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카메라로 빛을 갈망하는 이유
다이아나 미니가 담아주는 햇빛이 소중하다
2014년 9월 9일 아양철교 위 카페에서 찍은 다이아나 미니. 사진=딱정벌레전염병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집착이 심해진 게 세 가지 있다. 꽃, 향, 빛. 빛은- 밝음에 집착한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이제 가을이라서, 10월이라서 오후 6시만 돼도 날이 어둑해진다. 여름에도 긴 장마 때문에 햇빛을 많이 보지 못했다. 장마 영향도 있고, 마음도 많이 어두워져서 밝음을 갈망했다. 해가 뜨는 날은 무조건 밖에 나가서 볕을 쬐고 싶다. 낮에는 무조건 밖에서 계속 머물고 싶고. 실내에 들어가면 답답하다. 밤에 불 끄고 무드등 켜는 걸 좋아한 나인데- 그보다 실내에 불을 켜는 걸 선호하기도 했다. 훨씬 더 밝으니까.
빛을 갈망하는 까닭은- 답답함과 두려움 때문이다. 밖에 나가는 걸 자제했고, 끊임없이 내리는 빗소리가 무서웠다. 그걸 잊고 이겨내고 싶어서 빛이 나면 최대한 만끽하려고 했다. 빛을 갈망하는 마음은 필름 카메라 촬영으로 이어졌다. 가성비 왕 토이 카메라로 필름 촬영을 전보다 자주 한다. 대학 시절 1만원대 젤리 카메라가 또래 사이에서 유행했다. 유치하게 생겼는데 인화하면 색감이 너무 예뻤다. 사진도 선명하게 잘 나왔다. 겉면이 플라스틱이라서 떨어지면 박살나지만. 젤리 카메라는 잘 안 파는 듯하다.
다이아나 미니와 홀가를 산 지는 몇 년 됐다. 다이아나 미니는 7년, 홀가는 5년 정도 됐다. 제대로 된 카메라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디자인이 예쁘다. 그렇다고 예쁜 쓰레기는 아니다. 한동안 두 카메라를 잊었다. 출사를 나가려면 시간도 있어야 하고. 마음도 여유로워야 한다. 그동안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19 이후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하는데- 평소 안 하던 걸 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토이 카메라가 다시 생각났다. 인테리어 수단으로 전락했는데 쓸모를 되찾아주고, 일상에 재미와 설렘을 누리고 싶었다.
볕이 좋았던 지난 토요일 오전 풍경(왼쪽)과 오늘 그림자 놀이하는 나. 그림자를 찍는 걸 좋아하는데 역시 빛이 절실하다. 사진=딱정벌레 필름 촬영은 일상을 들뜨고 기대하게 하는 데 도움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필름 촬영 결과물을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롤에 36컷인데 필름 카메라는 휴대전화 카메라처럼 막 찍어대지 않으니. 인화하면 다 돈이기 때문에 한 컷이라도 더 정성을 기울이고 신경 써서 찍는다. 보정도 하기 어렵고. 필름 한통을 다 쓰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난 필름 스캔을 주로 하는데 사진관마다 다르지만 짧아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을 거쳐야 내 결과물을 볼 수 있다. 기다림은 기대를 자아낸다. 예상보다 괜찮게 나오면 더 기쁘고.
필름 촬영은 빛과 매우 관련이 있다. 원래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로 빛을 조절해서 찍으니까. 특히 사양이 낮은 싸구려(?) 토이 카메라에서는 빛이 더 절실하다. 기대만큼 결과물을 내려면 빛이 많이 필요하다. 이 카메라는 날이 맑고 화창할 때 밖에서 찍어야 잘 나온다. 실내나 어두운 곳에서 찍을 때는- 플래시 활용하거나, 역시 셔터로 조절해서 잘 찍을 수도 있지만. 잘 조절해야 한다. 난 플래시도 없고. 굳이 구하고 싶지도 않고. 저사양 카메라에 무리하고 싶지도 않다. 늘 햇빛과 화창한 날씨에 의존해서 촬영한다. 최적의 촬영 시기이니까.
