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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Mar 27. 2016

금요일의 치앙마이 킨포크

Friday CM kinfolk

지난 금요일에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만들어 먹었다.


태국어 클래스를 같이 듣는 대만에서 온 빅터, 에밀리, 위샨, 중국에서 온 헬렌, 씨씨, 캐나다에서 온 아담.

그리고 에밀리의 남편인 켄, 빅터의 친구들 쿤룬과 만만, 나의 태국 친구 카오, 따, 앙을 초대했고, 당연히 나의 하우스메이트 잭과 카라도 함께 했다.





금요일 수업이 3시에 끝나자마자 돈을 걷고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수업에서 배운 짧은 태국어 "능 킬로 타올라이카?(일 키로에 얼마에요?)를 외쳐가면서 장을 봤다. 내 친구들이지만 중국 애들 진짜 시끄러워서 상인들이 좀 싫어하는 것 같았다. 가게 앞에서 떠들면서 물건은 안 사고 있어서, 멀찍히 떨어져있다가 뭔가를 확실히 살 때만 합류하였다.


계속 내가 한국 음식을 해주겠다며 호언 장담해서 메뉴는 미지의 한국 음식과 똠얌꿍으로 결정되어서 전날까지 무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그냥 내가 먹고 싶은 찌짐을 굽기로. 후훗. 한번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두 나는 잘 되리라 믿고 있었고, 결과도 무척 성공적.


사진용 데코 버전과 시식용 갈기갈기 흩어진 버전이 나왔는데, 맛은 못생긴 버전이 더 좋았다고 한다. 특히 베지테리언인 잭이 엄청 좋아하면서 반죽이 뭔지, 재료는 전부 여기서 그냥 구한건지 물어보고, 남은 부스러기까지 싹싹 긁어먹어서 기분도 좋았다. 씨씨와 카오가 함께 공을 들인 똠얌무는 똠양꿍에서 꿍(새우)대신 무(돼지고기)가 들어간 건데 엄청 맛있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시고 짜고 달고 매운 다채로운 맛이 났다. 그 외에도 시장에서 산 파파야와 구운 생선과 구운 통닭으로 풍성한 저녁이었다.


짠 바로 이것이 우리의 저녁 식탁이었다. 치앙마이 킨포크. 후후






총 열 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흥청망청 배부르게 먹고, 떠들고, 우쿨렐레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빅터는 수업시간에 자기는 기타를 치는 락 스타라고 공표한 바 있는데 우쿨렐레도 꽤나 잘 쳤다. 처음에는 우와!했지만, 30분 넘게 계속 되는 공연에 한국 노래, 태국 노래까지 불러주며 열연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힝.. 그렇지만 계속되는 음악과, 1살짜리 아들이 있는 내 나이의 헬렌이가 부엌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내오는 음식과, 중국어와 영어와 태국어가 섞인 시끄러운 대화들로 즐거움이 그득그득 들어찬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재미를 찾아서 노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 없이도 단지 음식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지인들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한껏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음식을 나누면서 친해지는 건 저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이루어져 온 일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때는 음식=생존이니까 더욱 찐한 관계와 소속감을 얻었겠지. 그렇지만 뭐 2016년의 나에게도 맛있는 거 나눠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아무튼 음식을 함께 만들고, 함께 먹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뭔가 한국에 돌아가면 금요일마다 공동 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말고 그냥 아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나의 두 하우스메이트 잭과 카라, 그리고 스윗 하트 카오!



파전 처음 무쳐보는 지민리





뭔가 사진을 더 찍어둘 껄 하는 저녁이었다.

즐거운 시간들은 빠르게 흘러가고, 치앙마이에서 우리 모두가 모이는 순간은 앞으로 없겠지. 내가 제 때 맞춰서 치앙마이에 오게 된 바람에 만날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움을 확신하다니 슬프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요즘 정말 많이 느낀다.


태국어 수업이 끝나기 전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곧 수업이 끝나기도 하고, 씨씨가 먼저 스리랑카로 떠나기도 하고. 우리는 만났으므로 곧 헤어지게 되었다. 월화수목금 매일매일 두 시간 씩 만나는 사람들이라, 수업 시간의 의무적인 태국어 사용과 서로의 짧은 영어로 나누는 얄팍한 대화에도 불구하고 무척 정이 들었다. 아무래도 대만을 꼭 가야겠다. 소박하고 스윗한 사람들을 만나고나니 대만 자체에도 왠지 애정이 생겼다. 내 수업 짝꿍인 씨씨를 만나러 상하이에도 갈 것이고. 치앙마이에도 반드시 또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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