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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May 05. 2024

업무 문해력 시리즈(2/3)

당신의 업무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 

이번 글에서는 업무 문해력에 있어서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본질에 기반하여 어떻게 업무 문해력을 발휘하면 좋을지에 대해 글쓰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인 리차드 파인만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지식은 공짜가 아니다. Attention을 지불해야 한다.” 


이 말은 우리가 데이터나 정보를 토대로 유용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시간을 들이고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저는 이 짧은 문장 안에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표현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인지란 쉽게 표현하면 ‘생각’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지적 구두쇠라 함은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모습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Fiske)와 셸리 테일러(Taylor)가 1991년에 처음 쓰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요즘 많은 분들이 MBTI에 관심이 많죠? 자기를 설명하거나 소개할 때 MBTI 유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거꾸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MBTI 유형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MBTI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판단하기 보다 그 유형만 듣고 상대방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해줍니다. 때로는, 그게 굳어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들이는 대신 이렇게 MBTI 유형만 가지고 쉽게 판단하려는 모습도 어쩌면 우리가 인지적 구두쇠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지요. 우리는 에너지를 들여 힘들게 생각을 하려 하기 보다 그냥 쉽게 판단하려는 성향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업무 문해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를 넘어서서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여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회사 조직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이런 수준의 문해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지적 구두쇠로서 살아간다면 업무 성과도 그렇고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교육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학습 수단이 무엇인지 아시나요바로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는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도서관이자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동영상 콘텐츠의 편의성과 즐거움에 익숙해진 나머지 줄글이나 교과서를 잘 읽지 못하는 뇌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김윤정; <EBS 당신의 문해력>). 


그런데, 한양대 조병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다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문해력은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이며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이 아니다. 어렸을 때 제 나이에 맞게 문해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떤 요인으로 인해 뒤처졌다고 해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해력을 개발할 기회들이 적절하게 제공되면 누구나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고 만회할 수 있다. 문해력은 평생 배워야 하는 것이며 나 또한 지금도 배우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읽기 훈련을 하면 뇌에 자극이 가해지면서 문해력 향상에 도움되는 뇌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문해력도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 문해력을 위한 핵심 요소들

그렇다면,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중요한 핵심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업무를 위해 필요한 문해력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3가지에 대해 글쓰기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요소는 ‘핵심’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다소 오래 된 영화인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을 하고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내용 중에 목사인 아버지가 아들의 글쓰기 교육을 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들이 작문을 해서 가져가면 아버지가 빨간펜으로 교정을 해주고 다시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반으로 요약하거라.” 아들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반으로 요약해서 다시 아버지에게 가져가지만 ‘다시 반으로 요약해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이렇게 몇 차례를 반복한 끝에 아버지는 ‘잘했다’는 말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말합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오는 글쓰기 교육 장면


이 장면은 글의 핵심을 파악하고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내용만 요약해서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글쓰기 훈련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업무상 작성하는 글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어떤 내용들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글을 읽을 사람 알고 싶은 내용이면서 동시에 업무를 수행하는 나에게도 중요한 내용입니다. 


먼저 업무 현장에서의 글쓰기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글인지가 중요합니다. 상당 부분 자신의 상사나 임원 등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죠. 의사결정자가 읽을 글이라면 독자가 짧은 시간 내에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의사결정까지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업무용 글쓰기는 신속성과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결국은 다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업무용 글쓰기에서 OPR(One Page Report)이나 OPP(One Page Proposal)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작성한 글을 읽는 사람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가 업무 현장에서 작성하는 글은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며 더 나아가 글의 내용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독자에게 행동을 요구(Call to Action)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급적 군더더기를 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내용 위주로 짧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겠죠. 


이와 같은 업무용 글쓰기는 어떻게 보면 영업 활동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엘리베이터 피치를 하듯 짧고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을 들은 고객이 구매를 위해 뭔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읽는 사람이 상사나 의사결정자인 업무용 글쓰기에서 핵심만 요약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핵심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글의 길이는 최대한 짧게 써야 합니다. 나머지 근거 자료나 참고 자료는 모두 첨부 자료로 덧붙여 의사결정자가 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싶어할 때 볼 수 있도록 제공하면 됩니다. 


업무용 보고서 등을 작성한 후 내가 작성한 글이 핵심을 제대로 담아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글의 제목이나 부제목, 소제목을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글의 제목엔 주제나 핵심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난 후, 마지막에 제목을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글의 시작과 마무리, 주요 단락의 첫 번째나 마지막 문장을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말이나 글에서 반복되거나 강조되는 문장이나 키워드를 찾아봅니다. 

앞서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에서 언급했듯이 무엇보다 글을 직접 요약해 보는 것이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두번째 요소는 ‘논리’입니다.

업무상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글을 읽는 사람의 행동을 요청하는 글이라면 그 안에 글쓴이의 주장이 들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주장이 담긴 글이라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이유가 같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근거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 사실, 사례, 통계, 인용, 비유 등을 의미하고, 이유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논리, 추론, 분석, 견해 등을 의미합니다(백승권, <오피스 문해력>, 2023).  


논리는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나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이유는 엄밀한 사실이나 정확한 통계 등에 바탕을 둬야 하기 때문에 정확해야 합니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내용들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및 이유는 서로 연결되고 모순되거나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처럼 논리적인 글은 객관성, 정확성, 일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업무용 글쓰기는 주장하는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이유 등으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보통 두괄식 또는 양괄식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글쓴이가 주장하거나 제시하는 바를 독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이 되는 내용을 맨 앞부분에 제시합니다. 그리고,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이유들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를 이해시키거나 설득합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의사결정 또는 행동을 요청하는 사항을 한 번 더 언급하거나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는 형식을 띕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체중을 조절하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라고 권하는 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체중을 줄이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해라

피트니스 센터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면 체지방이 줄어들면서 체중 조절이 가능하고,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건강이 증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여 운동을 시작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라. 

 

세번째 요소는 ‘구성’입니다. 

대부분의 글은 시작과 중간, 마무리로 구성이 됩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기승전결이나 5단 구성들도 크게 보면 3단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구성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고, 읽는 사람을 설득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구성으로 가장 대표적인 ‘피레미(Fi+Re+Mi)’ 3단 구성법이 있습니다. 


글의 시작은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낚아채는(Fishing) 단계로 독자의 시선을 끌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야 합니다. 독자는 시작 부분을 읽으면서 30초가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그 글을 계속 읽을지 말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영향력(impact)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간 단계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Reasoning)합니다.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관련 사례를 드는 방법,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통계나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법 등이 가능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메시지(Message)를 던지면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글을 읽은 사람에게 생각의 변화나 행동을 요청하는(Call to Action) 무언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대략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됩니다. 


①     해법과 대안

②     요구와 요청

③     의견과 의지

④     인용과 비유

⑤     질문과 반전


지금까지 업무 문해력을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 3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외에도 물론 업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업무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적확하게 표현해 주는 단어를 잘 사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문장력도 중요합니다. 독자가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비문이 없이 매끄럽게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기 위해 숫자와 통계, 그래프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풍미가 좋은 조미료를 첨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세대가 바뀌면서 이메일이나 슬랙(Slack) 같은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죠. 너무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모티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글의 의도나 분위기를 담아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 체제를 사용하시는 경우 키보드에서 윈도우 이미지가 그려져 있는 키와 세미콜론(;)을 동시에 누르면 이모티콘 입력창이 뜨고 그 중에서 적절한 이모티콘을 찾아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업무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접근 방식과 업무 문해력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글쓰기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오늘 내용을 토대로 디지털 시대 업무 문해력의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Rain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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