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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나 Apr 16. 2023

사랑받는 일이 직업

작고 반짝거리는 마음

 



학교에 있다 보면 아이들로부터 선물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 선물이란 건 예쁜 모양의 지우개, 예쁜 스티커 한 장, 이렇게 예쁜 편지 한 통. ​


대개는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수줍게 들고 와서 놓고 가는데, 그때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안아줄 수밖에 없다. 감정의 섬세함은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더 발달되는 듯하다. ​


여자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는데 반해 남자아이들은 당장 뛰어노는 즉각적인 욕구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선생님인 나를 대할 때도 여자아이들은 다가와서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들어주고 공유하기를 바라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내가 제지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세계에서 즐겁게 지낸다. 이러한 성향의 발달은 속도의 문제가 아닌 각각의 특성의 차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커서도 그 차이는 좁혀지지 않으므로.


어쨌든 이러한 선물을 받고 나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떻든 내가 의미 부여해서 소중해진 물건들. 유난히 마음에 든 조그마한 것들. 예쁜 그림의 연필이나 스티커, 색연필 같은 그런 소소한 것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주며 내 마음을 표현하는 기분.​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모르던 그때.


 ‘어린이 김하나’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그러면서 이 아이도 그런 마음으로 나에게 선물을 가져왔겠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가장 예쁜 색깔의 색연필을 골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글씨를 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애틋하다.


그 마음이 반짝반짝 너무 예쁘다.



 지금의 김하나는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 어렵다. 아이들처럼 무작정 누군가를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기도 어렵고, 나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줄 용기도 없다.


 교대에 온 건 선택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일이 되는 직업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2012년에 선생님을 하면서 쓴 과거의 반짝거리는 기억을 꺼내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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