관련 사업자들이 한국을 지목하고 있고, 블록체인이란 단어만 붙어 있으면 진위를 따지지 않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트렌드에 민감한 미디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자연히 미디어판도 묻는다. “블록체인이 등장하면,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바뀌냐고”


질문에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 있고, 혹시라도 블록체인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담겨 있다. 이 글은 그 기대의 현실성에 관한 것이다.


1. 환상의 시작, 비트코인(BitCoin)과 블록체인 그리고 이더리움(Ethereum)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의 첫 블록이 생성된다. 무분별하게 화폐가 양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 총 통화의 양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 중앙이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누구든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통화 발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거래 기록은 1Mb의 블록에 저장하되, 새로운 거래가 발생될 때 생성된 정보를 과거 거래 정보와 연결짓는 체인 시스템을 채택해서 보안성을 강화했다. 더구나 그 거래 행위를 모든 참여자에게 공개하는 분산 시스템을 채택함으로써 투명성은 물론이고 보안성을 더 강화했다. 이른바 분산원장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탄생이다. 


2010년 첫 거래가 이루어졌고, 2011년에는 비트코인의 익명성 시스템을 악용해서 마약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Silk Road)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13년에 이르러서는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 즉 ‘디지털 황금’으로 인기를 얻었다(Popper, 2015). 가능성이 확인되자, 비트코인을 대체자산으로써 합법화하려는 동력도 생겼다. 그러나 초기 설계가 발목을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빌 게이츠(Bill Gates)가 초기 IBM 컴퓨터의 운영체제인 도스(DOS)의 메모리를 640KB로 설계한 것에 비견될 정도다.  하나의 블록이 생성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한 개의 블록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결정짓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설계는 커진 현실세계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시장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했다. 좀 더 빨라야 하고, 비용은 줄어 들어야 했다. 그러나 분산형 구조였던 비트코인 진영은 2년여란 시간을 용량 확대(scale)만 논의하고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비트코인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계속 증가해서 당초 목표였던 결제 수단으로서의 경쟁력은 떨어져 버렸다.


기존 화폐 시스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비트코인은 중개인을 두지 않는 설계였다. 이론적으론 거래수수료가 없거나 낮아야 했다. 그런데 설계가 발목을 잡았다. 10분마다 블록을 만들어서 해당 블록에 거래 정보를 저장하는 시스템 구조상 규모가 작은 거래는 누락될 수도 있었다.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선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새로운 형태의 수수료가 생긴 것이다.


2017년 12월 13일 기준, 100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송금하기 위해서 15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자, 비디오 게임 거래소인 스팀(Steam)도 비트코인의 수령을 거부했다.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비트코인 블록체인 시스템이 효율성을 거부한 것이다. 글로벌 결제업체인 비자(Visa)는 초당 1,667여건을 처리하는 것에 비해서, 초당 3~4건 정도의 거래만을 감당할 수 있는 비트코인 시스템의 근원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통화혁명은 실험실의 성공으로 그칠 공산이 컸다.


비탈릭 부테린 (Ethereum Foundation)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2세대 블록체인인 이더리움(Ethereum)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도 그 중 하나다. 이더리움은 통화에 특성화되어 있던 블록체인을 여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작업 인증 속도를 12초대로 낮추고, 일일 거래 한도를 두배 이상 확대했다. 또한 블록의 크기 및 송금 수수료 문제도 개선하고자 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다. 비트코인이 화폐에 특성화되어 있었다면, 이더리움은 특정 ‘조건’을 설정하고, 그 조건을 충족하면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소위 블록체인 기반의 어플리케이션(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이하 분산앱)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더리움 기반 위에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분산앱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토큰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블록체인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킨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토큰 투자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더리움 외에도 비트코인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이드 체인들이 등장했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은 속도의 문제를 개선했고, 카운터파티(counterparty)는 비트코인 위에서도 스마트계약이 가능하게 했으며, 코인프리즘(coinprism)은 실시간 수준의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비트코인을 개선했다. (코인프리즘은 2018년 폐업을 결정했다.)그러나 이것으로도 부족했다. 블록체인 3세대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성급하지만 4세대 블록체인을 논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2세대가 아이디어의 현실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한 거래,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이종 산업과 연결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3세대는 기존 산업과의 본격적 융합을 목표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는 이 지점에 있다.


분산앱 중 하나로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했다.


