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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Nov 07. 2024

맨발 걷기(5)

잠시 멍 때리다가 돌아온다



맨발 걷기(5)


낙동강 수변은 내 친구

모래바닥을 맨발로 갈팡질팡 걸어본다.

지그재그 게걸음으로 비뚤비뚤 뒷걸음으로도 걸어본다.

미친 듯이 걷고 또 걸어본다.

 

낮엔 일 하고 땅거미가 몰려오면 어슬렁 강변으로 간다.

중간엔 발 씻는 세족장과 신을 놔두는 보관함도 있다.

키 낮은 가을 들국화가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무수히 찍힌 발자국 따라 걷는다.

나만의 시간.

이것저것 명상의 시간이다.

걸음걸이가 적다 싶으면 한 바퀴 더 돌면 된다.

저 먼발치서 여자를 한 발짝 앞 세우고 동근얼굴 모습의 한 사람이 걸어온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는 황순녀여사이고 뒤따르는 남자는 안동시장이다.


-시장님요 뭐 하려고 나오셨습니까?-

-맨발이 좋다길래 가끔 걸어봅니다-

-시민은 왜 나왔습니까?-

-물과 자연 벗 삼아 깨달으러 나왔습니다-

-이철우 도백은 맨발 걷기가 생명치유 도움 준다길래 생체실험 한다던데요-

-몸에 좋다고 하니 걷는 것이지요-


영가다리에 설치한 학이 날갯짓하는 모습으로 물을 뿜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참 멋있다,라고 했더니 시장은

이것 시험 중인데 곧 완성될 겁니다,라고 했다


-강 주변을 잘 가꾸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 갈 겁니다-


시장은 사전점검도 할 겸 살펴보는 것으로 봐서 시정 사업을 그때그때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 온 뒤 촉촉이 젖은 모래는 색다른 느낌으로 발바닥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 촉감은 시원하면서 알싸하게 전해져 온다.

일단 내 몸에 정전기가 없어졌다. 

이것이 접지 효과인가 신통방통하다.

발바닥의 흰 각질 부스러기도 사라졌다.

나만 아는 강변카페는 동강과 낙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돌덩이 위다. 

궁둥이를 돌덩이에 붙여놓고 잠시 멍 때리다가 돌아온다.

 

우우우 부부부~

물소릴 들으면서...



깊어가는 가을밤 (최정화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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