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낙동강변에서
맨발 걷기(3)
레이저빛 음악이 섞여서 흐르는 곳.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춤을 추고 마구 흔들어대면 얼씨구 살맛 나요~
거대한 자연나이트에 오신 님이여~
노래가 흐르고 강물이 흐르고 빛이 흐르는 무대는 템즈와 세느보다 일취월장하도다.
세계 최고의 자연나이트! 세계인이여 이 장관을 보라~
공사 막바지인 잠수교 작은 인도다리를 연결하면 남북 좌우 밤풍광을 가슴 가득히 안고 걷는다는 황홀감에 빠진다.
착잡한 발바닥은 감칠맛 나게 모래 속에서 척척 감긴다.
잠시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무념무상 근심걱정이 잊힌 채 하늘아래 무릉도원이 이 멋이런가~
옛날 신선이 신선놀음할 적 호롱불 촛불 켜놓고 한 게 아니라 밤놀이는 거의 없었다.
오늘의 신선놀음은 낮엔 일하고 밤엔 낙동강에서 풍류를 만사 잊고 즐기다가 하늘로 올라가려무나.
낙단다리에서 은은하게 학이 물 춤추는 물보라를 일으키면 레이저빛이 물흐름을 비춰주고 물소리에 사위의 작은 소리가 물에 묻히고 얼씨구 좋을씨고 물잔치가 벌어진다.
몸속의 토파민이 흘러나오는 기분이 된다.
몇 며칠 몇 회 맨발로 왔다 갔다 걸으니 이젠 초보자를 벗어나고 있다.
일반모래 간간히 자갈은 짧게 굵은 갈색모래가 강변에 깔려있다.
갈색모래도 처음엔 발바닥이 아프더니 이젠 가장 친숙하게 되었으며 자갈은 처음 턱도 없어 지나쳤으나 이젠 제법 천천히 돌파한다.
결론은 안동시장 중간업적 중에 가장 잘한 시정을 꼽으라면 시민에게 직접 와닿는 낙동강 수변을 파라다이스처럼 아름답게 꾸며놓은 거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중에 맨발 걷기 코스가 으뜸이다.
나일 아마존 미시시피 양쯔 황하는 너무 광활하고 우리 입맛에 강폭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낙동강이 딱 맞다.
이 골 저 골짜기 도랑과실개천에서 함께 모여 낙동강이 되었다.
자 여기서 출발하자.
바다를 향하여 보이지 않는 먼지와 악머구리난장 재즈의 혼탁한 성냥갑 속의 나이트보다 신선한 공기와 물이 어우러진 탁 트인 낙동강변의 나이트에 오시구려~
밤 열 시인데도 시민들은 이따금씩 소곤거리며 걷는다.
방구석 텔레비전만 끌어안고 쑥덕거리지 말고 저녁 간단히 해결하고 강변으로 와 보소.
학이 날고 물이 춤추고 레이저와 컬러빛이 희한해요.
밤하늘엔 달님이 떠서 빙그레 구경하면서 달빛을 비춰주고 있어요~
맨발 걷기(4)
맨발로 걷다 보면 마음도 씻어지고 당신의 가슴도 넓어져서 자연스럽게 가족에게도 타인에게도 부드럽게 대할 것이다.
땅속의 좋은 기운은 발바닥을 통하여 몸속으로 들어오고 몸속의 나쁜 기운은 발바닥을 통하여 땅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내 몸이 가뿐 해 진다.
발바닥이 차갑지 않으냐고 묻는데 지금은 차지도 덥지도 않고 맨발 걷기 딱 맞으며 겨울엔 핫팩을 발등에 붙이고 걸으면 되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맨발 걷기 동호회도 결성될 걸로 안다.
일요일엔 시간 나면 동해 고래불 해변을 걸으면 된다.
낙동강변이나 바닷가나 여자들 숫자가 더 많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이 걸으니 여자들이 오래 산다.
희한한 논리 같지만 남자는 격한 운동 노동 몸을 혹사하고 여잔 서서히 조금씩 움직이니 장수한다는 이치다.
옛날엔 하염없이 맨발로 걷거나 걸으면서 중얼되면 반풍 미쳤다고 봤으나 지금 걷는 것은 마음 씻기 위함이요 중얼거리는 것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 누가 간섭하는 이 없고 지멋에 산다.
강변의 실내체육관 지붕에도 동그랗게 두줄 컬러불이 밝혀져서 은은히 돌아간다.
강 이쪽에서 보면 마치 궁전 같아 보인다.
사각사각 모래 밟는 소릴 들으면서 우리 같이 잠시 신선이 되어보지 않을래요~
걷다가 물 위를 걸어가는 신선 말이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란 아름다운 나라 합창노래가 경쾌하게 흘러와 귓전을 때린다.
친구 시민이여~ 낙동강나이트 와서 오늘밤 나와 즐기지 않을래요~
세월이 조금 지나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하고 몇 사람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워서~
쓴이
안동사랑 (최정화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