미디어 서비스도 블록체인을 ‘간’보기 시작했고, ‘썸’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극강의 보안, 지독한 투명, 난생 처음 보상이란 블록체인의 세 가지 키워드는 새삼 미디어의 심장을 뛰게 했다.



2. 블록체인, 미디어 시장의 약한 고리를 물다


미디어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딜로이트(Deloitt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략 과반수가 넘는 미디어 기업들이 조만간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블록체인이 그동안 미디어 시장이 갖고 있던 다양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은빛 총알(silver bullet)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거대 플랫폼에 깔려 소외받는다고 주장하는 창작자들에게는 공정한 분배를 약속하고, 불법 복제 등으로 원래 받아야 할 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약속했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때면 반드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까지 했다. 미디어 사업자들이 반색하며 환영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2019~202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업자들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2.1. 특명1. 미디어 사업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라


기본적으로 미디어 사업은 고비용 구조다. 유무형의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고, 지속할 수도 없다. 넷플릭스(Netflix) 등 새로운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했지만 미디어 시장 내 케이블과 같은 레거시 사업자들이 건재하고 있는 이유다. 


케이블 업계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사전에 인프라를 구비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반면에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은 범용망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대역폭도 제한되어 있을뿐더러, 소비자들의 이용량이 증가하면 비용도 증가한다. 더구나 기존 레거시 기업들이 수십 년간 영업을 통해서 특정 콘텐츠 진영과 공고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통해 독점적 배포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손쉽게 넘지 못하는 경쟁력이다.


배타적 콘텐츠 거래는 해당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반면에 인프라 비용은 항상 난제다. 이 맥락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해서 미디어 사업을 하겠다고 천명한 기업들은 대부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인프라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이미 이더리움 등이 스마트 계약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아서 신생 사업자라도 하더라도 별도의 노력없이 가격별 서비스 차등화 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뷰울리(Viewly)9나 라이브피어(Livepeer) 같은 분산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비용에 따라서 콘텐츠의 제작과 배포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스트림스페이스(StreamSpace)디튜브(D-Tude) 등도 IPFS와 스마트 계약을 결합해서 현재의 토렌토형 서비스에서도 과금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PFS(InterPlanetrary File System)는 큰 데이터를 쪼갠뒤에 쪼개진 데이터를 하나의 주소로 인식하게끔 하는 P2P 분산 파일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을 IPFS에 올릴 경우 해당 파일은 수백개의 파일로 쪼개져 개인 PC에 저장되지만, 그 쪼개진 파일 등은 실제 파일명과는 상관없이 공통의 해시값을 제공받아서 동일 콘텐츠에서 나온 파일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콘텐츠 주소(content addressing)이라고 한다. 이 해쉬값은 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 주소만 알고 있다면 언제든지 그 콘텐츠를 찾아서 다운로드 받을 수가 있게 된다. 이렇게 이용자들이 IPFS를 통해서 콘텐츠의 저장 비용을 분산해주면 서비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은 줄어든다.


스마트 계약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넷플릭스(Netflix) 등 기존 서비스에서는 불가능했던 ‘사용자 지정’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할 수도 있다. 유튜브(YouTube)와 같은 거대 사이트에서는 콘텐츠 이용자나 재배포 방식을 따로 제어할 수 없지만, 스마트 계약은 콘텐츠 소비 조건을 좀 더 용이하게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콘텐츠 공급자에게도 유리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분명히 인식할 것이 있다. IPFS 방식은 블록체인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분산 미디어 사업자의 의미가 강하다. 


2.2. 특명2.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콘텐츠 권한과 배급 수수료 등이 배급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현재의 미디어 산업 생태계는 오프라인, 모바일, 케이블, OTT 등 다양한 포맷등이 파편화되어 있고, 이 파편화된 시장에서 제작자-배급업자-소비자 간 가치사슬이 얽혀 있어서 대등한 관계 속에 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콘텐츠 제작자들의 불만이 높다. 자신의 콘텐츠로 정당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높아서다. 실제 소비자가 지불하는 콘텐츠 대가의 일부분만 콘텐츠 사업자에게 전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외에도 콘텐츠 사업자들은 소위 플랫폼 사업자에게 약자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 비용을 해소하기 위해서 플랫폼 진영과 2~5년간의 배타적 장기 배급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장기 배급 계약 종료 이후에도 수익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콘텐츠의 노화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계약 만료 이후에는 콘텐츠의 가치가 급락해 추가적인 수익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저작권이 콘텐츠 제작자의 다양성을 제약할 수도 있는 다른 콘텐츠와 일괄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불만이다. 특히 배급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콘텐츠 가치의 평균 35%에 이른다는 점도 불만 중 하나다. 


