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빙’을 보고
부모에게서 남다른 능력을 물려받았지만 그 힘의 의미를 모른 채, 그리고 그 능력이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고 그저 영문도 모른 채 숨겨서 살아야만 했던 아이들이 있다.
어느 날, '희수'는 '봉석'이네 집에서 서로의 능력에 대해 둘 만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봉석이 엄마는 그 말을 몰래 듣고는 안심과 미안함의 미소를 짓는다.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라는 안심과 엄마로서 아들에게 해주었어야 하는 말을 대신해주고 있는 그 친구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공존하는 듯하다.)
어느 날, 체육 실기를 준비하다가 위기에 처할 뻔한 ‘희수’를 구하고자 '반장'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버리고 만다. 하지만 봉석은 오히려 그 상황에서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의 굴레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그런 봉석을 본 엄마는 걱정과 함께 엄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아들을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봉석은 이젠 엄마의 그런 잔소리와 걱정이 지겹다며, 자신의 복종적인 성격,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이 모두 싫고 아무것도 도전 못하고 순종만 하는 자신의 인생이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이라며 자신도 이제는 날고 싶다고 소리친다.
이러한 드라마 속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적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과잉보호
자녀에 대한 믿음보다는 엄마만 믿으라는 과잉보호!!!
이 험난한 사회(드라마에서는 능력자들을 제거하려는 세력으로 상징될 수 있다)에서 자식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아이들이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고 그저 평범한 길을 가기만을 바라는 이 땅의 부모님들의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저 튼튼하게 밥 잘 먹고(봉석), 남들처럼 평범하게(?) 인서울 대학 가기를 바랄 뿐이며(희수) 학교 교칙을 잘 지키고 성실하게 자율학습을 하며 제깍제깍 집에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다.(반장)
그러나 이제 아이들은 부모들 세대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 속 부모들도 제각기의 능력을 갖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 자신들이 살던 시대는 정말 힘들었던 시대이기에 자식들만큼은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두 달 전에 진로진학 컨설팅을 했다. 고등학생 1학년 남학생이랑 어머니가 같이 왔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들은 공부를 위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심지어 한국사까지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아들의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당연하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공부에 지친 나머지 학교에서는 잠만 잔다고 하였다. 결국 물어보았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학원을 안 다닌다면 제일 먼저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니?'
'......'
'춤을 배우고 싶어요......!'
그 발언에 엄마는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그렇다면 서로 거래해 보자고 그 모자를 설득했다. 겨울방학 전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해 보고 지금보다 성적이 오르면 겨울방학에 댄스스쿨을 다니는 걸로 하자고 했다. 단, 학원은 지금의 6개에서 3개로 줄이자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중요한 건 그 학생이 하고 싶다는 것을 엄마도 모르는 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춤은 엄마들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취미이자 진로였다는 것이며, 어쩌면 그 춤이 그 학생에게는 또 다른 날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들도 예전에는 자신만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