다이아나 미니로 날이 화창한 날 사진을 찍으면 결과가 흡족하다. 사진이 잘 나왔다기보다 그냥 내 마음에 든다. 사진에 맑기와 밝기가 그대로 반영되고. 사진 안에 빛을 가둬 박제한 느낌도 든다. 내가 빛을 포획했다고 할까. 사진 안에 빛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 빛이 사진을 더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지금 해는 졌을지라도 사진 속 현장은 여전히 햇빛 쨍쨍한 모습인데- 시간이 거기서 멈춘 느낌도 든다.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고 여름에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한 아쉬움을 고려하면 카메라로 포착해서 사진에 남겨둔 빛이 참 귀하다.
그 빛이 너무 좋아서, 소중해서- 필름 촬영을 좀 더 자주 한다.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당연히 반영할 수 있지만. 필름 촬영을 하면 빛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언제나 빛을 얻고 이를 누릴 수 없음을 더 실감한다.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난 그렇다. 성능이 썩 좋지 않은 토이 카메라라서 빛의 유익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그 느낌을 최대한 받고, 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내고 싶어서- 필름 촬영을 한다. 카메라마다 특유 느낌도 있다. 다이아나미니는 푸르스름한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 홀가는 빛샘 현상이 심해서 그게 좀 고민스럽다. 테이프로 동여매야 할 듯.
로모그래피 필름을 쓰다가 코닥, 후지필름을 쓰다가 다시 로모그래피 필름을 샀다. 3롤을 한 데 묶은 세트로. 때마침 G마켓에서 쿠폰을 막 쏘길래 할인해서 샀다. 감도는 무조건 400을 쓴다. 짙고 선명한 색감을 얻으려면- 특히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데서도 이를 얻으려면 감도가 높을수록 좋은 듯하다. 오늘도 한 롤을 맡겼는데 처음 가보는 사진관에 맡겼다. 을지로에 있는 곳인데 '망우삼림'이라고. 을지로 3가 역과 가깝다. 광화문에 맡기던 곳이 간발의 차이로 문을 닫아서 여길 검색해서 찾아갔다.
건물 3층에 있는데- 들어서니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영화 '화양연화'가 연상된달까. 필름 현상을 해야 하니 공간 전체 조명이 암실 분위기가 났는데- 소품도 아날로그틱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나는 것들로 채웠다. 테이블도. 우체통 같은 곳에 사람들 이름을 적은 사진 봉투를 가득 꽂은 것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못 보던 필름도 많이 팔았다. 인상 깊었던 건 스캐너 종류를 고를 수 있게 해 줬다는 것. 화질은 다른 데서도 선택하게 해 주지만. 스캐너 선택권도 주는 건 처음이었다. 가격표도 예쁘고.
기본 필름 스캔 가격이 평소 가던 곳보다 저렴했다. 광화문 그곳은 5000원인데 여기는 3000원. 이름을 등록하는 것도 남달랐다. 카톡으로 이름과 연락처를 보내면 그걸 보고 등록한다. 결과물이 나오면 카톡으로 알림을 보내준다고. 다른 데는 주로 메일을 보내주는데- 게다가 FAQ를 카톡에서도 볼 수 있다. 필름 스캔에 걸리는 시간이라든지. 저녁에 맡기면 새벽에 결과물이 나올 텐데 늦은 시각이니 카톡 알림을 꺼놓으라고 권하기도 하고. 서비스는 디지털화됐고, 가게 인테리어는 아날로그스러워서 대비되는 매력이 컸다. 앞으로 자주 갈 듯.
이번 롤은 사실 기대하지 않고 있다. 야외 촬영 모드와 N 모드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 건데- 난 이미 그렇게 설정돼 있는 줄 알았는데 뒤늦게 이게 반대로 설정된 걸 확인했다. 빛이 무지하게 들어왔을 것 같아서 대부분 하얗게 뜨지 않을까. 그래도 혹시나 건지는 게 있을까 싶어서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솔직히 이 모든 게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싶고. 역시 무난하게 찍기에는 35mm가 좋다. 홀가가 중형 카메라인데 필름 스캔 가격도 더 비싸고, 이걸 해주는 사진관도 많지 않다. LP로 음악 듣는 기분이다. 턴테이블로 질 높게 음악을 감상하려면- 결국 좋은 바늘과 앰프가 있어야 한다. LP도 가격이 더 나가고.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색 다양성은 쏘쏘했던 지난 다이아나 미니 롤. 사진=딱정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