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Oct 17. 2024

한 달 빠른, 느린 우체통

제주 '소리소문'


 지난해 9월, 15일간 제주살이를 위해 떠났었다. 내 여행에서는 꼭 그 지역 서점을 들르곤 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주도의 한 서점을 찾았다.


 그 서점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서점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보다도 작은 마을 어귀에 위치한 그곳의 한적함과 통창 너머로 스며드는 햇빛의 나른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리소문',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라는 뜻이라는 데, 어쩜 서점과 꼭 닮은 이름을 가졌을까.


 도로에 차를 세우고,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소리소문 팻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스러움이 묻어나는 길거리에 소리소문이 있었다.


 서점 한편에는 서점에 대한 소개가 또 한편에는 제주를 소재로 한 책이 놓여있었다. 릴레이 필사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가장 내 눈을 사로잡았던 곳은 느린 우체통이 달려있던 벽면이었다. 최근 들어 보기 힘든 우체통이다. 예전에는 유행처럼 놓여있던 것이 느린 우체통이었는데, 나는 이 느린 우체통이 좋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보내는 엽서라니 놓칠 수 없지.


 2024년은 이직의 해라고 해야 할까. 짧게는 1주일짜리 회사에 다니기도 했고, 지금은 올해 세 번째 회사에서 한창 적응 중이다. 그저 나와 맞는 회사를 찾아다니기 위함이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는 회사와 강제 이별을 당하기도 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가 정신없이 지나갔고 벌써 10월이 되었다. 


 이제 웬만한 소식은 문자나 이메일로 온다. 당연히 우편물 보관함을 확인하러 갈 일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지난 8월이었을까. 문득 우편물이 확인하고 싶어졌다. 아직 관리비 고지서가 나올 때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정말 나에게 우편이 하나 와있었다.

응? 왜 내 필체랑 같지?란 의문과 함께! 한림우체국 도장을 발견했다. 아... 소리소문 느린 우체통이 왔구나.


 그런데 벌써? 아직 8월인데. 나는 9월에 편지를 보냈는데. 조금 일찍 왔네. 당시 내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을 알고 빨리 온 것일까?


 편지 내용은 이 엽서를 받았을 1년 뒤의 나에게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어찌 살고 있을지를 묻고 있었다. '글 쓰는 나'로 살고 있는지, 그래서 잘 살고 있는지 말이다. 만약 잠시 또 고민 속에 있다면 이 편지를 쓰고 있던 지금을 떠올리라고도 쓰여 있었다. 


 그렇게 편지의 질문에 그리고 건네는 말에 나는 결심을 했고, 결단을 내렸고, 지금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빵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