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깔레데페레이로스~라바꼬야_21km
A Calle de Ferreiros~Lavacolla
어제처럼 부슬비가 내리는 날이다.
작은 동네라 식당은 없고 바만 있었어서 어제 2시쯤 샌드위치를 먹은게 전부라 주린 배를 안고 출발한다.
산티아고까지 30킬로라니 이제는 거리가 아닌 걸음수를 헤아려야 할때다. 보통 10킬로에 13000보쯤 되던데 오늘 3만보쯤 걷겠고 내일 15000보쯤 걸으면 산띠아고에 닿으리라.
폭우가 아닌걸 천만다행으로 알아얄텐데 이틀연속 찌푸린 하늘이 반갑지는 않다. 새벽마다 보았던 별들도 아름다운 일출도 오늘은 아니리라.
어둑한 길을 두시간 가까이 걸은 후에 바에서 페스추리와 오렌지주스로 요기를 하고는 다시 걷는다. 날이 밝으니 순례자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심지어 봉고차만한 벤이 순례자 예닐곱명을 길에 내려주기도 하는 걸 목격하면서 이 못보던 분들은 다 사리아 출발이겠구나 한다.
그들이 하루 두번이상 순례자 여권에 스탬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까미노 곳곳에 작은 가판대에다 기념품들을 늘어놓고 스탬프장사를 하는 잡상인들도 여럿이다.
어쩐일인지 경찰차까지 순례중이다. 순례자가 너무 많다보니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까미노에서 들르는 마지막 바일 것 같으므로 이름까지 되뇌어보는 casa porta de santiago에서 어쩌면 마지막일 듯한 또르띠야에 시원한 생맥주로 갈증을 푼다. 대부분의 바에서 브런치로 먹은 또르띠야는 주로 슬라이스 감자에다 계란으로 동그랗게 익혀서 조각피자 모양으로 잘라주는데 페스추리보단 나으므로 질리도록 먹은 것 같다. 시코쿠 오헨로미치였으면 주로 우동이나 라멘일텐데, 또르띠야는 더이상 안먹겠다는 다짐.
거리는 30에서 시작해서 점점점 줄어들더니 종착지에서 10.350이 남는다. 어쩌면 산티아고 전 마지막 성당일 듯한 곳에서 기도와 스탬프를 찍고 숙소로 오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이 밀린다.
바에서 잠시 멍때리며 두어군데 통화를 하고는 체크인해서 샤워하고 빨래하고 조금 잤나보다. 동네랄 것도 없는 동네를 다시 한바퀴 도는데 아까의 성당앞에서 한 서양청년이 엎드려 울고 있다. 옷은 차치하고 큰 배낭이 아랫부분은 먼지덩어리라 생장에서 시작했을 분위긴데 이제껏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산티아고가 딱 10킬로 남은 이 마지막 성당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순례자가 많다더니 그 중 한명을 목격한다. 덩치가 나보다 두배인 아이를 안쓰러워서 한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금발머리 남자아이가 와서 델구간다. 오늘 산타아고까지 들어가나보다.
나는, 눈물은 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또 모르지... 내일은 산티아고다.
페스츄리 쥬스 3.8
또르띠야 맥주 7
숙소 21.5
디너 25.7
합계 58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