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멍 때리다가 돌아온다
맨발 걷기(5)
모래바닥을 맨발로 갈팡질팡 걸어본다.
지그재그 게걸음으로 비뚤비뚤 뒷걸음으로도 걸어본다.
미친 듯이 걷고 또 걸어본다.
낮엔 일 하고 땅거미가 몰려오면 어슬렁 강변으로 간다.
중간엔 발 씻는 세족장과 신을 놔두는 보관함도 있다.
키 낮은 가을 들국화가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무수히 찍힌 발자국 따라 걷는다.
나만의 시간.
이것저것 명상의 시간이다.
걸음걸이가 적다 싶으면 한 바퀴 더 돌면 된다.
저 먼발치서 여자를 한 발짝 앞 세우고 동근얼굴 모습의 한 사람이 걸어온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는 황순녀여사이고 뒤따르는 남자는 안동시장이다.
-시장님요 뭐 하려고 나오셨습니까?-
-맨발이 좋다길래 가끔 걸어봅니다-
-시민은 왜 나왔습니까?-
-물과 자연 벗 삼아 깨달으러 나왔습니다-
-이철우 도백은 맨발 걷기가 생명치유 도움 준다길래 생체실험 한다던데요-
-몸에 좋다고 하니 걷는 것이지요-
영가다리에 설치한 학이 날갯짓하는 모습으로 물을 뿜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참 멋있다,라고 했더니 시장은
이것 시험 중인데 곧 완성될 겁니다,라고 했다
-강 주변을 잘 가꾸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 갈 겁니다-
시장은 사전점검도 할 겸 살펴보는 것으로 봐서 시정 사업을 그때그때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 온 뒤 촉촉이 젖은 모래는 색다른 느낌으로 발바닥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 촉감은 시원하면서 알싸하게 전해져 온다.
일단 내 몸에 정전기가 없어졌다.
이것이 접지 효과인가 신통방통하다.
발바닥의 흰 각질 부스러기도 사라졌다.
나만 아는 강변카페는 동강과 낙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돌덩이 위다.
궁둥이를 돌덩이에 붙여놓고 잠시 멍 때리다가 돌아온다.
우우우 부부부~
물소릴 들으면서...
깊어가는 가을밤 (최정화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