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원 생활에서 내가 내어줘야 했던 것들
나의 대학원 생활은 레이첼 플레튼의 "Fight song"과 함께 시작됐었다
My power's turned on. Starting right now I'll be strong
I’ll play my fight song. I don’t really care if nobody else believes
cause I’ve still got a lot of fights left in me
지금 생각해보면 더 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사실은 내 스스로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더 성장하고, 더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그러한 것들이 한동안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고, 그렇게 되기 위해 내가 해왔던 성취보다는 내 부족한 부분을 보려 노력해왔었다.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하니 더 노력해야지라는 이 기본적인 생각이 지금의 나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왔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었는데 늘 쫓기는 사람처럼 몇 년을 살았던 것 같다. 내 스스로는 그렇게 해야 증명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언젠가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지 않고 멈춰있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 인생의 하나의 테마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은데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분명 내가 겪어낸 만큼 나는 배웠고 성장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성장을 위해 내가 내어줘야 했던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나의 감정, 시간, 노력, 가족의 희생.
여름부터 운 좋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좋은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부족한 나의 영어실력보다는 나의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해준 곳이다. 일의 강도가 힘들기로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아마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또 성장하고 배우고 그만큼 나의 무언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든 내어줬던 지난번과 달리 내가 원하는 것과 나의 한계를 알고, 그만큼만으로 만족하는, 여유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나의 부족함을 더 이상 이겨내려 분투하지 않고 이렇게 한발자국씩 나아가는 스스로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