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예배를 회복하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올해로 세 번째 참석하는 드림틴즈(서울드림교회 청소년부)의 여름 수련회였다. 나는 2023년부터 고등학교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는데, 지난 두 번의 수련회에서도 큰 은혜를 받았기에 이번에도 기대와 설렘이 컸다. 그러나 수련회를 앞둔 내 심적, 영적 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겨우 수련회에 가는 버스에 올랐고, 그렇게 2박 3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예배 - ReAction"이었다. 다시 예배를 세우자는 의미로, 예배가 내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다가왔다.
수련회의 주된 활동 중 하나는 틴즈의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별로 긴 시간 나눔을 가졌고, 인생그래프와 감정단어를 통해 각자의 삶을 나누며, 그 바탕으로 노래 가사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우리 조 10명의 아이들의 나눔은 뜨거웠고, 특히 인생의 저점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고통을 함께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 시기에 사춘기를 보낸 상당수의 아이들이 우울증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것을 고백했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나눔에는 아픔만이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 만난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한 간증도 있었다. 선배들의 간증을 들으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저학년 친구들도 많은 것을 느꼈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후 아이들 각자가 하나님께 드리는 편지와 노래 가사를 적고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가사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자신의 아픔과 패배감을 나눈 친구도 있었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표현한 친구도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조별로 모아 노래로 만들고, 함께 부를때 마음속 깊이 전해지는 전율과 함께 뜨거운 감동이 느껴졌다. 우리가 새 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하나님이 예배받으시고 역사하시는 것을 경험했다.
2.2. 말씀: 말씀에 믿음으로 반응하는 삶
두 번째는 말씀에 대한 부분이었다. 수련회 둘째 날 집회의 주제는 말씀에 순종하며 믿음으로 반응하는 삶이었다. 목사님은 본인의 삶을 통해 말씀에 순종할 때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나누며 "실험해 봐라,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동체적으로"라는 도전을 주셨다. 이 말씀이 크게 와 닿았다. 야고보서에서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하고,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용사들은 믿음으로 어려운 일을 행해 믿음의 전당에 올랐다. 그러나 내 삶에는 믿음에 근거한 실천과 실험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왜 말씀의 씨앗이 열매맺지 못하는지, 나의 영과 골수를 쪼개지 못하는지 깨달아지는 순간이었다.
내 일상에서 예배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실천과 실험, 용기의 도전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게는 주일 예배 때 나를 강건하게 하시고 위로하시는 주님에 대한 간증만 있을 뿐, 내가 믿음으로 걸음을 내디딜 때 역사하시고 인도하시는 이야기는 없었다. 공예배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사모했지만,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예배하는 법을 잊은지 오래되었다. 아내는 하나님이 예배받으시는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알지만 거기로 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이런 상태를 이렇게 표현하더라 - "악기 소리는 알지만 악기 조율법은 잊어버린 상태".
2.3. 공동체의 예배: 서로 중보하고 위로하며 함께하는 것
마지막으로 경험한 것은 공동체의 예배였다. 하나님은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서 함께하시며 예배를 받겠다고 하셨다. 교회는 예배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고 만들어가신다고 하셨다. 예배는 혼자서도 드릴 수 있지만, 공동체의 예배는 또 다른 차원을 지닌다. 우리가 사랑과 위로, 중보로 하나 될 때, 그리고 하나 되어 주님을 합심하여 예배할 때 주님은 풍성한 기름을 부어주시며 성령님이 새로운 차원으로 역사하신다.
이번 수련회에서 나는 그걸 깊이 경험했다. 서로의 인생그래프를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 속에서 성령의 기름부으심을 경험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과 기도가 더 깊어졌다. 조별기도와 학년기도 등 기도의 시간이 많았고, 특히 집중하지 못하던 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중보기도자가 되어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예배 가운데 함께 춤추며 찬양할 때 우리는 서로 힘을 얻었고, 기쁨과 환희, 찬양과 회개, 중보까지도 함께하며 그 감동이 배가되었다.
드림나이트는 이런 공동체 예배의 절정이었다. 라디오 감성으로 우리의 기도, 고백, 사연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가 되었다. 뜨겁게 기도하고 찬양하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과의 잔잔한 대화를 통해 예배받으시는 하나님의 기쁨과 감동이 은은히 퍼져나갔다. 그날의 예배는 잔잔했지만 그 어느 예배보다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캠프 전에 아내와 재정 문제로 힘든 대화를 나누었다. 필요한 대화였지만, 마음이 더 닫히는 것을 느꼈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과 학창 시절에 접어든 세 아이를 돌보는 외벌이 가장으로서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하나님께 드린 나의 노래는 "내가 가진 짐이 너무 무겁네, 걱정과 외로움에 난 맘을 닫았네"로 시작하는 "중년의 노래"였다.
수련회 첫날, 나는 기도 내내 하나님께 짐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절히 외쳤다. 너무 무겁다고. 다시 하나님 안에서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담대함과 용기, 믿음으로 무장한 내가 되게 해달라고. 예배 중에 거의 처음으로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나를 짓누르는 답답하고 무거운 것들을 다 토해내려는 울부짖음 같았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짐을 다 내려놓으라고, 믿음으로 버텨보라고. 지금의 삶의 자리에서도, 앞으로 인도할 삶의 자리에서도 더 눌리지 말고 깨어나라고.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듬뿍 받은 후, 둘째 날 예배부터 나는 오랜만에 춤도 추고, 중보기도도 마음껏 하며 아주 잘 놀았다. 기도했던 대로, 하나님 앞에서 아이처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3.2. 부르신 자리에서 나의 은사가 깨어나는 카이로스의 시간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백호가 덩크를 꽂아 넣고 스스로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다. 그가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능력에 깜짝 놀란 것처럼, 하나님이 나를 통해 역사하시면 나도 그런 경험을 한다. 내 입에서 이런 기도가 나올 줄 몰랐는데, 이런 선포가 나올 줄 몰랐는데 하는 놀라움과 감격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의 감격에는 경외심이 있다. 내가 몰랐던 내 안의 나와 내 밖의 세계를 경험하고, 그 둘 간의 공명을 느낄 때, 진정한 person-world fit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잊을 수 없는 영적 체험이다.
작년 여름캠프 때도 이 경험을 했고, 이번에도 아이들을 위해 중보기도할 때 그 감격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 내가 받은 역할 하나를 다시 기억해냈다. 그래, 나는 중보자로 부르심을 받았지. 너무 오랜만에 터져 나오는 기도가 내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카이로스의 시간이었다.
수련회 이후 돌아온 삶의 자리는 만만치 않았다. 일터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전에 없이 높고, 피곤에 지친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삶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고민하던 문제들에는 여전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잊지 않기 위해 기록에 남긴다. 주님이 주신 위로, 주님이 하게 하신 다짐, 주님이 계속 말씀하시고 계시는 것 - 이젠 주일 말고 나의 삶에서 예배를 받기 바라신다고. 말씀을 선포하고 실천해 보라고. 공동체와 함께 나누고 힘 주고받아 보라고 (아내/가족 공동체부터, 그리고 교회도 함께). 쉽지 않겠지만 맘을 닫지 말고 용기 내서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시도해 보라고.
그래 산아. Re-action.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