그렇다고 플랫폼 진영의 불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특정 콘텐츠의 구매 권리를 인증 받는데 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서 즉각적으로 현금화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기도 하고, 콘텐츠 구매자의 권리와 배급자의 권리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영화 시장이 대표적이다. 소수의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가 영화의 배급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형태로 중앙집권화되어 있다.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가 경제력에 기초해서 특정 지역에서 배급을 결정하면, 여타 지역에서는 불법 복제물에 의존해야 한다. 더구나 제한된 극장을 과점할 경우 인디 콘텐츠 등이 유통될수 있는 창구가 줄어든다. 

인터넷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의 혁신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콘텐츠의 유통 방식은 혁신적이지 않고 여전히 과거형이다. 블록체인, P2P 네트워크 기반의 콘텐츠 공유 방식이 이 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록체인으로 수평적이고 분권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공유할수만 있으면,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근본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인디 영화 사업자들도 금전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등장한 스트림스페이스를 보자. 인디 영화들이 고객을 직접 만날 공간이 부족하고, 유튜브 등의 광고 모델로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인식하에, 인디 영화 제작사와 고객을 직접 연결시켜 주겠다는 것이 스트림스페이스의 생각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판매가를 설정한 후 중개자의 개입 없이 시청자로부터 직접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다. 시청자들은 스트림스페이스의 토큰을 활용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콘텐츠 소유자로부터 콘텐츠 원본을 구매할 수도 있다. 

https://allrites.com/

콘텐츠 생산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시켜 주되, 권리를 분산시켜 주는 사업자도 등장했다. 올라이트(AllRites)다. 올라이트는 스마트 계약 방식을 활용해서 제작자와 소비자가 배급자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낮추고, 콘텐츠에 대한 권한도 온전히 당사자에게 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자는 콘텐츠의 권한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할할 수 있고, 구매자는 필요한 권리만 구매할 수 있게 되며 각 콘텐츠 조각에 연결된 스마트 계약은 해당 콘텐츠 조각의 거래 기록을 투명하고 불변의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기록해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수백개로 미세분할 한 뒤, 이 낱낱을 블록체인화해서 구매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최대의 총액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구매 상품이 배급시 수익을 전 구매자에게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자산관리의 블록체인을 콘텐츠에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잠재 구매자가 콘텐츠 권한을 볼 수 있지만 판매자는 다양하게 분할된 방식의 권리 판매를 통해 최적의 수익 창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올라이트는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산업의 통합 B2B 및 B2C 생태계를 만들어 전 세계 콘텐츠 제작자와 구매자 간 거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인 아이디어에 자금을 지원하며 최종 고객에게 직접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등 산업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스마트 계약 기반 기금 모금 시스템인 라이트펀드(RiteFund)와, 블록체인 기반의 직접 스트리밍 플랫폼인 라이트스트림(RiteStream)을 구축하기도 했다.


라이트펀드를 통해 제작자는 기부자들의 기부 내역, 저작권 관리, 기부금을 통한 수익화 내역을 좀 더 손쉽게 공유할 수 있고, 라이트스트림으로는 주류 사업자의 지원을 받지 못한 틈새 콘텐츠를 직접 방송해서 제작사가 조금이라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다.


수익 배분 조차도 창작자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스팀 블록체인(Steem Blockchain) 기반의 라이브피어나 이더리움 기반의 비울리(Viuly)12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콘텐츠를 최대한 압축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있고, 같은 이더리움 기반의 스트림 토큰(Stream Token)이나 유나우(YouNow)처럼 스트리머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인플루언서를 구분해서 토큰을 제공하는 사업자도 있다. 


스펙티브 브이알(Spectiv VR)은 VR 콘텐츠 창작자에 대해서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광고 모델을 선보였고, 엘비알와이(LBRY)와 세타 랩(Theta Labs)는 분산앱을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블록체인이나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장에선 창작자에게 보다 많은 수익을 지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개사업자가 소멸하고, 창작자 진화적인 서비스가 등장할 경우 창작자의 수익을 높여줄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블록체인의 주장이다.


