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서 배울 점이라고 생각하는 여러가지 중 하나는 사소한 데서 즐거워 할 줄 안다는 점이다. 매일 보는 집사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월남에서 돌아온 김병사를 보듯 반겨주고, 너저분한 택배 박스도 초콜릿으로 만든 귀한 집인양 눈이 휘둥그레 뜨고 둘러본다. 빵끈 하나면 밤새 탭댄스를 추는 것은 물론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사소한 것들로 행복할 때가 있다. 최근에 한 일로는, 회사 사무실 창문 한 칸을 때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채운 것이다. 큰 결심 같은 건 없이 한 행동인데 나 자신은 물론이고 잠깐이나마 주변 사람들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게 되면, 한순간이지만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순간순간이 내 인생의 중요한 흐름은 바꾸지 못하고, 정작 꼭 필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마음 혹은 판단력을 약하게 한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일단은, 여기까지만이라도. 내일의 행복은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