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시대, 결국은 문해력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클릭한 웹 페이지를 읽는 데에 쓰는 시간은 평균 15초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우리가 방금 클릭한 내용이 마음이 드는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0.01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으로 금방 스크롤 해서 넘겨 버리거나 다른 콘텐츠로 넘어간다는 것이죠.
이처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인가를 읽고 이해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때 중간중간 스킵을 하거나 빨리감기를 하는 경우가 많죠. 오죽했으면 쇼츠(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가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습은 어떠십니까?
현대인들은 잠 잘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생활합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344번 이상, 최소한 4분에 한번 꼴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하네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관심도의 상당 부분을 스마트폰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많은 디지털 콘텐츠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 그 내용을 얼마나 잘 읽고 이해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화면이나 스크린을 통해 읽고 이해한다기보다 그냥 훑어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다양한 디지털 정보나 콘텐츠를 접하는 태도를 직장의 업무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각종 자료나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획을 하거나, 받은 이메일의 내용을 끝까지 읽지 않고 회신 메일을 작성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아마 업무를 위한 기본적인 읽기나 쓰기도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듣게 되지 않을지요?
문해력과 관련해서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무운을 빈다’, ‘사흘’, ‘심심한 사과’ 이런 표현들이 그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 사건들은 단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라서 발생한 해프닝이긴 했지만 문해력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만한 고민거리를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의 뜻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특정 산업, 그리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통용되는 용어의 뜻을 아는 것은 해당 조직에서 일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업무 현장에서는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업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해력은 무엇일까요? 잘 아시듯, 문해력의 기본적인 소양은 읽기, 듣기, 말하기,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심플하게 IPO(Input-Process-Output) 모델 관점에서 보면 읽기와 듣기는 Input에 해당하고, 말하기와 글쓰기는 Output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 기업 조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은 구성원들이 성과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역량을 갖추기를 원합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그림의 좌측 하단에 있는 호기심과 공감능력입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역량,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은 지적인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좀 더 탁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호기심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을 때 단순히 문해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해력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문해력이 의미하는 바는 이 그림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DT 또는 DX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이 꽤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급격한 기술의 발전 때문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파고 들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로 인해 우리가 사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외치며 변화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과 고객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달라집니다.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달라지는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기 위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심에 디지털이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단어도 많이 강조가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리터러시 앞에 데이터, 정보, 미디어, 인공지능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수식어로 표현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디지털 리터러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면 이제 우리 일터에서도 디지털 기반의 업무 문해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결국 말과 글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말과 글이라는 전달 도구를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에 따라 업무 문해력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말과 글도 디지털화 된 형태로 주고받게 됨에 따라 아날로그 방식의 문해력에 비해 디지털 방식의 문해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정보시스템이나 지식관리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 모델을 사용해 왔습니다. 업무 현장에서도 말이든 글이든 그 내용은 결국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 중 한 가지로 분류되어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혹자는 지식과 지혜 사이에 통찰(Insight)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에서 정보, 지식, 지혜 쪽으로 발전해 나갈수록 가치가 증가합니다.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업무 현장에서 말이나 글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정보 전달’, ‘의사 결정’, ‘의사 소통’ 3가지 정도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말이나 글을 통해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를 담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업무 문해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정보나 지식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업무 현장에서 말이나 글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정보 전달’, ‘의사 결정’, ‘의사 소통’ 3가지 정도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말이나 글을 통해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를 담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업무 문해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정보나 지식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머리 문해력>(송숙희 저, 2023)이라는 책에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읽기와 생각하기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 세 가지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문해력이 상승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서 도식에서 설명했던 IPO의 세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죠.
우선 주의 깊게 읽고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읽은 내용을 실제 업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읽기를 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입력 받은 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읽은 내용을 다시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연습이 큰 도움이 됩니다. 요약을 하려면 글의 내용에서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핵심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세부 내용을 구분해서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두번째로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길러야 합니다. 창조적인 사고는 같은 문제를 놓고서도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순서로 접근을 하는데, 이와 달리 자신만의 가설과 해결책을 먼저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 보는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논리적인 사고는 문제와 해결책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아무리 내가 제시한 해결책이 그럴듯해 보여도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세번째로 글쓰기는 문해력 중에서도 고도의 스킬이 필요한 일입니다. 글쓰기는 읽은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한 후, 이 생각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이해를 확고히 하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연습은 개인의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켜 내가 제시한 정보를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 남도록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욱 쉽고 매력적으로 꾸밀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나 지식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제공하게 되면 듣는 사람은 더 쉽게 이해하고 더 잘 기억하게 됩니다. 이는 단지 정보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인간의 감정 및 인지와 깊이 연결됩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의 업무 문해력이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관련 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디지털화 되어가는 업무 환경에서 필요한 업무 문해력의 기본 소양을 갖추게 되시길 바랍니다.
Rain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