2.3. 특명3. 저작권을 보호하라


중소형 사업자에게 저작권 신탁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작권 신탁을 하더라도 신탁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쥐꼬리만한 수익으론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 말대로 차 포 다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신탁업무를 위임하는 이유는 그 과금 과정을 개별 창작자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 영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최근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음악 콘텐츠 플랫폼인 우조뮤직(Ujo Music)이 등장했다. 우조뮤직은 음악가가 저작권 및 라이선스 계약, 노래의 사용 권한 등을 모두 플랫폼에 직접 업로드함으로써 저작권과 수익에 관한 모든 사항을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우조뮤직을 통해 음악가는계약 관련 논의와 수익을 모두 중개인 혹은 중앙 통제 서버없이 당사자와 직접 주고받을 수 있으며, 모든 계약 조항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할 수 있고 계약의 관리를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앱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작권 신탁도 하지 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기술 특성상 등록된 저작권은 영구 보존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덤이다. 


퍼블리셔들도 콘텐츠 수익금을 보다 안전하게 지급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찾고 있다. 로열티 지불 거래 방식 개선을 위해 소니뮤직(Sony Music), 워너뮤직(Warner Music), 유튜브 , 넷플릭스, 스포티파이(Spotify) 등 200여 회원사가 참여하여 설립한 Open Music Initiative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OMI는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콘텐츠의 권리를 가진 이들을 식별하는 과정과 보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단순화해서 수익이 샐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스포티파이는 블록체인 기업인 미디아체인(mediachain)을 인수했다. 2016년 스포티파이는 전미음악배급협회(NMPA, National Music Publishers Association)과 저작권 분쟁을 겪었다. 저작권 정보가 확실하지 않아서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스포티파이와 받아야 한다는 전미음악배급협회 간의 분쟁이었다. 


당시 스포티파이는 총 3,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 했고, 향후에도 음원 사용료 지급에 있어 정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겠다고 확언했다. 이번 미디어체인의 인수는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음원 저작권 단체들도 블록체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음원 사용료 지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 국제 표준 녹음코드(ISRC)와 국제표준음악작업코드(ISWC)을 연동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이때 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짜 뉴스를 감별하고, 불법 복제를 퇴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크라우드 펀딩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도 등장했다. 호주의 스타트업 기업인 베레디툼(Veredictum)이다. 이들이 구상한 서비스를 활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무분별하게 다운받아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 플랫폼에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업로드 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베레디툼은 지난 30일간 Facebook에 게재된 1,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가진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 725개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불법 복제된 동영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불법 복제가 사라지는 사회, 그것이 블록체인이 상상하는 미래다.



3.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주장”일 뿐이다. 드러난 실체는 없다. 겨우 실체를 가늠질할 만한 것이라곤 100만 정도 가입자를 확보한 스팀잇(Steemit) 뿐이다. 그 역시도 블로그 형태의 일부 서비스에 불과할뿐 통상적으로 미디어 영역으로 간주하기 힘든 서비스다. 2017년 ICO를 통해 투자 금액을 확보한 이들이 대부분 2018년 중반부터 백서(white paper)에서 밝혔던 내용을 구체적인 상품으로 드러내겠다고 한 만큼 제대로 된 평가는 2018년 중반부터 가능하다.


탈중앙은 블록체인의 철학이고 블록체인에 대한 사회적 기대다. 인터넷 등장 이후 유튜브란 걸출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부분적이긴 하지만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사업으로서 유튜브는 아직 재무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고, 유튜브 아류가 사라지면서 유튜브 독재체제가 안정화되었다. 기술적 지향점과 산업으로서의 현실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사회현상이나 정치 철학이 아니라 사업의 한 분야로서 읽는다면 냉정해야 하고 분별해야 한다. 


블록으로 연결된 체인이 불가역적인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하고, P2P 기반의 분산 시스템이 투명성을 보장해서 기존 미디어 시장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블록체인이 답해야 할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그릴 수 있어야 블록체인에 기반한 미디어 사업이 의미를 가지고 실체화될 수 있다.


