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크한 유니씨 Dec 31. 2023

나에게 다랑쉬오름

-하도리에 가보았어요


섬은 처음에 바람이었다.

바람은 나를 오름으로 이끌었다.

오름에 올라 바람을 맞고 소리를 들었다.

오름과 바람, 바람의 소리를 잊지 못해

나에게 제주도는 여러 여러 해 오름이다.


첫 오름 다랑쉬는 4. 3을 연결했다.

갈수록 제주도가 좋았는지 좋아서 계속 가게 됐는지.

좋은 티는 기억에서 난다.


제주도에 갈때마다 4. 3을 찾게 된다.

다랑쉬, 관덕정, 진아영 할머니, 정방폭포, 너븐숭이 애기무덤…

부러 찾기도 했지만 가서 보니 4. 3에 연결되는 곳곳.

그러고 보면 4. 3이 제주, 제주가 4. 3이다.


가족을 무참히 잃은 것도 분통터지고 억울한데

진실은 커녕 논의나 발설조차 차단한 나라를 사는 일,

그것이 얼만큼의 슬픔과 한맺힘일지 가늠할 수도 말을 보탤 수도 없다.

조용히,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삶이 낸 소리에 먼 곳을 바라볼 뿐.

제주도에 갈때마다 생각한다.

시대마다 지역마다 학살을 새기고 남긴 나라.

제대로 기억하자고, 오래 톺아보자고, 기억은 진실을 찾는다고.

그게 내가 그 섬을 좋아하는 방식이다.

그런 나라를 살 수 있는 용기 같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감응'에서 놓치고 '고사리'에서 만난 <시와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