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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Oct 29. 2021

하나와 해나 사이

“하나”라는 이름을 가진다는 것

김하나.


한국에서 가장 흔하다는 성 “김”에,  성만큼은 아니지만 흔한 이름 중 하나인 “하나”.


아마도 누구나 “하나”라는 친구를 초중고 생활을 뒤돌아보면 한 명쯤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초중고를 다니며 적어도 같은 학년에 “김하나”는 아니어도 다른 “하나”라는 친구가 적어도 한 명씩은 있어왔다. 하나는 첫 번째 숫자 그리고 뜻, 생각, 마음이 한결같고 일치한 상태를 의미하고 하와이 말로는 ‘천국’, 일본어로는 ‘꽃’을 뜻한다. 무엇보다 나는 이름의 뜻도 좋지만 하나라고 발음되는 목소리의 힘을 좋아한다. 왠지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고 힘을 주어 발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의 청량함.


내가 좋아하는 내 이름은 미국에 와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해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하나”라고 소개해도 다들 “해나”라고 부른다. 한 번은 이름을 말해주고 차례를 기다리다가 해나라고 부르는 바람에 내 이름인 줄 모르고 차례를 지나쳐버린 경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가 모두를 바꿔주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내 이름을 해나라고 소개하는 게 나을까. 하나와 해나라는 단순한 발음의 차이가 아닌 나와 그들 사이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그때 받았다. 아 뭔가 내가 노력해서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


하지만 모든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있듯이, 몇 년간 반복되는 이 경험에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내가 하나라고 내 이름을 소개했을 때,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한 가지는 내 이름을 한번 더 발음하면서 발음이 다르면 고쳐달라고 말하는 사람과 자기 생각대로 해나라고 말해버리는 사람이다. 나의 경험상 내 발음을 듣고 최대한 비슷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나와 좋은 친구가 되었고, 해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만큼 나와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내 이름을 소개하자마자 어떤 사람이 나의 좋은 친구가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삶의 기술을 하나 얻게 되었고 이름을 정확히 부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배려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모두의 발음을 하나로 고쳐주는 것과 내가 나를 해나라고 소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고민의 시작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리우고 싶은 이름인 ‘하나’로 나를 소개하면 될 뿐, 그다음에 오는 반응은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 모두를 고쳐줄 필요도 없고, 나를 해나라고 소개할 이유도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와 해나 사이. 처음에는 내가 노력해서 좁힐 수 없는 차이로 느껴졌지만, 이제는 나에게 배려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준 이름. 그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누군가의 배려가 필요한 일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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