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이 되어 온 소금빵
지난 저녁, 나는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최근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한 적이 있는지 묻는 건강검진 검사지에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운동은 아니지만 분명 계단을 오를 때면 나는 분명 숨이 찼다. 어쩜 계단 하나하나가 이렇게 힘든지. 내 몸에 근육이 있긴 한 걸까.
허벅지 근육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나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어제 내 결심을 실행했다. 몇 달 전 받은 일대일 필라테스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그룹 수업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더 재밌고, 집중도 더 잘되는 것이 운동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해서인 걸까?
간만에 느끼는 운동 후의 개운함과 적당한 배고픔이 기분 좋아 편의점에 들러 단백질 음료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는데, 오늘 아침 엄청난 허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배고파! 너무 배고파!
이직 후, 전 직장보다 거리가 조금 가까워지긴 했지만, 30분 빨라진 출근 시간으로 사실 달라질 것 없는 아침이다. 게다가 회사에 적응할수록 내 기상 시간도 늦어지며 출근 준비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아침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의 허기짐은 정말 냉장고에 넣어 둔 샌드위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지하철 안에서 버티며 회사에 도착했다. 보통은 회사 앞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만 샀지만 오늘은 소금빵 너도 사 가야겠다. 출근 10분 전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었니. 그런데 카페 직원이 나를 부른다. '저... 소금빵...' 배고픔에 귀도 잘 안 들리는지 처음에는 직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금빵을 해동하지 않았다고? 내 아침밥, 아침 빵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려는 찰나, 먹물 소금빵으로 드려도 되냐는 말이었다. 아! 당연하죠. 먹물 소금빵도 오케이입니다. 금세 빵 구워지는 냄새가 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카운터로 다가가자 빵 봉지 안에는 마카롱이 들어있었다. 직원이 죄송하다면서 마카롱을 담아주셨다. 아니. 마카롱을 선물로 주시면 아침부터 설렌다고요.
소금빵은 내가 애정하는 빵 중 하나다. 그래서 쉽게 사 먹지 못하는 빵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좋아하는 만큼 실망할지 모른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성수동의 '자연도', 지금도 우리 집 냉동실에 한가득 얼려져 있는 그 소금빵을 가장 사랑한다. 시간이 지나도 촉촉함을 잃지 않는 소금빵은 지난 시간 먹어온 다른 소금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그런데 오늘 산 소금빵은 직원의 미안함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져 기분 좋은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