3.1.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은 미완성 기술이다


비트코인을 생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블록체인은 여러 가지 한계점을 지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속도와 용량이다. 겨우 1Mb에 그친 블록의 크기는 그 속에 담을 정보의 양을 결정짓는다. 텍스트 기반의 정보의 경우에는 1Mb면 충분할 수 있지만, 음원이나 동영상 등은 담아 낼래야 담아낼수가 없다. 블록에 담겨져 있어야 안전한데, 현재로서는 음원이나 동영상을 담아낼 수가 없으니 그 자체가 안전하다고 할 수가 없다. 겨우 블록에는 음원이나 동영상의 메타 정보나 소유주 정보만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 


Bharath Rao

그래서 현 단계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암호 화폐 분야에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더리움 환전소인 레브라이(Leverj)의 창립자인 바라스 라오(Bharath Rao)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중앙집권화된 관계형 데이터 베이스를 대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완전히 대체하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설명할 때 흔한 예가 바로 속도다. 새로운 블록이 블록체인에 추가되기 위해서는 모든 블록의 암호화 확인 절차가 요구되고 이 때문에 속도는 지연된다. 빠른 거래가 필수인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되기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체인’ 형태이기 때문에 블록 삽입이 직렬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는 병렬형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를 줄였지만, 직렬형 블록체인은 그렇지 못하다. Forrester Research도 블록체인 열풍 이면의 현실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히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만 겨우 이해하고 있는 이 기술의 이면을 대다수 의 사람들은 무시한 채 가능성에만 초점을 두어 의미를 부풀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이더리움마저도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이 때문에 이들 플랫폼에 기반한 응용 서비스들이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멸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을 이행하는 이더리움 스크립트인 솔리디티(Solidity)는 부동 소수점 자료를 지원하지 않는다


22.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회로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7년 하반 기에도 치명적인 버그(bug)가 발생해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 암호화 화폐인 이더(Ether)를 동결시키고 최대 3억 달러에 이르는 타 사용자들의 화폐 유동성을 제약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공공 거래 장부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버그로 인해서 한 개인 사용자에게 체인상의 모든 암호화 화폐 지갑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되어 버렸다.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블록체인이 의외의 허술한 시스템임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ICO를 보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진화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글로발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ICO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는 현재 없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살펴보면 ‘그럼에도’ 약간의 단초는 보인다. 


ICO 와치(ICO Watch)는 ICO(Initial Coin Offering)의 형태로 진입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그 결과 블록체인 플랫폼(기술)이 전체 ICO 금액의 38.5%를 차지하고 있고, 금융 관련 분야가 9.6%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ICO의 약절반이 플랫폼 기술과 블록체인과 가장 밀접한 가능성이 높은 금융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건수로 보면 플랫폼 기술은 4.8%에 불과하다. 즉 대규모의 금액이 소수의 플랫폼 기술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 분야별 ICO 발행 건 수


시장이 기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비트코인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이더리움이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이더리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소위 3세대 블록체인, 4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가 올라갈 기반 인프라의 기술이 여전히 진화형이라고 한다면, 정작 소비자와 만나는 서비스 영역이 안정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미디어는 주어진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 영역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자체가 불완전하다 면 그 위에 올라가는 미디어는 플랫폼 생태계를 위한 것일 수는 있으나, 아직 소비자의 주목을 끌 만한 서비스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2. 현재의 블록체인으로 불법복제를 차단할 순 없다


미디어 사업자들이 블록체인에 열광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영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불법 복제 규제로 인한 손실이 2016년 기준 약 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불법 복제를 차단한다는 것은 그 시장의 크기 만큼 합법적인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기대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P2P에 기반한 분산 저장 기술이다.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기록을 다수의 저장소에 즉시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하나를 위조 혹은 변조하더라도 분산 저장된 모든 기록을 위변조할 수 없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더구나 이해관계자들이 거래의 발생과 기록을 동시에 공유하기 때문에 보증 혹은 인증 사업자가 없더라도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제 앞서 살펴본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사업자의 백서를 보면 무색해진다.


블록체인에 기반해서 영상 및 음악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블록에 담을 정보와 영상 혹은 음원을 별도 관리한다. IPFS를 이용하든 혹은 별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든 미디어 콘텐츠 그 자체를 별도의 저장 공간에 저장한다는 그 자체가 불법 복제와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블록체인에서 보안성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거래 정보를 블록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즉 블록 그 자체가 보안성의 상징이다. 


