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요 Oct 28. 2016

외로움과 죽음

백수 둘이서 5시에 만나 한 이야기

친구의 외로움(제일 소원이 썸 타는 것)에 깔깔 웃다가 집에 들어와서 대문이 탁 닫히는 소리를 듣는데 외롭다 는 말이 머리에 잠깐 떠올렸다 사라졌다.


영민하고 유쾌한 나의 친구는 어쩌면 똑똑해서 외로움을 치장하고 다니는지도 몰라 그러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덜 외로울 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다. 우리가 결국엔 다 외롭다는 사실은 쓸쓸하지만 따뜻한 거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서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아. 너는 성대모사를 아주아주 잘하고 우스운 이야기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똑똑하고 노래도 잘하고 훤칠하지만 결국엔 외로워. 나도 자세히 보면 보이는 나의 모든 좋은 점들을 싹 긁어다 붙이더라도 결국엔 외로워. 그래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는 뭘까 하고 고민하고 그러다 다시 깔깔대면서 대화를 하는 순간에는 잊기도 하고.


또 친구는 친했었었었던 공산주의자 선배 하나가 자본에 치여 자살을 했다면서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걔가 슬쩍 보여준 일기에는 담담하고도 슬픈 말들이 가득 가득 쓰여있었고 죽음의 맥락과 둘 사이의 스케치가 아름다운 글이었다. 원래 글로 먹고 살았던 글쟁이라 종종 쓰는 글을 좋게 읽고 있었지만 걔가 쓴 글 중에 제일 좋아보이는 건 일기가 스스로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기 때문일까? 추도사를 써달란 부탁은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는 쪽이니까 고인이 그 아름다운 글을 봤으리라 생각하며 웃었다.


죽은 자의 일은 더이상 죽은 자의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향이 되어야한다는 말은 어쩌면 죽음의 이유이자 본질인 것 같기도 해. 죽음의 파장은 언제나 남은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그러면 죽은 사람의 영혼은 비로소 외롭지 않을까 더욱 외롭게 될까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올해의 반이 지나려 하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