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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ing Doing Jul 25. 2016

라이프스타일 도시

단상(斷想: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2016.07.25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만연화된 저성장 시대의 무기력증 극복 방안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집필 의도를 이렇게 전한다.


20대는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헬조선.’ 연애, 결혼, 출산의 ‘3포’에 이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N 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금수저가 되지 못한 N 포 세대의 한국은 ‘헬’이다. 취업대란, 저출산, 치솟는 주거비용, 자살률, 취약한 사회 안전망, 사회 양극화. 현실은 고통이다. 미래를 짊어질 젊은 청년들에게 생기는커녕 무기력증이 바이러스처럼 퍼진 이 사회에 저자가 내놓은 해법, ‘라이프스타일 도시.’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이상 이전에, 당장 나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저자가 책 서두에서 언급하듯, 전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시간을 쓰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가 기꺼이 출퇴근에 두 시간을 투자하는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사실은, 그가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라이프스타일’에 숨어있다.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자주 비가 내려 커피를 즐기게 된 지역 문화를 활용한 시애틀.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고향이자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거듭난 라이프스타일 도시의 대표적 전형이다. 그리고 산과 강이 많다는 지리적 환경 덕분에 전통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했던 포틀랜드는 나이키의 고향이 되었다.      


이처럼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라이프스타일’이다. 시애틀, 그리고 포틀랜드처럼 도시만의 지역문화와 연계된 기업을 세우고, 도시 자체를 브랜딩 한다.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거듭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인재들을 지역에 유치시키며, 무엇보다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자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역량 있는 도시가 된다.      


한국의 경제는 1960년대 중앙정부 주도의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획일적이며, 산업, 인력이 수도인 서울에만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한국 경제위기의 본질은, 저자가 지적하듯 ‘탈 물질주의 경제에 대한 부적응’이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의 여러 지역들이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낙관적이다. 서울의 경우, 각 지역의 작은 단위들을 중심으로 특색 있는 골목길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홍대의 골목길 상권이 2000년대 중반을 거쳐 현재 그 일대인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 20~30개 지역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지방 도시의 경우, 지역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산업으로 잘 연결시킨 대표적 사례가 제주이다. 지리·환경적 이점을 기반으로 올레길 관광 상품을 성공시켰으며, 화장품 업계 대기업 A사의 경우 제주에서 추출한 원료로 화장품을 만든 ‘I 라인'을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자체를 브랜딩 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제주는 ‘영어 교육도시’라는 차별화된 모델을 성공적으로 유치했고, 이는 그 주변의 비즈니스 투자 및 개발로 이어졌다.      


제주도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도시 모델을 각 지역마다 발전시키는 것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현재 경제 위기에 유일한 돌파구이다. 포스트모던 시대는 자유, 개성, 자아실현의 시대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정체성, 그리고 각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경제와 연결시키는 것이 답이다. 탈 물질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그러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그리고 그러한 청년들이 지고 갈 대한민국에 이 책이 나침반이 되기를. 그리고 그를 통해 탈 물질주의 사회로 거듭날 한국을 기대해 본다.


책 정보: <라이프스타일 도시>

모종린 지음, Weekly BIZ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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