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햇님 Jun 22. 2022

내 마음의 대나무 숲, 브런치

속상한 일 글로 날려본다


지역 출판, 1인 출판을 시작한 나의 아담한 공간.


삶을 통해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그런 느낌으로 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기대하고 있던 일이 어그러지면서 약간 기운이 빠졌다. 아마존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겨우 찾은 마음에 드는 원서였는데, 내가, 정확히는 내 출판사가 아직 출간 목록이 없어서 판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나보다 낮은 금액으로 오퍼 의사를 밝힌 회사가 있다고 하니,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다.     

 

이십 대 때 지나치게 열심히 살았다. 나를 보여주고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사회적 압박을 늘 느끼면서, 그게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멍하니 하면서도 다음 날이 되면 어김없이 몸과 마음을 바삐 움직였다. 그때는 멈추는 법을 도무지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삶의 속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등 떠밀려 가는 거,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나를 증명하는 일에도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 상황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 솔직히 씁쓸했다. 완벽한 은둔자는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거, 내 속도에 맞게 가야지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너 뭔데? 너를 증명해 봐!’ 하는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뇌 활동이 잠시 정지한다. 지금 내게는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그리고 ‘두고 봐라.’ 후자는 건강하지도, 어여쁘지도 않은 마음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잠깐만 이대로 이를 부득부득 갈아보려 한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그리고 내 마음은 또 작고 사소한 기쁨으로 금세 괜찮아지겠지. 내 회복 탄력성을 믿지만, 속상해서 몇 줄 적어본다.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일드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다?’의 한 장면.
작가의 이전글 출간 소식 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