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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Jul 30. 2021

진돗개에 대하여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들


- 목화에서 모카


목화, 모카.

3년을 망설이다 입양하게 된 우리 진돗개 믹스. 모카.​

모카의 엄마, 달래를 구조해주신 분이 지어준 이름은 목화솜처럼 이쁘다고 목화였는데 입양을 하면서 발음하기 쉽게 바꾼 새이름이 모카이다. 모카는 30파운드가 조금 안되는 작은 사이즈의 진돗개 믹스이다.

모카의 엄마는 태어나서 한번도 풀리지 못한 목줄에 매여 6살이었나, 구조자님이 구조하기 전까지 꽤나 긴 시간을 목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자리에서 살았던 하얀백구이다. 아빠는 모르지만 달래는 모카를 비롯해 동백이, 나무, 단풍이 네 자매를 낳았고 그 자매들은 캐나다, 미국, 독일, 그리고 구조자님 댁에 입양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있다. ​


강아지를 입양하는 일은 나와 남편에게 너무도 큰 책임을 가지게하는 일이어서 그동안 우리가 좋은 개 주인이 될수있을까 고민하며 쉘터에서 개들을 임시보호도 해보면서 신중하게 생각해왔었다. ​


그러던 우리가 모카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고 바로 결정한 것은 - 아마도 이런 게 인연이라고 부르는 일인가보다. 오래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 결정은 정말 빨랐다. 그리고 모카는 한국에서16시간 비행기를 타고 2020년 6월 11일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 진돗개에 대하여


한국에서 살면서 또 미국에서 살면서 진돗개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


정말 진도에서 관리하는 진도혈통의 진돗개는 몇마리 되지 않는 걸로 알고있고 대부분은 진도믹스 - 시골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아무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시골에서 집지키는 개 - 굳이 품종도 없는 개를 집에서 키워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개였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진도믹스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


어렸을때 집에서 요크셔 테리어를 키웠었고 집에서 키우는 개는 뭔가 품종이 있어야 할 것 같았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미국에와서 느낀 점중에 한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품종이 모르는 개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길을 걷다 만나는 많은 수의 개들의 품종을 물어보면 다들 저먼 세퍼드에 누구에 누구가 섞였다며 말하던지 아니면 쉘터에서 데려와서 잘 모르는데 자기 생각에는 이렇다며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종인지 자체를 물어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누가 봐도 품종견이면 물어볼 필요가 없고, 품종을 알 수 없어도 남이 키우는 개의 품종을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사실 모카는 어떤 품종인지에 대한 질문을 매번 받지만 이 이야기는 뒤로 미루기로 한다)

또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브리더를 통해 강아지를 “구입” 사람들도 있지만 개를 키우기 위해서 “입양”하는 경우가 반이상이 되는 것 같다.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들


확실한 한가지는 진돗개 믹스는 정말 예쁜 개라는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개는 귀가 접혀있지만 솟아있는 귀에 fit된 몸매, 적당한 사이즈, 그리고 주인에게 충성하고 용맹한 성격. ​


모카와 길을 걸으면 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종인지 물어본다. 미국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종이라 순수한 호기심도 있지만 물어보는 눈빛에서 나는 이 개가 어떤 종인지 알고싶고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읽을 수 있다(주관적인 생각 주의) 대부분 진돗개를 처음들어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 의외로 10명에 한명정도 진돗개를 아는 사람이 있다 - 모카를 보고 진도라는 개를 알고 예쁘고 성격도 좋다며 엄청난 칭찬을 하며 돌아간다. ​


가까이 보는 것보다 오히려 먼 곳에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그 흔함에 가려져 알 수 없었던 진돗개의 장점들이 미국에서 다른 많은 개들과 함께 있을때 알 수 있었다.

지난달 모카를 입양한지 일년을 축하했었다. 모카는 강아지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이제 두 살이 되가는 듬직한 개가 되었고 앞으로 모카와 함께할 나날들이 기대되면서,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아쉽다. 모카 입양 결정은 결혼과 함께 내가 한 잘한 결정 Best 5안에 드는 최고의 결정이다. 누군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그와 평생을 서로 의지하고 돌봐주며, 함께 하기로 약속하는 일. 내가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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