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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Aug 26. 2021

Fight song

미국대학원 생활에서 내가 내어줘야 했던 것들


나의 대학원 생활은 레이첼 플레튼의 "Fight song"과 함께 시작됐었다


My power's turned on. Starting right now I'll be strong​

I’ll play my fight song. I don’t really care if nobody else believes

cause I’ve still got a lot of fights left in me


지금 생각해보면 더 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사실은 내 스스로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더 성장하고, 더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그러한 것들이 한동안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고, 그렇게 되기 위해 내가 해왔던 성취보다는 내 부족한 부분을 보려 노력해왔었다.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하니 더 노력해야지라는 이 기본적인 생각이 지금의 나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왔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었는데 늘 쫓기는 사람처럼 몇 년을 살았던 것 같다. 내 스스로는 그렇게 해야 증명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언젠가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지 않고 멈춰있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 인생의 하나의 테마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은데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


분명 내가 겪어낸 만큼 나는 배웠고 성장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성장을 위해 내가 내어줘야 했던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나의 감정, 시간, 노력, 가족의 희생.

여름부터 운 좋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좋은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부족한 나의 영어실력보다는 나의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해준 곳이다. 일의 강도가 힘들기로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아마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또 성장하고 배우고 그만큼 나의 무언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든 내어줬던 지난번과 달리 내가 원하는 것과 나의 한계를 알고, 그만큼만으로 만족하는, 여유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나의 부족함을 더 이상 이겨내려 분투하지 않고 이렇게 한발자국씩 나아가는 스스로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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