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는 어려운 현실을 맞았지만 뭔가 해낼거다
뭐라도 글이 쓰고 싶어서 이 공간을 찾았다. 이런저런 맘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 본다. 크게 쓰고 싶은 건 아래인데, 일단 1번부터
1. 2030의 삶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Launching adult kid. 하지만 이들에겐 분명 특별한 게 있다.
2.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50대엔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3. 일상을 사는 힘.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특히 의미, 재미, 자극, 새로운 것을 늘 찾는 나 같은 사람은) 좀 버겁기도 하다.
4. 나의 삶이 누군가가 나에게 베푼 사랑과 은혜에 대한 반응이라면 어떨까. Genorisity
5. 인생은 잘 풀릴 때도 안 풀릴 때도 있다. 자랑할 것도 없고 낙담할 것도 없다.
나의 띠동갑쯤 되는 참 좋아하는 Korean American 형이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나를 만나러 와줬다. 형과 기도제목을 나누는데, 형이 아들 이야기를 했다. 직장을 구하고 있는데 만만치 않다고, 미국에서도 요새 좋은 학교 나와도 좋은 직장에 처음 들어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 그래서 미국에서도 자기 친구들 만나면 늘 나오는 주제가 이거라고.
Launching Adult Kids (성년의 자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애정하는 슈카월드에서도 최근 이런 영상이 올라왔다. 외면받는 고소득 흙수저들. 미국에서 5억 이상 고액연봉을 받아봤자 부모세대가 이룬 부를 이루기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으로 따지만 연봉 2-3억 받아봤자 세금 내고 생활비 쓰고 20년은 진짜 빠듯하게 살아야 서울에 괜찮은 집 한 채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수준이니 너무나 와닿는 이야기다.
https://www.youtube.com/watch?v=iihuaYmq0To
왜 전 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뭐니 뭐니 해도 난 지난 20-30년간 이어온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도적적 해이가 나은 자산가격 폭등을 근본원인으로 생각한다. 돈을 찍어내고 (중앙은행) 빚을 내어 돈을 푸는 건 (정부지출)은 미래의 부를 당겨 쓰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자산을 가진 사람이나 현재 세대는 좋지만 다음 세대에겐 온전히 부담이다. 마치 부모가 빚내어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삶을 누렸는데, 그 빚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처럼. 특히 이 와중에도 주식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더 안 좋다 - 주식은 기업/실물경제로 연결되지만 부동산 투기와 인플레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득이 없고 실만 있다. 그러다 보니 저출산으로 연결되고 세수는 더 안겆히고 정권 잡은 쪽에선 세금을 늘릴 수 없으니 빚을 더 내거나 돈을 더 찍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사이클을 안 따라간 선진국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위태로울 정도니 다른 나라들은 오죽할까. 다들 위험한 줄다리기를 타고 있다. 다들 죽 쑤고 있어서 환율을 보면 누가 더 못하냐의 싸움 같기도 하다. 죽어나는 건 다음 세대들이다. 현재세대와 결탁한 단기 정권의 도덕적 해이 - 현대 민주주의의 망조와 말기를 보는 듯하다. 그나마 잘하고 있는 나라들 중엔 똑똑한 독재국가 (두바이에서 본 사례)가 적이 않다.
이 악순환은 어떻게 해야 끝날까. 폭동이 일어나든지, 나라경제가 폭삭 망하든지, 이런 방법밖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연금개혁은 고사하고 경제활력을 불러올 작은 규제하나 못바꾸는게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의 현실이다. 규제가 결국 표가진 기성세대들의 밥그릇이니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만 새어보자면, 하나의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건 외국의 자본과 인력을 계속 유입하는 것이고, 또 혁신기업으로 새로운 부와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이 좋은 예이고 싱가포르, 두바이 같은 곳도 마찬가지이다. 계속 젊은 인력이 들어오고 새로운 자본이 들어오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어 자본이 순환되면 (주식시장 등) 이런 빚잔치를 어느 정도 해도 감당이 된다. 세금도 더 겆히고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도 생기고 돈도 돌아서 소비와 투자도 일어난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면 해외고급 인력유치와 자본유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결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력, 자본 같은 것들이니까. 이런 시각으로 트럼프의 지금 정책기조를 보면 재밌다. 단기적으로 해외투자유치를 엄청 따내서 좋은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민간에 의해 주도된 해외자본유치, 인력유치 등을 관세, 비자 등으로 꽁꽁 묶는 무역장벽을 쌓고, 힘에 의해 동맹국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따내는 투자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를 일이다. 장기적으론 미국의 경쟁우위를 깎어먹는 자충수라고 난 본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말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산업경쟁력에서 엄청난 실력을 쌓고 있는 중국이, 해외 우수 자본/인재유치를 할 수 있고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헤게모니를 전환할 수도 있으리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그거다. 2030 정말 어렵다.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는 다 없어지고, 자산가격은 너무 높아서 쳐다보면 한숨만 나오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만의 가정을 이루고 온전히 자립하고 독립하는 게 너무나 어려워진 시대. 이게 지금 90년대 중후반, 20년대 초반생이 맞닥뜨리는 사회가 아닌가.
2045 펠로우십 등을 통해 만난 2030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게 화려한 약력을 가지고 있는데 막상 어느 정도의 자리를 잡기까지 참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우리때는 이정도로 힘들진 않았던것 같은데. 여전히 경제의 사다리가 남아있었던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든다. 걱정도 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에게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와 창의성도 본다. 투자를 하면서 투자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키우고 있는 친구, 의대를 휴학하고 AI스타트업 창업해서 운영하는 친구, 친구들과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의 삶을 축복하고 응원하는 친구, 1년에 하나씩 띰을 정해서 일하면서 (그게 계약직이든, 미래가 다 보장되지 않더라도) 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꿈을 품고 사는 친구. 한국을 휩쓸고 있는 러닝열풍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들은 생각보다 더 건전하고 더 진취적이고 더 능동적이었다. 이미 너무 많은 빚과 부담을 안겨준 부모세대를 원망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보단 그 와중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착실히 해보고 있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 힘을 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참고로 만약 내가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창업에 도전해볼것 같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대해 내가 정말 공감하는 통찰은 이거다 - worst time to be a consumer, best time to be a creator. 모든 알고리즘이 소비자를 더 바보로 만들어 계속 의미없는 스크롤을 하게 만들고 광고로 돈버는 시스템에서 우리는 그 바보가 될수도 있다. 아님 안방에서 솔로 창업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창업가/크리에이터가 될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전략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접근이다. 특히나 매크로가 안좋아지는데 거기에 올인하면 잘못하면 피박 쓸수도 있다. (전문직 시도, 부동산 영끌 등으로 대표되는). 그래도 이건 좀 낫다. 최악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거나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다. 이또한 이해가 안되는건 전혀 아니고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전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스마트폰과 함께 자랐기에 불안세대 (Anxious Generation)라 일컬음을 받기도 한 이 20-30 세대. 사회에서 너무 많은 불신을 안겨줘서 때론 자기만 안다는 MZ세대란 불명예를 앉기도 한 세대. 난 이 세대가 여러 아픔을 딛고 선배세대가 어쩌다 보니 (?) 저질러 버린 수많은 문제를 (위에서 얘기한 자산가격 폭등, 엄청난 정부 부채, 거기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테크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반짝이는 세대 (Shiny generation)이 되기를 꿈꾸고 응원한다. 이들의 창의성과 에너지가 분명 일을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