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Oct 23. 2024

마음은 딴청

핑계중


 마음이 산에 가 있다. 하기로 마음먹은 일은 미뤄둔 채 계속 딴청이다. 귀차니즘 때문인지, 시작하기 전의 부담감 때문인지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자꾸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렇게 이제 쌀쌀한 가을, 그것도 늦가을이 되었다.


 곧 연말이지만 조급하지가 않다. 조금만 마음을 고쳐먹으면 또 새해니까. 새해를 맞아 새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자꾸 이렇게 진짜 해야 할 일을 피해 간다. 내 인생 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 빼놓고 무언가를 하고 있듯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글쓰기를 쏙 빼놓고 내 하루를 자꾸 마무리한다. 이런 패턴은 이제 내 루틴이 되었다. 문장 하나 쓰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퇴근 후, 책 표지 넘기는 것도 힘이 드는지, 어제도 오늘도 딴청만 부리다 결국 내일을 기약하고 오늘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최근 아주 작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작지만은 않은 취미를 시작했다. 바로 플레이모빌, 그 시작은 스타벅스와 플레이모빌의 콜라보였다. 일상생활템들을 제대로 구현해 된 미니어처들이 내 마음을 잡아끌어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니 내 책장 한 가득 쌓이기 시작했고, 매일 하나씩 조립하는 단순한 과정과 완성된 퀄리티가 나를 만족시켰다.


 그때 느낀 내 만족감으로도 내 하루가 알찼다고 느끼는 것인지, 손쉽게 얻는 만족감에 만족하며 하루를 소비한다. 핑계는 핑계를 불렀고 가을바람이 진짜 내 마음에 바람을 불러왔고 나는 자꾸 핑계에, 바람에 기꺼이 내 마음을 맡겨 버리고 말았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만 돌아와'라고 말하지만 쉽게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내 마음(의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