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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Apr 27. 2024

여행자의 필요 리뷰와 해석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보았습니다. 프랑스인 여인이 한국에 머물며 사람들의 깊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는 독특한 방식의 프랑스어 강의를 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소소한 이야기로 섬세한 마음의 여정을 그린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독특한 것은 사람들이 이 여인의 과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일텐데요. 하지만 과거를 알지 못하더라도 신비롭게도 어느 순간 그녀와 교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녀의 강습과 존재에 대한 의심에도 그녀는 결코 화를 낸다거나 반발하지 않고 깊이 있는 인물에 대한 응시와 대화로서 의심들을 이겨냅니다. 본질적이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데 결코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강습을 받는 인물들은 공통점을 보이는데요. 악기를 연주한다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시인을 만나기 전에 피리를 불고 있었죠. 그녀의 피리 연주 실력은 형편 없었지만 진심을 다해 연주를 하고 있었다고 시인은 말하곤 했죠. 하지만 강습을 받는 인물들은 훨씬 더 숙력된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고 더 잘해보이고 싶은 욕망을 드러냅니다. 시인 또한 작은 전자 피아노를 연주하는데요. 그녀는 기억에 빠지지 말고 한음 한음 집중해서 연주하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여기에서 연주의 의미는 순간 순간 한 음에 집중해서 연주하는 것처럼 삶의 순간 순간 즉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인이 엄마에게 여인을 소개할 때도 그녀는 진지한 인물로 매순간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설명을 하기도하죠. 그녀는 연주 할 때의 마음을 물으며 강습을 시작하죠. 하지만 강습을 받는 인물들은 비슷한 피상적인 답변을 내놓는데요. 저는 여기서 보편적이고 피상적인 인간들의 삶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질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건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따라서 인물들은 자신의 내면의 깊은 마음을 찾아 갑니다. 그녀의 강습은 단순히 언어의 강의가 아닌 내면의 여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여행자가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시인은 예술가로서의 섬세함으로 그녀의 본질적인 마음을 알아 볼 수 있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존중과 사랑이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려 외롭고 고된 여행자인 그녀의 삶에 온기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막걸리는 그녀의 최애이자 소중한 휴식을 선사하는 소재입니다. 한국에서 밖에 맛볼수 없는 생막걸리 또한 그녀가 한국에 머무는 이유가 아닐가요? 


 한국적인 부모인 엄마의 등장이 영화의 한국적 특성을 부여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홍상수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격양된 대사와 행동들이 영화 속에서 활력을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걱정으로 자식의 삶에 관여하는 전형적인 한국 부모상을 보여줍니다. 


 고단하고 바쁜 삶 속에서 잠시 삶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잠시간의 온기를 준 소중한 선물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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