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칼로리 폭탄이지만
여행하는 동안 아침은 꼬박 잘 챙겨 먹었다. 호텔 조식이 나오니까. 점심은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었다. 런던을 떠난 뒤에는 매일 기차 타고 이동하느라 시간이 빠듯했다. 그나마 이틀 이상 머무른 런던과 에든버러에서는 점심을 챙겼다. 그러나 리버풀처럼 기차로 4시간 걸려 가야 하는 곳은 도착하면 오후라서 관광하기 바빴다. 여행 내내 주로 아침-저녁을 먹었다. 리버풀에서는 그 저녁마저 무척 늦게 먹었고. 옥스퍼드에서는 늦은 점저를 먹었다.
그러나 이렇게 먹는 데 나름 이유도 있었다. 사실 호텔 조식을 배부르게(?) 먹다 보니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았다. 외사촌 동생은 잘 모르겠지만? 또 현지 조식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스타일로 나와서 대부분 고열량 메뉴였다. 네이버 세계 음식명 백과에 따르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전통 영국식 아침식사.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탄생했다. 달걀프라이, 베이컨, 소시지, 블랙 푸딩(돼지 피를 굳혀 만든 영국식 순대), 버섯, 토마토, 빵 등으로 이뤄졌다. 조식에는 스크램블드 에그, 오버나이트 오트밀, 시리얼, 배이크드 빈, 과일도 있었다.
아침을 먹을 때는 딱히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라는 걸 의식하지 않았다. 별생각 없이 이것저것 집어와서 식빵에 다 올려 먹기도 했다. 마치 쌈 싸 먹듯.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틀리게 먹지는 않은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구성요소를 고르게 안배한 것 같고. 난 이 중에서 버섯이 제일 맛있었다. 내 평생 가장 맛있었던 버섯인 듯. 메뉴를 보면 느끼겠지만 칼로리가 높았다. 빵도 종류가 다양하고 다른 디저트도 있으니. 언뜻 듣기로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한 끼 칼로리가 1000칼로리는 된다고 했다.
그래선지 점심을 안 먹어도 큰 무리 없다 느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침을 더 잘 챙겨 먹으려 하고. 아쉬운 점은(?) 고열량 메뉴를 먹은 덕분에 여행 가서 점심 건너뛰고 바쁘게 다녀도 살은 크게 빠지지 않았다. 아침, 저녁 다 무겁게 먹고 비행기 안에서는 사육당하다시피(?) 반나절 동안 앉아서 먹기만 하니까 살이 더 찌고(기내식 두 번에 간식까지). 마지막 기내식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스타일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 현지식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평가하면. 난 괜찮았다. 느끼할 수 있지만 과일이나 요거트를 안배해서 먹으면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차도 있으니까. 여행 분위기가 더해져서 그런지 도리어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일 수도 있고. 숙소가 런던에서 멀어질수록 더 좋았는데 그만큼 조식 메뉴도 더 나았다. 여행 다녀오면 현지에서 먹던 걸 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여기서도 먹는 메뉴라서 구현하기 쉽지만. 배이크드 빈은 국내 쇼핑몰에서도 파니까. 장 볼 때 식재료를 살까 하다가 말았다. 여행 가서 먹던 건 그때 추억으로만 남겨두는 게 좋을 듯해서.
외사촌 동생은 영국 여행은 일본보다 식도락 재미가 적어서 별로라고 평했다. 영국 음식은 맛없다거나 먹을 게 없다는 평이 많지만. 세계에서 맛있는 음식점은 런던에 많다는 말도 곧잘 들었다. 난 그럭저럭 괜찮았다. 피시 앤 칩스도 좋았고. 거기서 피자나 햄버거를 많이 먹었고 스테이크는 2번 먹었다. 피자나 햄버거, 스테이크는 현지에서 체인이 여러 개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피자 익스프레스, 로케일) 품질 관리를 일관되게 잘하는 듯했다. 피시 앤 칩스는 여기서도 다시 맛보고 싶은 메뉴. 생선 튀김에 포테이토 들어갔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