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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Jun 04. 2016

올해의 반이 지나려 하는데

starting of june

어머 서울로 돌아온지도 이제 한달하고도 2주가 지났다니,

라는 식상한 말을 내가 하고 있다니 기분이 매우 구리다. 돌아와서 짐가방에 든 짐을 꺼내놓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실감이 나서 눈물이 쏟아졌었다. 울면서 재광이한테 전화해서 태국가고싶다고ㅋㅋㅋ오자마자ㅋㅋㅋㅋㅋ그랬는데 왠지 이를 꽉 깨문 목소리로 재광이는 모든걸 던지고 가기는 쉽다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포기하고 모든걸 다 던져버리기는 쉽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기는 어려운 것. 그렇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해내고 있는 것. 그래서 무튼 나는 지금까지도 약간의 우울의 상태로 살아오고 있는데 꼭 치앙마이로 돌아가야겠다고 자꾸자꾸 마음을 먹는다. 3년 정도..바라보면서,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도 가고싶어서 일본어를 배워볼까 기웃거리는 중. 태국으로 갈꺼면 일본어를 잘하는 것도 나쁘지않지. 일본 문화는 정말 위대한데, 태국땅에서도 기막히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일단 그동안 여기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꾸역꾸역 해나가면서, 실험 단계의 일상을 거쳐서 아마도 10월쯤엔 파주에 가게 될 것 같다. 막상 정이 든 합정동을 떠나서 이제 정말 깡촌인 파주로 가려니 24시간 깨어있는 이 동네가 그립긴 하겠지만, 이에 상쇄되는 무언가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나는 내가 7년간 서울에서 살면서 그래 나는 도시에 잘 맞는 사람이야 이랬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조그마한 아파트 단지들이 있고 문방구가 있고 동네 힙플레이스란 새로 개업한 일본식 돈까스집이라던지, 과일쥬스와 토스트를 파는 집이었던 동네에서 진짜 행복했었다. 고등학교때도 와룡산 자락 밑에서 맨날 창조적인 놀이들을 고안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재미있게 보냈었던 것 같고. 사람은 소비할 것이 없으면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뺑뺑 돌면서 꽃을 따서 식탁에 올리고, 다른 1인 가구원들을 모아다가 요리나 해먹고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차타고 나와서 서울 나들이하고... 좀 더 나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인생이 됬으면 좋겠다.


지난 3개월간의 여행이 나에게 준 영향은 거대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돌아와서 보니 소소하게 나의 옷차림이나 말투(자꾸 태국 감탄사를 쓴다)나 소비 취향이나 그냥 집에서 놀때 하는 것(우쿨렐레)이런 것에 슬며시 묻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뀐 내가 넘나 맘에 드는 것! 한창 나의 자아가 커나가는 시기에 그런 풍부한 토양에 있었던 걸 정말 감사한다. 내가 그때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모오드은 사람들. 꼭 태국에 있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하노이라는 여행지에서 함께 여행을 하며 밤 늦게까지 나눈, 인생이란 장르에 대해 영감을 준 대화들! 내가 영어를 배운 것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 틀림없다고 벅차올랐던 그 기분을 나는 잊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해나가면서 살고 싶다.


아, 그리고 항상 여행하는 마음 가짐을 위해 타투를 새길껀데, 너무 아플까봐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은 계속 미뤄두는 중. 여름 휴가를 떠나는 8월이 오기 전에 새길 생각이다. 그때까지 계속에서 문장을 곱씹으면서 이게 내가 평생 후회하지 않을 바로 그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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