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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Aug 03. 2024

안정감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넘어 기대로 이어지기까지...

폭풍 같은 한 주를 뒤로하고, 토요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1. 불안 

문득 더 늦기 전에 미국주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고 미국주식투자가 가능하다는 금융사이트를 접속해 본다. 부동산 할만한 자금과 에너지는 없고, 작은 돈이나마 은행보단 주식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들여다보는데, 액수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미국장에 올라타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머리는 복잡하고, 신분 인증하라고 요구하는 절차도 많고 해서 덮어버린다. 


지난 한 주간 있었던 회사일들을 회고해 본다. 매니저와 상반기 평가를 이렇게 저렇게 마쳤고 마케팅 팀과의 업무 협약도, 부사장과의 리더십 미팅, 직원의 지난 상반기 평가도, 하반기 계획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냈다. 그래도 하반기에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생각하면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얼마 전의 행사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생각난다. 세계적 석학 앤드류 응도 만나서 사진 찍고, 내가 늘 좋아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수스터와의 만남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볼수록 존경스러운 VC형과 친구들과 한참 수다 떤 기억이 난다. 남다른 비전과 에너지로 자기 길을 개척해 가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역시 내게 큰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하지만 묘한 흥분과 영감과 함께 내 맘에 불안이 도 꿈틀댐을 느낀다. 나도 이들처럼 삶을 개척해갈수 있을까. 나는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복잡하고 뒤숭숭한 맘은 어느새 날 소셜미디어로 데려간다. 얼마 전에 올린 인스타와 페북 포스팅에 누가 코멘트를 달고 라이크를 눌러줬는지 확인한다. 그래 여전히 내 이야기 반응해 주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있구나. 얼마만큼의 안정감이 찾아오는데 그 위에 엄청나게 많은 라이크 수와 반응을 가진 내 주위사람들의 포스팅이 나를 압도한다. 남의 삶의 멋진 순간들과 사람들의 환호들이 밉지는 않은데 맘을 뒤숭숭하게 만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하나 더 포스팅 하려는 걸 내려놓는다. 


2. 안정감  

그때 지난주 월요일 아침식사가 떠올랐다. 아시아를 돌며 자본을 모으고 배분하는 일을 하는 친구가 본인의 고민을 나눴다. 잘 들어보니 아시아 각국의 리더들의 펠로우십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머리를 맞대니 친구가 너무 좋아했다. 친구의 비전도 너무 멋졌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리해 주는 게 친구한테 많은 명확성, 명료성을 주는 게 느껴져서 뿌듯했다. 내가 본 다른 사례도 더 전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좀 같이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지난 몇 주간 했던 여러 일처리들과 미팅들도 생각났다. 마케팅 팀과의 어려운 미팅에서 내가 했던 발언이 나쁘지 않았다. 미리 글로 다 써보고 생각을 정리했던 게 도움이 됐다. 오랫동안 알던 형이 회사의 해외 마케팅을 고민하면서 상담했는데 내가 아는걸 한참 나눠주자 "산이 이제 진짜 광고 전문가 다됐네"라고 이야기해 줬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친구들과의 점심식사 하나가 생각났다. 아주 어려운 시기에 우연한 기회에 조금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이 친구는 그일 이후에 내게 참 많은 고마움을 표시해 줬다. 고마운 마음도 좋지만 정말 볼 때마다 놀라운 건 바뀐 친구의 모습이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난 친구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 아주 좋은 방향으로. 이 친구가 전보다 더 빛나는 본인의 재능으로 - 말을 엄청 재밌고 조리 있게 잘한다 - 누군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며 본인의 경험담을 나누는 모습을 봤는데 그게 참 멋졌다. 그리고 이 멋진 모습은 내 맘의 불안 이를 자극하기보다는 기대감을 자극했다. 아 이 친구가 더 피어나고 빛나는 모습이 보고 싶다. 


3. 기대 

마음이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할 일들이 생각났다. 여러 가지 메일과 메시지들을 처리하고 나서 다음학기에 담당할 강의 준비를 위해 책을 좀 찾아보고 외부 강사를 섭외하는 메시지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새롭게 만날 학생들, 얼마 전에 만난 학생들 생각이 났다. 조금만 여유가 되면 지난 학기 학생들 다시 한번 보고 밥이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 멘토링으로 만난 한 친구가 내게 연락 온 게 생각났다. 그 친구에게 답을 해주고 이 친구들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한 2045 펠로우십 결선도 생각났다. 지난 몇 달간 수고한 펠로우들에게 뭐라도 사주고 격려해주고 할 상상을 하고 계획을 세워봤다. 


다음주말에 갈 교회 청소년부 수련회도 생각하게 됐다. 작년 여름 수련회는 정말이지 뜨거웠다. 아이들과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놀고 울고 웃고 땀 흘리고 하면서 마음껏 내 안에 있는 것을 토해냈고 이 친구들의 삶이 반짝이고 움직이는 걸 목격했다. 기도체인에 기도도 하고, 맡은 팀의 작은 일도 했다. 수련회 가자고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메시지도 여기저기로 보냈다. 


형네 식구와 여행 갈 계획, 다음 주에 새로 만나게 될 사람과의 점심약속, 앞으로 있을 기대되는 만남들을 다이어리와 캘린더에 정리하고 밀린 카톡과 메일도 다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마음에 기분 좋은 기대감이 차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불안할 때면 스스로에게 되뇌는 것들


종종 내가 참 좋아하는 형이 해준 말을 생각한다. 40대가 되면 삶에 여러 축이 필요하다고. 그래 참 맞는 말이라고 느낀다. 돈과 커리어 같이 당장 아주 손에 잡히는 것들도 놓칠 수 없지만 일상의 소소한 루틴이나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 역할들도 참 중요한 역할을 함을 느낀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또 예배가운데 받은 마음을, 그 사랑과 위로의 격려를 생각한다. 지난주 예배 때 받은 사랑의 목소리. 격려의 음성을 생각하고 의지한다. "산아, 자리 지키고 살아내고 있잖아. 그거 쉽지 않은 거야..." 


마지막으로 믿음을 생각한다. 마음이 불안할 때 나의 신앙은 내 불안한 마음을 붙들 수 있는가. 내겐 흔들리지 않는 소망이 있는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일들이 내 맘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나의 마음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이 내 믿음의 진정한 수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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