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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ing Doing Jul 09. 2016

어린왕자

단상(斷想: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2016.07.09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온 거네? 아저씨는 어느 별에서 왔어?


1944년 7월 31일 8시 30분, 프랑스 그로노블과 안시 상공을 정찰하는 마지막 임무 수행을 맡은 생텍쥐페리는 교신이 끊긴 후 오후 2시 30분에 실종된다. 50년이 훌쩍 지나 마르세유의 먼 바다에서 생텍쥐페리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와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었을 뿐이다. 

평생 하늘과 별을 꿈꾸던 생텍쥐페리는 이제 자신이 태어난 별로 돌아가 버린 걸까.



어른들


어른들이 이해할 줄 아는 것은, 수치화되고 명확하게 보이는 것들뿐이다. 

“어른들은 내게 속이 들여다 보이거나 들여다보이지 않는 보아 뱀 그림은 덮어 두고 지리, 역사, 산수와 문법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해 주었다. 내 나이 여섯 살에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어른들이란 그렇다. 그렇다고 그런 걸로 어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장미꽃


꽃은 연약하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시를 세운다. 

“꽃들은 연약하고 순진해. 꽃들은 최선을 다해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것뿐이야. 가시가 달려 있으면 자기들이 무섭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어린왕자는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의를 베풀었지만, 이내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꽃이 아무렇게나 꺼낸 중요하지 않은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그 말로 인해 불행해졌다. 

그래서 꽃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까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존심이 센 꽃이었다. 



소행성 6개, 인간군상


어린왕자가 만나는 소행성 6개의 6명뿐인 어른들은 놀랍게도 우리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어른들의 군상을 담고 있다. 

꽃은 기록하지 않아. 꽃은 일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영원한 것들만 기록해.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산이야. 산은 변함이 없지. 

-지리학자



진짜 중요한 것


어른들이 지구에서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아주 작다. 

물론 어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른들은 자신들이 바오밥나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해!”



진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존재의 크기, 모습이 아니다. 존재 자체도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존재의 의미이다.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오후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내가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바람을 막아 주고, 벌레를 잡아 주었기 때문이야. (나비를 위해 두세 마리는 빼놓았지만) 난 그 꽃이 불평하는 소리, 자기 자랑하는 소리, 이따금은 침묵하는 소리까지 들어주었어. 내 장미꽃이니까.


어린왕자는 비로소, ‘내 장미꽃’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머지,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때 난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내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빛나게 해 주었어. 내 꽃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어! 가엾은 속임수 뒤에 숨은 다정한 마음을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나 모순적이야. 그리고 그때 난 꽃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어.


존재의 의미가 바뀌는 것.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가, 이제 ‘나의 것’이 되면서 그 존재는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우리는 ‘나의 것’들을 길들이고, 또 길들여가며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모든 사람들에게 별이 똑같지는 않아... 아저씨는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 그 별들 중 한 곳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어느 한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길들여진다는 건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왕자


어린왕자는 무겁기만 한 낡은 껍질을 이곳 지구에 버린 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우리는 그가 별로 돌아간 지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먹어가며 어른이 되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어른들은 원래 모두 어린이들이었다. (그걸 기억하는 어른들은 많지 않지만.)

-어린왕자 서문 



우리는 모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야만 한다.


-경기도 박물관, 2016 어린왕자展 : Le Petit Prince en Corée

https://www.facebook.com/lpp.coree2016/?fre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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