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피 Dec 03. 2024

통영 이순신장군배 탁구 대회

예선통과 확정


통영 체육관에서 이른 아침 예선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예선 통과 확정.



게임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대진표에서 끄트머리 조도 아닌 중간조인데 한 명이 없었다. 아마 대진이 짜인 직후 누군가 취소했으리라. 하여 새로이 짜기도 어려워 그대로 올렸으리라. 대진표를 보는 순간, 도파민이 콸콸 분비되는 이 기분.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6부가 된 이후 늘 아침 일찍 제일 먼저 예선을 치르느라 여간 힘들고 긴장되는 게 아닌데 이번에는 편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임하게 되었다. 그저 몸 푸는 단계, 그것이 예선의 본질일진대 나처럼 미숙한 실력의 소유자들은 죽기 살기로 덤벼야 겨우 통과하는 입장이다. 물론 그 입장이 크게 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조금 나아지긴 했다. 1년여간 고생했다고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예선에서 한게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다 느긋하게 다른 이들 게임 구경 다니고 응원하고 벤치도 봐주고 그러다 본선에 들어가는 거지. 캬~이게 미리 예선통과된 이의 여유로구나 싶었다.


벌써부터 우리 구장 사람을 섭외해 심판석에 앉히고 기다렸다.

대구에서 온 아주 어린(20대 초반) 선수가 왔다. 어린 선수니까 드라이브가 촥촥 감기겠지? 기왕이면 조 1위로 갔으면 했는데 뭐 어때, 2등도 괜찮다 하며 편한 맘으로 랠리 했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고 팽팽한 초반이 지나니 서로 간 실력차가 드러났다. 여기서 실력차란, 게임에 임하는 멘털과 평소 실력, 전술 전략 경험 패턴,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노련함, 자신만의 3구 5구 시스템의 다양성과 확실성, 뭐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대구의 어린 선수는 아직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실수가 많았다. 그간 대회를 다니며 게임에 임할 때는 팽팽한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는데, 딱 두 번 여유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9대 0이나 10대 0이 되는 순간이다. 어떻게 매너 점수 1점을 줄까? 고민하게 된다. 서로 진지한 가운데 어설픈 연기로 1점을 주면, 어쩌면 상대에게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서 정말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실점하지? 아, 이런 경험이 잘 없다 보니 너무나 행복한 고민이 틀림없다. 팽팽한 게임에서 승리할 때도 좋지만, 이처럼 여유가 넘치는 게임도 좋다. 대구의 어린 선수에게 1점을 준다는 게 5점까지 헌납했지만, 3대 0으로 가볍게 이겼다. 악수하며 "저도 대구 출신입니다" 하고 인사했다. 어린 선수는 "아, 그러세요?" 하면서 스스럼없이 웃어주었다. 


본선 1회전


또 젊은 20대 선수를 만났다. 

지역 대학 출신의 실력자다. 평소 이름을 많이 들었다. 먼저 조 2위끼리의 승부에 나는 심판을 보았고 승리한 지역 대학 실력자 이 선수와 맞붙게 되었다. 이날 감기가 심해 반팔 반바지 위로 긴팔 긴바지를 겹쳐 입고 있었다. 예선에서부터 줄곧 벗지 않고 1세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1세트가 끝나자마자 후다닥 벗었다. 시소게임 끝에 첫 세트를 내줬고 세트 스코어 2대 2가 되었다. 5세트에서 나는 11대 1로 패했다. 체력이 금방 소진되어 마지막 세트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켜보던 구장 사람들이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5세트까지 끌고 갔기에 후련했다. 


단체전


두 번 연속 만났던 거제 연합팀을 세 번째 만났다. 

거제 연합팀은 우승도 했던 강팀이다. 나는 3번으로 나가 2대 0으로 이기다 2대 2로 잡혔다가 5세트에서 사력을 다해 승리했다. 이윽고 2승 2패가 되어 복식에 들어가 3대 0 깨끗이 졌다. 복식 파트너인 규옥이에게 잔소리를 참 많이도 들었다. 이때 느낀 건 '나는 참 복식을 못하는구나'였다. 나는 왜 이다지도 복식을 못할까. 3구에 바로 걸어야지 그걸 커트 대고 있지를 않나, 기껏 걸어봤자 루프드라이브만 거니 파트너 보기에도 참 미안할 지경이다. 할 말이 없었다. 예전 우리 구장 에이스 성준 형과 규옥이는 참 호흡이 잘 맞았는데 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막상 플레이할 때 주눅이 들어 과감히 걸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았다. 다음 대회(창녕) 복식을 위해 영삼 형에게 말했다. 영삼 형은 대회에서 유일하게 나와 복식을 맞췄을 때 결과가 좋은 파트너다. 영삼 형도 규옥이와 복식을 맞췄을 때는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나랑 같이 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 분석하건대 규옥이는 공격형이고 나는 수비형이고 영삼 형은 중간이다.(이것은 규옥이가 말한 거) 나도 동의하는 분석이다. 영삼 형과 나는 복식 할 때 어떻게 하면 막을까! 하고 게임에 임한다. 그러나 규옥이는 어떻게 하면 한방 제껴서 공격할까! 가 분명하다. 공격과 수비,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수비형은 일단 먼저 실수를 하지 않는 점이 좋고 공격형은 먼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수비형은 공격이 좋은 팀에게 그대로 무너질수도 있고 공격형은 화려하게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거나 복식 이거 참 문제다. 


통영대회는 지난주에 치렀고 이틀 전 사천대회가 있어서 먼저 후기를 남겼어야 했는데 이놈의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후기를 남긴다. 이제 며칠뒤 주말에는 창녕대회가 있다. 3주 연속 대회다. 


1승을 위하여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나날이 지나간다. 그 1승에 얼마나 많은 자신감이 생성되는지, 그 1승에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는지, 이제 6부에서, 2부 단체전에서도 성과 낼 때가 왔다. 그간 졌던 상대를 다시 만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주눅 들지만 지지 않는다는 승부욕도 차츰 차오르고 있다. 지더라도 좀 더 근접하게 져야지 하는 마음. 


대회에 도전하는 마음이 어느덧 즐기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즐기다 보면 결과가 대수랴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이런 탁구대회도 뛸 수 있을 때 하는 거 아닐까 싶다.


올해 대회도 막바지를 향해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