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마음이 모두 복잡한 일과 중에 그저 잠깐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잔뜩 긴장된 시간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존재 혹은 사물이 누구나 하나씩은 있다. 나에게는 당연히 나의 작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하지만 고양이만 보고 있자니 점점 사람이 눈에 안 들어온다. 얼마 전에 친구가 보내준, 아래 웹툰 속 한 장면이 나의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내가 독점할 수 있고, 내 말은 안 들을지언정 심기를 거스르는 말은 하지 않으며 나를 외면하는 시선의 불편한 진실을 내 마음대로 왜곡할 수 있는 이 관계에 내가 안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 더 취약해지고. 특히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직장을 관두고 대학원에 다녔는데, 그 2년동안은 지도교수님을 제외하면 불가피하게 불편한 관계는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지라 이렇게 속 편한 관계망 속에서만 생활하는 데 지나치게 익숙해진 것 같다.
얼핏 내 귀에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관계가 굳건해지고 나 스스로 성장하는 모멘텀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당차게 버티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한다.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꽥! 소리를 지른 뒤에에 멀리 도망쳐서 고양이 골골송이나 들으며 푹 자고 싶다.
아직 사람이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 좋은 것도 그닥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