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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Ya Jun 07. 2021

다시 와서 열 밤이고 서른 밤이고 자고 가라!

여행이야기 - 세 번째

“싸와디카!”

아유타야에서 맞는 두 번째 날 아침. 부스스하게 숙소를 나오는데 어제 내 방을 청소하고 계시던 현지인 한 분이 마치 오래본 사이인 냥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도 한 10년은 본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는다.

“싸와디카!”


그에게 40바트를 주고 자전거를 빌려 동네를 잠깐 산책하고 돌아왔다. 오후에는 치앙마이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기에 자전거를 반납하면서 이제 체크아웃을 할 거라고 했다. 내 말을 들은 그는 자전거를 돌려받을 생각은 않고 갑자기 하루만 더 있다가 가란다. 잉?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분명한데 이 떼씀은 무엇인고? 그러나 그 떼씀에 불경스러움은 전혀 없는 듯했고 그저 ‘하루만 나랑 더 놀다 가~’라는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기차를 이미 예매해둬서 오늘 치앙마이로 가야한다고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노! 노! 투나잇! 투나잇!”

“노! 노! 아임 고잉 투 치앙마이 투데이! 쏘리!”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하다 그가 결국 포기한 투로 말했다.

“흠... 오케이. 벗! 치앙마이 넥스트 아유타야! 아유타야 컴백! 아유타야 원 나잇... 텐 나잇... 투웬티 나잇... 써티 나잇...”

치앙마이를 갔다 온 후 다시 아유타야에 와서 열 밤, 스무 밤, 서른 밤도 넘게 자고 가라... 나는 그런 그의 말을 듣고 와락 웃음을 터뜨렸다. 어쩜 태국사람들은 저럴까. 오늘 처음 말을 튼 사람에게 이토록 열정적인 호의를 드러내다니. 참 쉽사리도 마음을 연다. 그들은 좋으면 좋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싫으면 싫은 걸 그대로 표현한다. 이곳에선 사람에 대한 벽이 많은 내 마음도 쉽사리 열릴 수밖에 없다.









그는 숙소에서부터 기어코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주었다. 옆에 붙어 능숙한 태국어로 버스표를 예매해주더니 버스가 오는 것을 함께 기다려주기까지 했다. 내가 뭐라고. 그냥 아침에 인사 한 번 웃으며 받아주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나 싶었다. 서툰 영어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버스에 올랐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잔해처럼 따뜻하게 남아있었다. 시간에 쫓기는 배낭여행자의 입장이라 다시 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진심을 담은 축복을 빌었다.


‘부디 그가 항상 행복하기를. 베푸는 마음만큼 많은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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