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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Dec 20. 2024

밤마다 탁구장 가는 남자

탁구장 가는 이유는?




매일 간다.



일상에 특별히 다른 이벤트가 있지 않은 이상 매번 출근 도장을 찍는다. 이렇게 열심히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을 위해 일정한 운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딱히 할만한 운동이 없어서? 어쩌면 그럴지도. 날씨에 좌우되지 않고 일단 탁구장에 가기만 하면 하루 운동량은 충분히 채우게 된다. 가벼운 랠리로 몸 풀고 게임하게 되면, 사람 대 사람으로 즉각 승부가 가려진다. 승패에 따라 아주 작고 가벼운 것이라 하더라도 희비가 엇갈린다. 때로 음료수 내기를 걸기도 하고 자존심이 걸리기도 한다. 이기고 지고에 따라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질 때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고 이길 때 이기더라도 보다 다양한 전략으로 멋지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러면 절로 운동이 되고 땀이 난다. 몸에 열이 올라 절정을 향해 게임 혹은 연습에 본격 빠져든다. 뭐가 부족한지, 뭐를 다듬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운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 시스템이 마냥 이상적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잘되던 기술이 어느 날 안되기 시작하고 웅덩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왜 이러지? 왜 안되지? 고민하면서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점검하고 시도해 본다. 연습하던 줄기를 베어내고 새로운 연습 줄기를 내 쭉쭉 뻗어간다. 탁구실력이란 게 1부터 10까지 갔다가도 어느 날 5가 되어 있기도 하고 제로,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어 있기도 하다. 아직 여기서 헤매나. 지난번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저 사람에게 승리하지 못하다니. 가지고 논다고 여겼는데 쩔쩔매다 지다니. 오늘 컨디션이 안 좋나? 날씨가 추워서? 앞서 게임을 많이 해서? 저녁을 적게 먹어서? 간밤에 잠을 설쳐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어서? 사춘기 아이의 평소보다 쌀쌀맞은 시선에 움츠러들었나? 


이게 실력이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지금의 상태. 이것이 진정 평균적인 실력이 아닐까. 이길 때만 실력인가? 아니다. 지는 것도 실력이다. 지난번 이겼다고 해서 그에게 이길만한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아니다. 질 때는 질만한 실력이라는 게 현실이다. 앞서 모든 컨디션에 대한 추적은 별 의미가 없다. 상대라고 해서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최악의 컨디션에서 맞붙었을 때 그제야 실력의 바닥이 나오는 거다. 바닥이라고 마냥 변명거리만 찾고 다음엔 다를 거야, 라며 자위하는데 그건 착각일 뿐, 좋든 싫든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6부가 된 지 1년 반. 

슬럼프.

성적이 나지 않는다. 

잘할 때는 입상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못할 때는 여지없이 예선탈락. 지면 어떤가. 패배하면 어때. 까짓 아무것도 아니다.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는 거. 승리와 패배에 연연하지 않는 거. 그저 최선을 다하는 거. 마지막 상대의 공이 멋지게 들어와 꽂힐 때 아~끝났구나, 장렬히 꾸벅하고 축하의 한마디 전할 수 있는 거 그게 중요한 거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는 마음, 품에 간직해 묵묵히 스윙에 전념하는 거. 그거면 된다. 언제고 그날이 오겠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멈추지만 않으면 되는 거. 그래서 매일 간다.


계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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