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ly Yang Mar 12. 2024

달리는 이유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덜 생각하기 위해 집중할 수 다른 것을 찾고 있다. 책을 읽으려 해도 시선이 자주 흩어지고 티브이를 봐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주말은 늘 쏜살같이 지나고 그나마 소파에 누워 2시간이라도 깊게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주변에 인생의 선배들은 어떤 일도 나를 헤치면서까지 할 필요 없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나오면 된다고 조언해 준다. 직장이 필요하긴 하지만 나를 망가지게 하면서까지 지킬만한 것은 아니라고… 작년에 심한 번아웃으로 한 동안 바닥을 헤엄친 나로서는 당연히 직장에 목메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는 게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무슨 일을 해도 쉬운 일은 없고, 그 안에 독사처럼 도사리고 있는 스트레스를 피해 갈 수 없다.


오늘 지난주에 새로 온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팀은 아니고 다른 파트너 팀인데 첫날 같이 미팅하면서 보스에게 당당하게 질문하는 여유로움을 보면서 인상 깊게 생각했었다. 내가 한 주는 어땠냐고 묻자 괜찮았다고, 일은 많지만 할 말하다고 말했다.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그녀에게 나와는 달리 항상 침착해 보인다고 하니까, 전에 다녔던 로펌에서 일이 많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똑똑하기까지 하다.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하고 스스로 건강한 멘탈을 갖기 위해 내가 좋아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도자기나 그림을 배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마라톤이나 운동에 심취한다. 나도 요즘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분만 뛰어도 헥헥거렸는데 요즘은 보통 30분, 어제 처음으로 1시간을 뛰었다. 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흐르는 시계만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욕 때문인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다 괜찮아질 거라는 용기가 생긴다.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감수하며 마라톤을 하는 이유를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반갑게 나를 기다리는 모이에게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2년 같은 2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