그러나 블록의 크기 때문에 미디어 콘텐츠는 블록에 애시당초 암호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부가 정보만을 블록에 담는다. 불법 복제의 대상이 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겨우 진본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이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음악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어스크라이브(Ascribe)의 경우에는 불법 복제 여부를 웹 크롤링을 통해서 확인하는 기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암호화하는 방식은 DRM이다. 저작권 관리 시스템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은 고객이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지 못하도록 한 일종의 시스템 기술이다. 고객의 비밀번호 혹은 고객 컴퓨터의 고유번호를 암호키로 사용해서 콘텐츠를 암호화한다. 설사 이를 복사해서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는 풀 수 없다. 콘텐츠를 특정한 암호 키를 이용하여 암호화시킴으로써 적법한 사용자만이 복호화하여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적법한 사용자가 불법 복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객 컴퓨터의 고유 ID를 변형하여 사용하거나, 고객의 공개키(Public key Infrastructure)나 은닉된 개인키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객 컴퓨터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DRM의 암호화는 개인 비밀키에 의존할 수 밖에없다. 때문에 DRM이 적용된 콘텐츠는 전용 브라우저를 통해서 볼 수 밖에 없다. 


DRM은 콘텐츠도둑질을 막아줄 기술적 대안으로 떠올랐고, 음원부터 시작해 전자책, 게임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에 DRM 기술이 녹아들었다. 그러나 DRM은 완벽하지 않았다. DRM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에도 불법 복제물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IPTV에 영상 상품이 등장한 순간 불법 복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음악시장에서는 DRM을 풀어서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8년 멜론은 DRM을 제거한 음악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사용자들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MP3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까지, 고객들이 사용하는 기기는 자꾸 바뀌는데 그때마다 DRM을 인증해야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 불편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불법 복제의 특성상 한 군데만 해킹되면 그 파일은 전지구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출판 시장에도 DRM을 해제하는 사업자들이 등장했다. 오라일리(O’Reilly Media)는 DRM 프리를 통해 자체 사이트에서 도서를 팔기 시작했다. DRM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떤 공간에서 팔든 기술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았다. 전자책과 종이책 매출이 동시에 오르는 성과도 봤다.


블록체인은 DRM을 넘지 못한다. 겨우 메타 데이터 등을 통해서 인증 정도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유명 그림은 원본과 모작본의 차이가 분명하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원본과 가본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본을 인증하려는 의지조차도 없다. 영세 사업자의 경우 대규모 공급을 할 수 없기에 별도의 인증 장치를 통해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제한적인 성과는 거둘수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업자에게는 인증 여부가 사업의 판도를 바꾸지 못한다.


아무런 인증 절차가 없이 디즈니(Disney)가 특정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상품을 디즈니의 허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은 이미 아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제한적인 영역에서 겨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2조가 넘는 불법 복제 시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블록체인의 기본 설계 단계에서부터 차단된다. 보안성이 강한 블록에 미디어 콘텐츠를 담아내지 못하는 그 순간 블록체인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차단하겠다는 기대는 허상에 가깝다.


3.3. 창작자의 몫이 커질 작은 기회는 있을 수도 있으나, 극히 제한적이다


미디어 시장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창작 활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다. 여러 방식의 논의가 있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창작자의 몫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3.3.1. 플랫폼의 지위를 약화시켜도 창작자의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디지털 시장은 플랫폼 사업자 주도 시장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콘텐츠가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플랫폼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어떤 플랫폼을 활용하느냐가 콘텐츠 사업자들의 핵심 전략이 되어 버렸고,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플랫폼의 역할이 더 강화되었다. 

콘텐츠는 점점 파편화되었고, 콘텐츠를 모아서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힘은 커졌다. 과거 플랫폼의 역할과 현재 플랫폼의 역할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제작비용 등의 하락으로 콘텐츠는 무한대로 늘어났고, 반면에 이용자를 집객하고 모객하는 힘을 가진 플랫폼의 수는 줄어들었다. 결국 다수와 소수의 게임에서 시장의 주도권은 소수의 몫이다.


재무적인 차원에서도 동일한 비율로 수익을 나누었을 때 무한대의 콘텐츠로부터 수익을 징수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총액은 늘어났고, 콘텐츠 사업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사업자들의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콘텐츠 진영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다수의 콘텐츠 사업자들은 하루의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힘든 상황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P2P를 들고 나왔다. 


