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언 Jan 24. 2018

배민다움 브랜딩 스토리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님 강연


지난 해 11월 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의 강연을 들었다.

'배민다움 브랜딩 스토리'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강연이었고, 고려대학교 스타트업 연구원에서 마련해준 기회였다. 좋은 건 나눠야지! 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본다.


비록 당시까지 배달의 민족을 써본 적은 없지만 그 서비스가 어떤 사람인 것처럼 생생히 그려지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특히 스타트업임에도 확고한 브랜드를 지닌 사례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브런치에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배민 사용 경험이 생겼다! 연말, 연초에 크게 아팠던 내게 정말로 요긴했던 서비스.)


"~다움 만들기"

강연은 크게 1. 브랜딩 2. 조직 문화 차원으로 이루어졌다. 강연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배민다움> 책과 비슷하니 인상 깊은 내용 위주로 정리해볼 예정이고, 강연 외 추가적인 내용 역시 포함되어 있다. 논의의 순서 역시 재배치되어 있다.


업의 개념: 내 사업의 본질을 정의
기준이 되는 타겟을 설정하라
내부 브랜딩: 업의 개념을 내재화하라


1부 브랜딩


브랜딩이란?

늘 함께 따라나오는 개념인 마케팅과 비교해보면,

마케팅이란? 사게 하는 것이다. 예) 예산 들여서 KPI 얼마 달성할 것. ROI 등등

브랜딩이란? 사랑하게 하는 것. 더 고차원적이고 측정이 어렵다. 예) 돈 많이 버리는 분기 발생...

이 말은 마케팅을 한다고 브랜딩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딩의 경우 상당 부분 마케팅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구매하기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라는 것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업의 개념 정의하기

모든 일의 시작은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배달음식이란 무엇일까?

배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주관적 정의를 내렸고, 모든 마케팅은 여기에서 나왔다. 따라서 배민의 업의 본질은 designer for joyfulmoment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시장에서 1등하기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

그러나, 확장은 가능하다. 인접한 그룹도 좋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왕기 작가의 <목요일의 목어>에 의하면, 마케팅에서 2등이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샴푸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없다면

쪼개고 쪼개서 비듬 / 10대후반- /고등학생… / 남자 고등학생 … / 서울 지역 남자고등학생 중 가계 소득 상위20% 이상 중 1등,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280627


신병철 박사 <위대한 브랜드 되는 3가지 방법>

1. 아주 작은 영역이라도 영역을 쪼개라
2. 쪼갠 영역에서 1등 해라
3.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라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타겟 고객층이 확실히 만족하면 퍼지면서 좋아하게 된다.


(+ 모두를 감동시키려면 아무도 감동하지 않지만, 한 명을 감동시키면 모두가 감동한다는 것도 유사한 교휸이다. 경희야, 너는 먹을 때 제일 예뻐 사례)


배달 음식을 시키는 막내, 자취생들이 좋아할 홍대문화, parody, B급, 웹툰, 짤방, 키치와 같은 컨셉을 가져가기 시작했더니, 이후에 4050대도 '우리도 그거 좋아해'라고 따라왔다고 한다.


정체성에서 인성(페르소나)으로
정체성을 식별하는데 도움이 되고 인성은 끌어당기는데 도움이 된다.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정체성과 인성이란?

처음 설정하게 되는 '정체성'은 식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어 다른 사람과 구분지어주는 개념을 가리킨다.

이후 '인성'은 내가 누군지 설명해주는 것으로, 끌어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


즉, 페르소나, 인성, 자기다움이란?

의도를 가지고 꾸준한 행동을 하는 것. 남들에게 보여줌.

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무한도전 정준하가 정말 바보일까요,

라고 운을 띄우셨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 여기서 연예인이야말로 브랜딩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무한도전의 성공 요인은 개릭터의 조화로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 여러 예능인들이 각자 개성있는 캐릭터를 맡고 있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가 재미있게 느껴진 것이다.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누린 기안84, 박나래 등이 출연하는 나혼자산다 역시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본인의 확고한 정체성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렇게 자기다움을 가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정의

시간

자신을 '정의'내리고, 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시간'적인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적용된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인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는 '브랜드'로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그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사례

#배민문방구

고객에 꺼버리면 그만인 차가운 모바일 서비스라는 데에서 브랜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 가이드는 간단했다. 풋! 하거나 아~ 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제품이면 OK.

