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in 홈 」 태수 작가
Q. 저자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1cm 다이빙>과 <홈 in 홈> 이라는 책을 집필한 작가 태수라고 합니다.
Q. <홈 in 홈> 을 쓰게 된 계기
‘집에서도 쉴 수 없다면 우린 어디서 쉬어야 할까.’
이 책은 그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낮에는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 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집에 가 침대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 일상이 반복될 때, 저는 제 인생이 고장 났다는 걸 느꼈습니다. 쉬러 집에 갔는데 쉴 수가 없었어요. SNS를 보다 보면 나보다 한참 앞서가는 친구들이 보이고, 다 귀찮아서 잠을 청하면 끝내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고. 집이 정말로 쉬는 공간이라면 제게는 또 하나에 집이 필요한 것 같았죠.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이.
아마 그때부터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럼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거든요. 펑펑 울고 나면 오히려 웃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참고 산 감정들을 공책에 토하면 마음에 빈 공간이 생겼어요. 여력이 생긴 거죠.
저는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들을 주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어요. <홈 in 홈>이라는 제목처럼 몸이 아닌,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어디서 하소연조차 하지 못했던 마음속 불안과 걱정을 털어놓음으로써 조금은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이 책을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책을 통해 제가 주고 싶은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이에요. 불안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린 매번 내가 가장 소중하다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잖아요. 성격이나 취향, 심지어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MBTI를 통해 깨달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물어보는 게 참 많아요. 우울한 날 먹고 싶은 음식처럼 가벼운 질문부터, 돈을 벌어야 하는 목적같이 무거운 질문까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 온 나에 대한 질문들을 대신해주는 책이죠. 나를 괴롭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요.
그래서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제가 쓴 글을 여러 번 읽고 감동하는 게 아니에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답을 스스로 내려보는 거죠. 읽는 걸 넘어, 썼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책인 겁니다.
Q. 나에게 질문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니까.” 라고 감성적으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쩌면 그런 답변들이 오히려 나에 대해 멀어지게 만든 것 같거든요. 우리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내 인생의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내가 뭘 잘 하는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접근하는 태도가 다르겠죠. 뭘 잘하는지 안다는 건 다시 말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는 거니까요. 행복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뭘 할 때 즐거운지 아는 사람은 같은 시간을 보내도 보다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겠죠.
결국 나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간다는 건 단순히 감성적인 영역이 아니에요. 내 인생을 보다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효율적인 습관이죠.
Q. 삶에서 힘을 뺀다는 것의 의미
힘을 빼라는 말은 주로 쉬라는 말과 잘 연결돼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일이든 삶이든 스포츠든 연애든.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치게 되어 있다는 걸 우린 경험적으로 알고 있잖아요. 물론 당장 내일이 시험인 사람에게 힘 빼라고 말하지는 않겠죠. 그런데 이건 삶이잖아요. 매일을 힘주고 살아가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길어요. 하루를 잘 사는 것 이상으로 내일도 잘 지내는 게 중요하죠.
그러니 오늘 꼭 이뤄야 할 일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사세요. 그런데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린 힘 뺄 줄도 알아야 해요. 삶에서 힘을 뺀다는 의미는 그런 겁니다. 내가 내 삶의 호흡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더 오래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것.
Q. SNS를 모두 삭제한 이유
간단해요. 너무 많이 알게 되었거든요. 오늘 일어난 사건사고는 무엇이고, 연예인들은 얼마나 예뻐졌고, 복권을 맞은 사람은 누구인지. 그런데 그것들 중 내 인생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몇 가지나 될까요.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가짜 뉴스에 화를 내다 몇 시간을 흘려보낸 경험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물론 처음 SNS를 모두 삭제한 날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어요. 나만 뒤처질 것 같았거든요. 트렌드도 뉴스도 모르는 뒷방 늙은이가 되는 건 아닌가 했는데, 웬걸.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알게 될 소식은 남 보다 늦더라도 결국은 알게 되고, 필요한 정보는 내 스스로 찾게 된 거죠. 다시 말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정보에 대한 선택권이 생겼다.’ 내가 필요하고 알고 싶은 정보를 스스로 찾고 선택할 여유가 생긴 거죠.
물론 SNS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씩 친구들의 소식을 확인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몇 시간이 보기도 하죠.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할 때 한다는 거예요. 그건 큰 차이에요. 내 생각과 감정에 대한 주도권을 함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태도니까요. 그게 SNS를 삭제한 이유에요.
Q. 인생의 오답을 지우는 것이 포기가 아닌 선택이 되는 이유
객관식 시험을 푸는 방법은 두 가지 일 거예요. 정답을 단 번에 찍어내는 것과 순차적으로 오답을 제거하는 소거법. 그런데 소거법을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험을 끝까지 푸는 게 가능할까요. 그게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일지 몰라요.
