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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Mar 27. 2024

젤다를 찾아서……

RPG 게임과 인생 part 2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지만 가정형편상 전자게임(당시는 ‘재믹스’라는 가정용 게임기가 국내에 막 시판되었을 때이다.)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1,000원짜리 보드게임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곤 했었다(물론 이 금액도 나의 용돈으로는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대여섯 번 참아야만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새로운 보드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게임들을 사며 전자 게임에 대한 갈증을 나름 보드 게임으로 해소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때  ‘마왕성의 결투’라는 보드 게임이 출시되었는데 여타 무성의한 보드게임들과는 달리, 레벨업, 사건 해결, 보스 전투 등의 나름 체계적인 게임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자 결국 전자 게임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해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뻔하디 뻔한 거짓말로 엄마를 졸라서 현대 패미컴(닌텐도 패밀리의 한국 버전)을 획득하였다(엄마 죄송해요……). 그래도 기쁜 마음에 당시 슈퍼 마리오와 더불어 ‘젤다의 전설’ 타이틀을 구매하였다. 하지만 영어 설명과 함께 높은 게임 난이도로 인해 얼마 못 가서 포기하였고 초등학교 때 샀던 -방구석 어딘가에 예전에 게임했던 모습 그대로 정리되지도 않은 - ‘마왕성의 결투’ 보드게임이나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에 보드 게임판을 펼쳤다. 그 순간 그 평범했던 보드 게임판에서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보물상자, 폭탄 등의 조그마한 아이콘들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혹시?’하는 마음에 어려워서 던져버렸던 ‘젤다의 전설’ 패미컴 전자 게임을  다시 실행해 보았다. 그러자 ‘마왕성의 결투’ 보드게임과 ‘젤다의 전설’ 닌텐도 게임이 실은 하나의 같은 게임임을 알게 되었고 그 보물상자와 폭탄 등은 게이머들을 위한 일종의 공략을 비밀스럽게 표시하였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젤다의 전설] 게임에 한동안 푹 빠져 게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함정을 파헤치고 비밀을 캤으며 공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때의 추억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아스라이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후속 버전이 계속 나왔지만 돈도 없고, 한글판도 아니거나, 게임할 시간도 없다는 되뇜에 ‘젤다’를 잊고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예전에 엄마한테 졸랐던 것처럼 이번엔 와이프를 졸라 또 한 번 소원을 이루는 데 성공하였다. 처음에는 와이프를 속이기 위해(?) ’ 피트니스‘용 게임을 구매하며 운동 효과를 강조하였지만 결국 그 게임 기기는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전설의 올타임 넘버원 게임인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Breath of the Wild)’를 2년 내내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후속작인 ’‘왕국의 눈물(Tears of the Kingdom)’을 플레이하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진짜 심각할 정도의 환각 현상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제주 바다를 보고 있는데 일렁이며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저기엔 리잘포스라는 몬스터가 숨어 있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가만히 놓여 있는 바위 조각을 괜스레 들춰보며 뭔가 아이템이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으니 정말 심각할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도 21년도에 학교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점을 ‘젤다’ 게임을 통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고 이제는 관련 글과 영상을 찾아보며 더욱더 젤다 게임 세계에 빠진 듯하다.


난 왜 이렇게 젤다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다른 게임들도 있어서 시간을 들여 투자해 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젤다의 외침뿐이었다!

‘구해줘……!!‘라고……(실은 젤다 게임이나 하라는 메시지겠지만…….)


일단 높은 자유도의 게임 방식과 메인 퀘스트 이외의 다양한 퍼즐 요소가 들어간 서브 퀘스트들,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서사구조 등이 매력으로 다가왔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인생과 닮은 RPG 게임의 요소들이 매력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한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우리는 결국 부모님의 보살핌과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노력 등이 더해져 성장을 해 나간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어? 이것도 되네? 저것도 해볼까?‘라고 선택의 기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선택적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 인생의 최종 보스는 게임과는 달리 저마다 다르고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여러 개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나의 성장은 주변인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이다.‘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3월이면 학교는 ‘New Start’ 버튼을 누른다. 물론 이전의 게임 ‘세이브’ 파일을 불러와-이전까지의 경험치를 불러와- 새로운 환경 내에서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급이 바뀌고 학년이 바뀌는 것 자체가 ’ 시작‘은 ’ 시작‘이다. 경험치가 ’ 제로‘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희망이 샘솟기도 한다. 높은 자유도의 ’ 젤다‘게임처럼 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모험이 우리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치를 쌓고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야생의 숨결’ 젤다 게임의 오프닝은 반바지 하나 걸친 주인공이 맞닥뜨리게 될 세계의 전모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너의 발길이 닿는 곳이 야생이며 모험이고 선택이며 그것이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훌륭한 게임 구조 안에서 전달한다. 처음부터 ‘젤다’를 구하기 위해 메인 퀘스트를 깨도 되지만 굳이 인생 2회 차 삶도 아닌데 목숨을 쉽게 내놓지 않을 바에는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고 앞으로 어떻게 모험을 할지 생각하며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 그리고 꼭 굳이 젤다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젤다’ 게임이 그러하듯이 우리 인생도 메인 퀘스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서브 퀘스트만으로도 게임이 재미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모험도 주변 퀘스트들만으로도 소소한 재미들이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인생이 될 수 있다.


학교 생활도 그렇지 않을까? 3월부터 전속력으로 ‘학업’이라는 메인 퀘스트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좋은 친구들부터 만나고 선생님과 상담하며 앞으로의 모험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도 좋다. 천천히 나아갔다고 최종 보스에 못 가는 것은 아니니깐. 다만 인생이라는 모험 게임에서도 기억할 것이 하나 있다. 절대 혼자서는 메인 퀘스트를 해결할 수 없다.(물론 초고수는 가능하겠지만……)


이번 젤다 게임 신작인 ‘왕국의 눈물’의 메인 테마라고 생각하는 젤다의 대사가 있다.

‘링크(주인공 이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렇다. 적들을 혼자서 무찔러도 되지만 이번만큼은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고 서로 협동하면 더 손쉽게 퀘스트들을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기억하자.

‘You are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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