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스치던 모래 긁는 소리
어제 새벽잠과 근육량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들었다. 근육량이 줄면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깨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이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그 이유는 요즘 계속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요즘 자꾸 새벽마다 깨는 건지. 얼마 전 이직을 한 내가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는 걸까? 새벽마다 깨는 이유를 찾으려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힐링을 위해 오랜만에 찾은 네일샵에서 사장님과 대화가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오늘 새벽에도 현실과 꿈 그 어딘가에서 헤매다가 또다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어떤 소리가 아닌 소음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균일하게 지속되는 그 소리가 내 잠을 깨우고 만 것이다. 음? 이 소리는 아...힝구가 화장실을 갔구나.
그런데 이 정도 했으면 마무리하고 나와야 할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힝구의 힘차게 모래를 차는 발길질이 멈추지 않는다. 새벽녘 고요함 속에 규칙적으로 들리는 그 소리가 어느 순간 내 신경을 거스르기 시작했다.
김힝구! 볼일을 보러 간 게 아니라. 놀러 간 거구나.
힝구가 혼자 깨어있는 새벽 시간, 심심함에 찾아낸 놀이였다.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3시. '나는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고.' 화장실 불을 켜니 내 사정은 생각지 않는 힝구가 부산스럽게 자신의 화장실 모래를 열심히 파고 또 파고 있었다. 힝구를 안아 침대로 데려와 잠을 다시 청하려는데, 어느새 침대를 빠져나갔는지, 다시 모래 파는 소리가 들려온다. '촥촥촥' 참, 야무지다.
참다못한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힝구를 부르며 화장실로 향했다. 내 격양된 목소리에 혼날거라 생각했는지 힝구를 내려다본 순간 눈을 꼭 감고는 갑자기 쉬야 하는 자세를 하고 얼음이 되었다.
너무 진지한 태도와 표정 때문에 내가 오해했나 싶었는데, 한참 동안 힝구에게는 어떤 소식도 없었고 우리는 그 자세 그대로 마주하고 있을 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힝구녀석이 조용히 실눈을 떠 나를 살핀다. 나와 눈이 마주친 힝구는 여전히 쉬야 자세를 풀지 못한 채다.
이 어색한 시간을 그만 끝내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힝구를 안아 들었다. 하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힝구는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낀 것인지. 몇 번을 더 반복했고 내가 기절한 뒤에야 상황은 끝이날 수 있었다.
나를 깨우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며 나는 깨달았다. 아.. 내 불면의 이유는 근육량의 저하가 아니었구나. 새벽마다 노는 게 너무나 즐거워 집사의 잠까지 깨우고 마는 힝구의 놀이 소리가 원인이었을 뿐. 때론 내 손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때론 내 몸 위로 뛰어내리기도 하며, 우당탕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물건을 떨어뜨리고 놀라 잠에서 깬 나를 뿌듯하게 바라보던 힝구를 떠올리니 다행스러우면서도 쉽게 끝나지 않을 이 불면의 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