큰 틀에서 보면 인생도 객관식 시험과 같아요. 진로든 관계든 꿈이든 연애든. 수많은 선택지 중 나와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인생이 시험과 다른 점은 채점자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내 인생에 채점을 하려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넘치죠.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그래도 대기업은 가야지.’ ‘결혼은 30대 초반에는 해야 돼.’ 등등. 자기가 배워온 답을 내 인생에 적용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죠. 슬프게도 그 말을 듣다 잘못된 내 인생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데.
인생이란 시험에 채점자는 결국은 나 하나일 수밖에 없어요. 남들이 아무리 맞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우린 여러 번 경험해 왔잖아요. 그러니 남들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일을 했을 때, 우린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선택한 거야. 그건 내 인생에선 오답이거든.
Q. 나만의 주관을 만드는 법
주관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역경을 이겨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꿈이 있는 기업가일까요. 맞죠. 그분들은 모두 주관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요? 점심 메뉴를 잘 정하는 사람.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뭔지 잘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주관이 없는 거라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주관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주관은 별 게 아니야 라는 생각이 필요해요. 멋진 꿈이나 많은 사람들을 홀릴 강한 확신만이 주관이라는 생각이 우릴 더 주관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내 인생을 좌우할 큰 결정을 내 맘대로 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니 나만의 주관을 갖고 싶다면 최대한 작게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단 매일 먹는 점심 메뉴를 남에게 미루지 맙시다. 일이라면 가장 작은 부분에서 의견을 말해보고요. 주관이란 건 그런 일상의 호불호를 미루지 않는 것부터 시작되니까요.
Q. 작은 사치란 말의 진정한 의미
작은 사치란 말의 의미는, 책임질 것이 산더미인 삶 속에서도 여전히 나를 책임질 줄 아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아주 작고 사소할지라도 말이죠.
생각해 보면 요즘 세상에서 나를 챙기는 것만큼 사치로 여겨지는 게 많지 않잖아요. 먹고 싶은 걸 먹을 때도 배달비를 생각해야 하고, 건강검진은 매번 일에 밀려 연기하죠. 왜 그럴까요. 나만큼 미루기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겠죠. 설득할 필요도 다툴 필요도 없어요. 또 나름의 칭찬까지 받습니다. 책임감이 높다는 말로요. 그렇다면 우리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내가 나를 쉽게 대하면 남도 나를 쉽게 대하기 때문이에요.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물건에서 가치를 발견해 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어디든 쉽게 불려 나가는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 역시 없어요. 세상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거죠.
그러니 최소한의 사치는 부려야 한다는 거예요. 가족과의 약속은 지킬 줄 알고, 당장의 일보단 건강검진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거죠. 그 정도의 작은 사치는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Q.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과 취미로 하는 것. 두 가지 중 원하는 게 뭔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아요. 직업으로써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거라면 사실 실력이겠죠. 노력과 열정의 크기를 떠나 실력의 크기가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써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취미로써 유지하겠다고 하면 대답이 반대가 될 겁니다. “잘 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존재하는 순간, 우린 그 일을 취미로도 유지할 수 없게 돼요. 잘 하고 싶어도 잘 하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는 일만큼 견디기 어려운 건 없으니까요.
저도 비슷해요. 농구를 너무 좋아했는데, 농구 선수를 하기에는 키가 안 컸죠. 15년을 했는데도 실력은 그 자리고요. 그런데 실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취미를 잃기에 저는 농구를 너무 사랑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죠. ‘못해도 괜찮아.’ 그게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써라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못해도 괜찮아요. 그건 취미니까요.’
Q. 작가님의 글은 일상에서 좋은 의미나 생각을 잘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이런 글을 잘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예전부터 남들의 사소한 표정이나 말투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유는 관심받고 싶어서였죠. 작은 것까지 신경 써주는 친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그렇게 관찰을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우릴 기쁘게 하고, 화나게 하고, 무너지게 하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이라는 사실이었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나 많은 돈이 아닌 열심히 살아 낸 주말 마시는 맥주야 같은 사실을 느낀 거죠. 그래서 일상에 주목하게 됐어요. 작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날은 놓치지 않고 글을 썼죠. “나는 참 작은 사람이구나.” 라는 깨달음에 슬프기도 했지만 그 깨달은 반대로 이렇게 연결돼요. 나는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방법이라 하면, 아마도 가장 주변의 것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내 자존감이 무너지고, 뜬금없이 행복해졌던 날의 이유는 뭔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걸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겠지만요. 작은 것일수록 잘 보이지 않잖아요.
Q. 자신만의 글을 쓰는 노하우가 있다면?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건 특정 분야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직업이 될 수도 있으며 감정이 될 수도 있겠죠. 내가 벗어나고 싶은 병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하루 24시간 중 내 머릿속을 가장 강렬하게 차지하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자기만의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쓴 글의 힘은 결국 그 주제에 내가 쏟은 감정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Q.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딘가 부족한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부족함을 스스로 메꿔가실 수 있길 바라고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어 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할 용기를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의 인생이 조금이나마 더 자신의 것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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