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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Oct 19. 2021

달리기

작은 성취의 힘에 대하여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자켓을 입고 집을 나서고 있다. 분명 겨울에 캘리포니아 비치에 나가 뛰노는 모습을 어디선가 본 것같은데, 가을은 똑같이 쌀쌀하고 나는 스웨터에 자켓을 챙겨 입고 있다. 겨울에 나가서 비치에 가는 사람들은 추위에 강한 사람들 몇몇의 이야기 였나 생각해본다. ​


원래의 계획대로였다면 나는 이때쯤 8주 런데이 달리기를 마치고 30분을 쉬지 않고 뛰어 있어야 맞지만, 나는 융통성있는 사람이라, 계획은 상황에 맞게(라고 쓰고, 나의 게으름 때문에라고 읽는다) 바뀌고 지난주에 4주 달리기를 마쳤다.

4주 프로그램이 끝나면 3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건데, 사실 쉬지않고 3분을 5번 달리는 건 중간에 포기할 마음을 10번은 다 잡아야 할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8주후에 30분을 달릴 수 있다는 건 이 앱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이 아닌가, 내 몸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라는 의심이 생겼다. 어쨌든 4주간 꾸준히 달리고 보니, 달리는 게 생각보다 좋아졌다. 아직 계속 달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엔돌핀이 나와 기분이 좋아진다는 러너스 하이에는 아쉽게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매일 꾸준히 몸을 움직이고, 달린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큰 발전인 것 같다. ​덤으로 몸도 가벼워진 것 같고 실제로 몇킬로그램을 몸에서 덜어내기도 했으며, 땀을 내니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사실 고백하자면, 그동안 나는 스스로 작심삼일의 표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지만 꾸준히 해나가는 힘은 부족하다고 말이다. 짧으면 삼일 길면 일주일 정도 하다 그만두는 나를 보며, 작심삼일이 끝나면 또다시 작심삼일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4주간의 시간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해온 것은 이런 나에게 정말 큰 성취이다. 일주일에 세번씩, 한 달간 꾸준히.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나에게는 큰 성취들이 하나하나 쌓여 나의 베이스를 만들고 있을 거라 믿으며, 8주후의 30분을 쉬지 않고 뛰어낼 미래의 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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