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지난해 내가 책을 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내 생애 첫 책, 내 꿈이었던 내 책이 나왔을 때의 벅참과 그 기쁨은 그 어떤 설렘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언제나 내 버킷리스트 1순위를 차지하고 있던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니까. 그때, 여러 작가가 모여 함께 하는 그 기간이 참 좋았다.
그 이후 꾸준히 글쓰기를 했고, 나름 매일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된 지금, 이제 그 책을 열어보는 것이 두렵다. 브런치 초반의 연재 글을 보더라도, 많이 부족한 내 글을 마주할 때면,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편집과 디자인을 마치고 인쇄까지 되어 세상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노고가 더해져 만들어진 책,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내 글은 너무 부족하다.
그 당시 내 주변에 이 소식을 알렸던 나를 말리고 싶다. 이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나를 소개할 때마다 책을 쓴 작가야 라는 말이 나오면 나 스스로도 잊고 있던 사실에 놀라며,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지만, 내 책이 무서운 나는 그 상황에서 그저 얼버무리기 일쑤다.
그때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나에게 한 작가님의 말이 용기를 주었었다. '쓰니까 작가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그 단어가 어색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래 글 쓰는 사람을 한자어로 표현하면 작가지. 하지만 어찌 모든 단어가 사전적 의미로만 쓰일까. 세상에서 쓰이는 말 속에는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 사람들의 생각 등등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을.
그래도 지난해 출간의 기회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갑자기 오늘, 글을 잘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또렷해지기 시작했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와 내 이름을 건 무언가를 낼 수 있는 날을 또 다시 꿈꾸기로 했다.
1순위 버킷리스트가 이뤄진 것처럼, 그 순간을 준비하며 오늘도 나는 내 글을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