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나 Sep 01. 2021

연애와 코트의 상관관계

나에게 딱 맞는 코트를 찾는다는 것은


날이 조금 쌀쌀해지면서 부터 흰색 코트를 하나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길이는 좀 긴것으로, 색깔은 아이보리 아닌 완전 흰색에 노카라. 이런 코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발견하면 어서 사야지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어제 친구를 만나러 강남역에 갔다가 우연찮게 길가에 있는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의 굉장히 무난한 디자인의 내가 찾고있던 코트를 보았다. 디자인이 썩 예쁜건 아니었지만 가격도 싸고 어디든 무난하게 입을만한 코트. 어차피 나온 김에 사가지고 들어갈까 하다가 같이 간 친구가 실제로 입어보니 핏이 이쁘지 않다며 만류해서 지나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 순간 문득, 코트를 고를 때와 연애를 시작 할 때의 내가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 눈앞의 이 코트를 사서 입는다고 가정해보자. 마음에 쏙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계절은 입겠지만 내년에는 장롱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무난한 디자인이라 내년에 저보다 이쁜 코트가 나올 것이고 이 코트는 한계절 입은 채로 장롱속 어딘가에 방치되다가 잊혀지고 말 것이다.

 

또 하나의 경우의 수는, 내가 더 예쁘고 질좋고 게다가 가격도 좋은 코트를 사러 백화점에 가는 것이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백화점까지 가는 시간, 노력과 교통비를 들여 도착해 몸에 잘 맞고 예쁜 코트를 사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내가 10년을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딱 맞고 마음에 쏙 드는 코트. 그런데 문제는, 백화점까지 가서 온 층을 다 둘러봤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게 없을 경우와, 혹은 갔는데 내가 강남역에서 본 것과 비슷한 종류의 코트들만 있을 경우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냥 강남역에 가서 그 무난한 코트를 사야지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가보니 그 코트가 다 팔리고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나는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이 코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품질도, 디자인도 무난하지만 나에게 딱 맞지 않는,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어서 바로 살 수 있는,

나는 그런 코트들을 지금까지 사왔고, 길지못한 시간동안 즐겨입던 그 코트들은 내 옷장 어딘가에 잊혀진채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과거에 써놓았던 글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이러 저러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마음에 들고 딱 맞는 코트를 입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진돗개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