중앙집권화된 플랫폼이 소멸한다면, 그 몫만큼 창작집단이 잉여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를 일명 플랫폼의 소멸과 중간 거래자의 소멸을 통한 콘텐츠 진영의 제값 받기의 일환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거래 구조가 투명해지면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이 늘어나고, 공정하게 정산이 된다면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속내는‘재주는 곰(콘텐츠)이 넘는데 수익은 왕서방(플랫폼)이 챙겨간다’는 의심이 큰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음원시장이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한번 청취할 경우 약 7원의 매출액이 발생하고, 이 매출액을 4:6으로 플랫폼과 콘텐츠가 나눠가진다. 이 수치로만 보면 플랫폼 대비 콘텐츠의 절대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콘텐츠 홀대는 낭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콘텐츠 몫으로 할당된 60% 중에서 다시 44%가 음반 제작사에게, 10%가 작사가, 작곡, 편곡자에게, 그리고 나머지 6%가 가수와 연주자에게 할당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작사가, 작곡, 편곡자들은 약 0.7원의 수익을 얻고, 가수들은 약 0.42원 등을 할당받는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블록체인을 도입해서 플랫폼 사업자의 몫을 최소한의 운영 비용 정도인 10%대로 낮출 수 있다면, 차액에 해당하는 30%를 창작자에게 할당해서 전체적으로 창작자 집단의 몫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6의 구조가 1:9의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단 이때 소비자 가격은 동일하다.


이 단계에서 의문이 생긴다. 소비자 가격이 변동이 없다고 한다면, 과연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 급격한 창작자 이동과 이용자 이동이 발생할 것인가? 창작자가 30% 차액을 이유로 이 서비스에 들어와야 할까? 전체적으로 이용자의 수가 늘지 않으면 이용량이 늘지 않기 때문에 비율과는 달리 상당한 이용자 규모가 형성되기 전까지 절대 수익은 오히려 감소한다. 그렇다면 다시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중에서 기존 서비스 대비 가격 인하라도 한다면 가격 인하 비율 만큼 창작자가 가져가는 몫이 다시 감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초기 4:6에서, 블록체인 도입 후 1:9의 구조였다가, 다시 10% 가격 인하를 단행해서 1:8:1(소비자의 혜택)이 된다. 10%의 가격 인하로 소비자들이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서 최소 20%는 인하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면 1:7:2가 된다. 4:6의 구조에서 실제 창작자의 몫은 10% 정도의 차이만 발생할 뿐이다. 영세한 사업자들이 즉각적인 수익 증가를 확보하기 위해서 별도의 프로모션 등을 해야 하고 그 비용이 전체 수익의 10%라고 한다면, 2(플랫폼):6(창작자):2(소비자)이 되어 다시 창작자의 몫은 현재와 같은 구조가 된다. 


즉 적정 수익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가입자 확보를 위한 노력이 선행된다는 가정하에서 보면 창작자에게 할당될 몫이‘반드시’ 높아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 분산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기술 요소가 아니라 마케팅 등 지원 요소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반드시' 창작자의 몫이 증가한다는 것은 허구에 가까운 가설일 가능성이 높다.


3.3.2. 보상을 통해서 콘텐츠 진영의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으나 제한적이다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해당 서비스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정당한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는 가설은 매력적이다. 스팀잇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의 페이스북이나 구글(Google) 같은 회사의 성장에서 이용자들과 다양한 창작자들은 소외되어 있다. 서비스를 제공한 공급자 측의 부는 증가했으나, 이용자나 작은 규모의 창작자들은 편리한 이용 이상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활용할 경우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수 있는 방안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현재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MBC의 장부 가치는 10억이다. 만약 MBC를 상장하거나 매각할 경우 실질 가치는 대략 2조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서 2조라고 한다면, 10억의 장부 가치가 2조의 실질 가치로 증가했을때 그 수혜는 누구의 몫일까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주식을 소유한 이가 전적으로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2조 대의 회사로 키운 종사원과 시청자로서는 뭔가 아쉬운 대목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스팀잇은 암호화폐를 보상하면서 해결하고 있다. 즉, 현재는 별로 가치없는 암호화폐지만, 다 같이 스팀잇의 가치를 높였을 때 자연스럽게 암호화폐인 스팀(Steem)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제공했던 모든 이들이 스팀 보유만큼 혜택을 입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산술적으로 가능한 구조다. 


