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의 건조한 눈빛에서 많은 것이 느껴집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좋은 실력과 팀의 우승을 가져왔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슬픔을 안고 있는 인물이죠. 영화는 야구선수 광호의 모습으로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병폐를 보여줍니다. 인맥과 재산으로 무장한 카르텔이 실력 있는 젊은이의 꿈을 짓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호는 결코 순결한 패배자로 남겨지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손에 더러움을 묻히고 서라도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해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로 유사 휘발유를 제조하는 불법적인 일을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감독에게 뇌물을 바쳐달라며 아버지에게 부탁을 하죠.
이정곤 감독은 위험한 모험을 합니다. 재광의 도덕적 흠결이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순결한 패배자의 길을 걷는 것이 더 보수적인 관객들에게 안정적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이런 인물을 통해 더 뼈아플 수도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광호을 추동하는 것은 절실함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꿈을 이루고 이 지옥 같은 진탕을 벗어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편으론 운을 타고 나지 못한 광호의 모습이 안쓰럽게 보여 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광호는 철저히 고독하고 혼자 남게 됩니다. 자신을 도왔던 친구마저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광호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절실하게 꿈을 찾아 해매는 수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할 어른들 또한 결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죠. 젊은이들의 꿈을 빨아 먹고 사는 야구감독은 대표적으로 탐욕적이고 나쁜 인간이죠. 광호의 아버지 또한 바른 길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꿈을 위해 정진하던 재광이 나쁜 길에 휘말리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현실 속에서 나쁜 선택에 빠지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고, 이런 좌절을 겪은 젊은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게 될 날들이 암울하게만 보였습니다.
영화는 척박한 삶 속에서 절실하게 살아가는 광호의 모습을 밀도 있게 담아냈습니다. 광호의 아픔과 좌절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계속하게 된 광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절실함 속에서 그릇된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지만, 더 나은 선택으로 다음에 걸어갈 젊은이들을 이끌 수 있는 광호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