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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Dec 26. 2023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와의 관계 전망(2)

국가교육위원회의 2028 대입 의결 발표 이후

지난 2023년 12월 22일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의 2028 대입 개편에 대한 회의 끝에 권고안을 의결하여 발표하였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 내신에 있어서는 기존 교육부의 발표(전 과목 5등급제 상대평가)를 수정하여 사회, 과학의 융합선택 9개 과목에 대해서만 절대평가를 한다. 융합선택과목은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세계', '사회문제탐구', '금융과 경제생활', '윤리문제탐구',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융합과학탐구'를 말한다.
둘째, 수능은 기존 교육부의 발표(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나머지는 상대평가, 탐구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치르며, 국어/수학 역시 통합해서 치른다.)에서 논의대상이었던 심화수학(절대평가)은 도입하지 않는다.
셋째,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수업의 정상화를 위해서 수시-정시 시기 조정 및 통합 방안 논의는 추후 교육부와 협의하여 검토한다.


처음 6월에 발표된 시안은 내신인 경우 고등학교 1학년만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 전 과목 절대평가였다가, 10월에 발표된 보도문에서는 전 학년, 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로 수정안이 담겨있었다. 다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위의 두 차례 내용을 절충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갑자기 어릴 때 봤던(기억은 안 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괴물이 떠올랐다. 그냥 괴물이 아니라 온몸에 이상한 것들이 달라붙어 있는 끔찍한 외모의 괴물- 기존 괴물은 눈, 코, 입이라도 있어서 어느 정도 괴물이라는 범주 안에서 예측가능한 모습이기라도 했다-이 그려졌다.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서로 대립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끼리의 세부 요구사항들을 모두 수용하려고 하다 보니 최초의 정책의 의도에서 벗어나 사항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서 최종 결과물은 그러한 정책들이 비체계적이고 비논리적으로 산발되어 붙어 있는 괴물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기반으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학업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점수를 따기 위해 과목을 선택하고 대학만을 바라보며 학업을 설계하는 상대평가 위주의 내신제도와는 상충된다. 예를 들면 대학 시절에 특정 교수가 A를 남발한다고 하여 전공과 흥미와는 상관없는 과목들을 선택한 경험들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나 역시 영문학과였지만 교양에서 고득점을 위해 '애완동물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즉, 절대평가를 중심으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체제 안에서 고교학점제가 안정화될 수 있는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그 취지를 무색하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혼합시키는, 그것도 9개 융합선택 과목만 절대평가이기에, 최초의 교육부 발표안보다, 그리고 지금의 제도보다도 더 후퇴한 결과물을 덜컥 발표해버렸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교육부의 보도내용(2023. 6)대로 선진국 시스템을 모방하고 싶다면 절대평가 체제로 내신을 평가해야 한다. 기왕이면 수능도 마찬가지이다.(상대평가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랑 일부 아시아 국가 등의 소수다.) 그래서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 즉 자신의 진로 학업 설계에 맞춰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학업적 성취를 위해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킬러문항(이번 24학년도에는 배제되었다고 하나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과 함께 불수능/물수능 문제, 객관식이지만 운에 의해 좌우되는 시험 제도, 반복되는 부정행위, 그리고 부담만 가중되는 시험장 관련 종사자들...... IB 제도까지 도입을 바라지는 않지만 논서술형이 힘들다면 자격고사화 수준의 절대평가 체제로 가서 최소한의 대학입학 요건을 검증하는 도구로 변모해서 수능에 대한 부담을 지워주어야 한다.


이쯤 되면 걱정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변별력 문제이다. 

2028 대입과정은 지금의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제도이다. 현재 2009년생(23년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44만 명 정도이지만 22년생은 25만 명 정도이다. 인서울 대학 정원은 약 10만 명 내외이다. 즉, 인구감소추이를 봤을 때 지금 중학교 2학년부터는(N수생 포함하면 수험생은 늘어나긴 하겠지만) 1/5은 인서울 대학을 가게 될 것이고 그 이후 출생자들은 1/3 정도가 인서울 대학에 가게 될 것이다. 기존의 8-90년대의 관점으로, 내신 비교 경쟁을 통한 대학진학의 관점으로 2028 대입이 적용되는 세대를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치열한 내신 경쟁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변별력문제는 점차 옅어져서 의치한약수 학과 및 최상위 대학권 정도만 남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변별력은 학생의 과목 선택에 따른 성취도, 과목세부능력특기사항(기존의 500자 기록을 700자로 늘리고, 창체 기록을 간단하게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도 좋다.), 그리고 대학별 면접고사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N수생 문제이다.

장기과제로 남겨두었던 수시/정시의 방안 및 시기 통합 논의와 함께 결국 재학생은 내신과 수능 최저 그리고 면접, N수생은 수능+대학별 고사 등으로 이원화하여 모집할 수 있다. 정원에서 N수생 정원을 분리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더 논의해야 하는 방안이긴 하다.


고교학점제 제도는 대입제도를 넘어서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제도이다. 대입제도 안에서 고교학점제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미래사회의 핵심적 능력을 기르기 위한 제도이지, 단순히 대학만을 가기 위한 부가적인 과정으로 치부해서는 지금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결국 고등학교 전까지는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함양한 후 대학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도 학생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선발만 하고, 그들의 내신 및 수능 입시결과(입결)로 자신들의 대학 수준을 평가받기를 원할 것인가? 10년 이내 지방권 대학들은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데도 학생 선발에만 열을 올릴 경우 그 최후는 비극적임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즉, 교육부는 교육 당사자들(학교 교사, 교육청 등)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교육이 정치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정책은 누더기 정책이 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목적, 목표, 취지, 방향, 그리고 한계점을 최대한 수용하고 반영해야 한다. 대입은 욕망의 영역이다. 교육에 정치와 개인들의 욕망이 어우러지지 않도록 교육부는 중심을 잡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2028 대입 의결안에 대한 교육부의 진지한 숙고와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 보자. 한 번 발표하면 최소 10여 년간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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