플랫폼의 지위를 박탈해서 그 잉여분만큼 창작자에게 배포하겠다는 주장보다는 훨씬 설득력 높은 주장이다. 미래의 성과를 현재에 나눌 수 있는 구조로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스팀잇이란 공간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글쟁이들이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동기를 어떻게 무가치의 암호화폐로 만들어낼 수 있으냐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스팀잇은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뒤 이를 창작자나 댓글을 단 이들에게 보상하면서 전체 스팀잇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위한 노력과 의도가 스팀잇이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좋은 글들을 선별하기위해서 큐레이터에게 스팀 파워를 위임시켜 주는 구조를 만들었고, 좋지 않은 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사 표현을 해서 과도한 어뷰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도 만들었다. 플랑크톤에서 시작해서 고래가 되기 위한 성장 과정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구조를 만들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암호화페로 직접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 여전히이 구조을 최적화시키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팀잇은 당초 블록체인의 분산 구조를 조금씩 허물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누구나 일정 과정을 거치면 블록을 발행할 수 있는 분산형 구조를 만들었던 반면에 스팀잇은 제한된 20여명이 블록의 생성을 책임진다. 20여명의 지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율성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점형 체제는 공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스팀잇 생태계가 조금씩 커지면서 자신의 콘텐츠를 노출시키기 위해서 현금을 가지고 암호화폐를 환전해서 스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는 순수한 의미의 좋은 콘텐츠의 양성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킨다. 자본이 들어와서 자본의 힘으로 굴러가는 지극히 자본집약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이 암호화폐인 스팀이 현물 화폐와 환전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더구나 스팀잇은 스팀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스팀의 활용도를 높여야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팀을 사용하는 동영상 등을 만들어내고 있고, 최근에는 SMT(Smart Media Token)이란 스팀 기반의 토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형태로 진행될 경우 스팀잇 자체는 블록체인이 기대하는 분산형 서비스나, 플랫폼의 지위가 약한 서비스가 아니라 보다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로 기능하면서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 진영간의 수익 차별화가 그대로 재현되거나 종속성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조삼모사인 셈이다.


그럼에도 암호화폐를 활용한 생태계 구축 방식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현재의 활용도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시장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29.



4. 아직은 ‘썸’을 타야 할 시기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글이 아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 가득찬 시장에서 ‘가능한 시장’과 ‘가능하지 않은 시장’을 분별하기 위한 시도다. 가능성과 불안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성이지만,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제나 성취는 낙관을 한 자의 몫이고, 꿈을 꾼 자의 몫일뿐 불안을 잡고 흔드는 자가 설 자리는 없다. 


그러나 성취는 낙관적인 기대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설사 미래의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그것은 항상 오늘의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할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짓고, 내일 기대해야 할 것과 오늘 포기해야 할 것들을 구분하지 않으면 가능성을 성취로 만들 수는 없다. 아쉽게도 현재의 블록체인은 그 기대와는 달리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은 상황이다.


물론 수 많은 업체들이 ICO를 단행하고, 그 투자금으로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ICO는 분명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만으로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는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에 암호화폐란 형식적인 장치를 통해서 투자를 하고, 부분적으로 거래소 시장을 통해 환전할 수 있는 안전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은 분명하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콘텐츠의 권한을 쪼개어서 관리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투자자와 리스크를 나눈다는 점에서 미디어 산업의 근본 원칙에도 부합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디어 사업자가 블록체인을 염두에 둔다면 몇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다. 아직 블록체인은 미성숙한 기술이다. 이더리움 등이 다양한 분산앱을 가동할 수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곤 하지만, 속도 등 한계는 분명하다. 효율성과 안전성의 trade-off가분명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블록체인이 미디어 시장의 제반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해결의 실마리는 기술적 묘약이 아니라 결국 사업 설계 디자인에 달려있고, 비즈니스의 연결성에 좌우된다. P2P 서비스를 통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선하지만, 이용자가 불편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주장이 아닌 현실이다. P2P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해서 기존 사업자들이 채택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블록체인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블록체인이 대안 부재의 최선의 선택인지 한번은 더 검토해야 한다. 현재 나온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대략 80%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구현가능하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효율적인 대안이 이미 있는데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을 고집한다면 이는 현재의 유행에 편승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아닐 테니 말이다. 


미디어 시장 내 다양한 중개자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중개자가 단순히 인증이나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을 서로 나누기 위한 안전장치였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증과 보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익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는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사업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에 대한 가벼운 이해와는 별개로 새로운 차원의 사업 설계가 훨씬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등장 이후 다양한 커머스 사업자가 등장했지만, 30년 뒤 인정받은 사업자는 아마존(Amazon)이다.


동일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 설계와 비전이다. 기술이 아니라 사업 설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끝


2018년 4월 발간된 <미디어 이슈 & 트렌드>에 게재된 글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pdf 파일은 해당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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