너무나도 유명한 배달문방구 제품들. 이런십육기가라고 쓰여진 USB, 내 번호 지우지 말라고 하는 지우개 등등 각종 언어유희와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문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5년을 꾸준히 했더니, 결국 상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핵심은 수상이 아니라 배민문방구가 큰 사랑을 받았고 배달의 민족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남과 다름, 자기다움?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남을 들여다보지 말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였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곧 '자기다움'은 아니다. 차별화를 위해 경쟁사를 분석하고 SWOT을 하면 오히려 똑같아진다는 것이다. 이미 시작이 남을 보는 데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누구인가?' 자기에 집중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


기존 제품/서비스부터 머릿속에 떠올리지 말고, 

내가 뭘 하려고 하는가? 내가 무엇인가?

부터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비단 사업 뿐만이 아니라 내 삶을 사는 데에도 유효한 접근방식일 것이다.




2부 우아한 문화 & 인터널 브랜딩


마케팅 = marketing 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향하는 것으로 external 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부에서는 internal 한 개념인, 인터널 브랜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널 브랜딩의 핵심은 업의 개념을 내재화하는 것으로, 조직 구성원 자체가 해당 브랜드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브랜드여야 먹힌다"


왜 일을 시작했지? 이거 왜 하고 있지?

를 아는 사람들이 만드는 제품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은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배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 아니 어떤 사람들일까?

회사명도 작곡가 '용감한 형제'를, 디자인 역시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를 패러디한 걸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 정도 일관성... 어마어마하다.


그렇다. 창업진들부터 '패러디'하는 사람들이었다. B급 정신이라는 코드를 억지로 흉내낸 것이 아니고, 그들 본연의 모습이었던 게 배민 성공 요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끊임없는 체화

외부 브랜딩 & 내부 브랜딩을 함께 진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잡지테러광고


2012년 12월부터 꾸준히 실행한 배달의 민족 '잡지 테러'가 바로 그것이다.


잡지의 경우, 명확한 주제별로 발간되기 때문에 타겟이 분명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곳에 배민의 감성을 넣을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일환이었고, 1달에 1번 새로운 잡지에 어울리는 카피를 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 많은 직원들이 참여했다. 같이 브레인스토밍하고 논의하는 그 과정 속에서 '배민스러움'을 체화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카피 작성부터 홍보, 브랜딩, 사내문화 관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마케팅 팀에서 진행했죠. 당시 서비스 규모도 작은 편이었는데요. 광고를 통해 신규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에 열광하는 핵심 고객을 찾고 그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배달의민족 핵심 고객은 회사 ‘막내’와 ‘자취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죠. 즉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였습니다.”

출처: [스타트업 마케팅 고수를 찾아서] (3)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공감하라…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 이사


2017년 3월 기사를 찾아밨을 때 엿볼 수 있는 건 마케팅팀이 초반 사내 문화 관리까지 도맡았다는 것이다. 핵심 고객과의 소통을 맡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배민' 초기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치믈리에 자격증' 마케팅 역시, 사내에서 시작한 행사였다고 한다.

신입 사원들의 오리엔테이션 일환으로 했던 것이, '와 재밌는데 이거 해보자'라는 식으로 흘러갔던 것.

사내에서 구성원들을 '배민스럽게' 하기 위한 시도가 외부 소비자에게 적용되었을 때도 그대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터널 브랜딩과 외부 브랜딩이 일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바로 수상이라는 쾌거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platum.kr/archives/91605



비단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삶, 그리고 더 큰 기업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내용이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대표님의 SNS 활용에 대한 내용이었다. SNS 상에 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시는 편이었는데

제가 책을 많이 읽을까요? 라고 하시더니

본인의 학벌 등등으로 책 많이 읽는 듯한 사람으로 비추어지길 의도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 결과 심지어 최근에는 출판사와의 어떠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으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비단 '배민다움'뿐만 아니라,

본 강연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 '셀프 브랜딩'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이를 어떻게 시간을 두고 표현할 것인가?


나에게 브런치가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