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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by 돌바람


봄비가 잊을 새도 없이 종종 내렸다.

덕분에 온 천지에 초록이 물씬 제 빛깔을 두텁게 만들어간다.


어느 주차장 아스팔트로 가득한 그곳에

풀 한 포기 삐죽하고 솟아 올랐다.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씨앗이

아스팔트 작은 틈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내었겠지.


비록 비옥한 양분이 없는 거친 곳이어도

비록 뿌리를 뻗기에도 충분치 않은 공간이어도

흙은커녕 아스팔트 작은 틈에 먼지만 끼여 있는 곳이어도

틈만 나면!!


참으로 어렵고 힘겨웠겠으나

끝내 그 틈으로 제 존재를 밀어 올려내는 모습이

가히 대견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꽃길은커녕, 흙길도 아닌, 아스팔트 틈에서~!




왠지 부정적으로만 들리던 그 단어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그러고 보니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나 보다.

그동안 찍어두었던 수많은 틈새 풀들이 그런 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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