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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한 유니씨 Jan 22. 2022

'어디로도 갈 수 있는 나의 포털'

책과 나 사이에- <M트레인>

내가 패티 스미스 책을 완독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몇 년쯤 전일까, <몰입>을 대출했다가 몇 장 넘겨보지도 못한채 고스란히 반납했던 기억. 한번 알아두고 싶은 사람인데 도통 접근이 안되는 듯한 이름이었다, 패티 스미스.


이번 독서모임 첫 책으로 제목을 알게됐을 때, 이참에 다시 도전해보자, 안 읽혀도 읽는다 마음을 굳혔다. 사실 유명 인사라는 것만 알았지 그의 노래도 음악도 다른 작업들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알고 있었지만 75년 첫 음반 사진을 그가 찍었다는 건, 패티와 메이플이 연인이었다는 건 전혀 몰랐던 사실.


각설하고,

착실한 멤버가 되어 책주인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보련다. 


1. 이 책이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해 쓴 글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쉽지 않'다는 카우보이의 말에 동의하나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 모든 글쓰기는 어렵지요. 글이란 흔적, 남김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쓰기란, '얼마나 많은 시가 그 너덜너덜한 소매에서 피처럼 흘러나왔는지?' 라고 쓴 그녀 말대로, 한 자 한 자 고통속에 나와 어딘가에 박히는 것이지요. 우리 삶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란 게 있을수 있을까요? 오히려 아무 것도 아니길 바라며 글을 쓴다면 모를까. 그리고 설사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 해도, 일단 글로 쓰기 시작하면 결코 아무 것도 아닌 것일 수 없는 것 같아요. 활자란 고정되어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 생명력이 있다고 믿어요.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하며 눈물이나 웃음같이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떤 변화, 움직임을 이끌어내니까요. 

그래서 카우보이의 말은,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아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어도 글로 쓰면 무언가가 되고, 그 어떤 것도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2. 책에는 많은 사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많은 추억거리가 나옵니다. 이 책을 '내가 가진 다른 사물'에 비유해서 이 책을 읽고 느낀 점과 함께 적어주세요.


- 질문이 조금 어려웠어요. 여러번 읽었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어서 나름 제가 해석한대로 한번 얘기해 볼께요. 전반적인 감상이 될 것 같지만요.

길지 않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몇 가지 손에 들어와 잡히는 듯한 문장들을 만나긴 했어요. 가장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문장은 카페 이노가 문을 닫는 날, 제이슨이 마지막으로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패티는 제이슨에게 묻죠. 자기가 앉던 테이블과 의자는 어떻게 할거냐고. 제이슨은 패티에게 주겠다고 해요. 그리고 정말로 이노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패티 집으로 오죠. 그때 패티가 쓴 문장, "카페 이노에서 온 내 테이블과 의자. 어디로도 갈 수 있는 나의 포털" 이 문장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앉아서도 구만리' 같이 뭔가 득도한 사람에게서나 나올법한 표현력이라고 생각됐어요. 책상과 의자를 어떻게 포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거기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바깥을 응시했던 그녀의 세월들이 세상을 향한 통로였던 거겠죠. 


그리고 저도 갖고 싶어졌어요. 문장 그대로의 '나(만)의 포털'을. 그리고 생각했죠, 나에겐 그게 무엇일까. 패티스미스처럼 명쾌하게 한문장으로 말할 순 없지만 저 역시 책과 글쓰기, 사진 찍기 같은 걸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기로 했어요. 내가 붙잡고싶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이 그것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씬은 66세 생일에 나이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나이 역시  누구나 갖게 될 시간이죠. 과연 나는 어떤 예순 여섯 살을 갖게될까, 생각해봤어요. 패티는 '뭐 어쩔거야'라고 말해요. 그리고 다음 생각을 잇죠. 나는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고. 숱한 결함도 깡마른 무릎도 그대로, 감사드릴 일이라고요. 하지만 친구의 전화를 받고 '어떤 특별한 모습의 나 자신을 한참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에 달뜬, 불경한 나. 그녀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건 확실했다.'고 말하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이렇게 처연하게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66세 생일에는 '뭐 어쩔거야'를 입밖에 낼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답니다. 


패티 스미스 인스타를 냉큼 팔로우 했고, 노래들을 찾아듣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좀더 예민해져도 괜찮고 좀더 내가 좋아하는 걸 추구해도 되겠으며, 지금보다 많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서 스스로 내 자신이 되어가도 되겠다, <M트레인> 을 덮으며 마음이 든든해졌답니다.


아,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프란체스카 우드먼, 버지니아 울프,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이름을 다시 한번 여백에 적어넣으며 알고 싶은 세상을 좀더 확장시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독후감을 써보네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쓰려면 잘 읽어야겠죠. 다음 책과 다시 만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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