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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Sep 04. 2023

하늘을 달리다!

영화 ‘무빙’을 보고

각기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서 남다른 능력을 물려받았지만 그 힘의 의미를 모른 채, 그리고 그 능력이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고 그저 영문도 모른 채 숨겨서 살아야만 했던 아이들이 있다.


'봉석'은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엄마에 의해 '비상'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날지 못하도록 살을 찌우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지내야 한다.


'희수'는 신체 재생능력을 바탕으로 체육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학교에서 일진 패거리들과 전설의 17:1 싸움을 한 학폭가해자로 낙인찍혀 전학 와서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시는 아빠를 위해서라도 조용히 대학입시만을 생각해야 한다.

'반장'은 학급의 질서를 위해 선생님의 명령과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는 모범 학생이지만 대신 친구가 없다. 그저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기는 아빠만을 바라볼 뿐이다.


어느 날, '희수'는 '봉석'이네 집에서 서로의 능력에 대해 둘 만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희수는 "우린 괴물이 아니고 남들과 그저 다를 뿐, 이상한 것이 아니야" 라며 봉석이의 소심함과 이상한 능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봉석이 엄마는 그 말을 몰래 듣고는 안심과 미안함의 미소를 짓는다.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라는 안심과 엄마로서 아들에게 해주었어야 하는 말을 대신해주고 있는 그 친구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공존하는 듯하다.)


어느 날, 체육 실기를 준비하다가 위기에 처할 뻔한 ‘희수’를 구하고자 '반장'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버리고 만다. 하지만 봉석은 오히려 그 상황에서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의 굴레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결국 봉석은 엄마가 만든 봉인을 해제하고 진짜로 날아오르고자 노력한다.


그런 봉석을 본 엄마는 걱정과 함께 엄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아들을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봉석은 이젠 엄마의 그런 잔소리와 걱정이 지겹다며, 자신의 복종적인 성격,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이 모두 싫고 아무것도 도전 못하고 순종만 하는 자신의 인생이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이라며 자신도 이제는 날고 싶다고 소리친다.


이러한 드라마 속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적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과잉보호
자녀에 대한 믿음보다는 엄마만 믿으라는 과잉보호!!!


이 험난한 사회(드라마에서는 능력자들을 제거하려는 세력으로 상징될 수 있다)에서 자식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아이들이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고 그저 평범한 길을 가기만을 바라는 이 땅의 부모님들의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저 튼튼하게 밥 잘 먹고(봉석), 남들처럼 평범하게(?) 인서울 대학 가기를 바랄 뿐이며(희수) 학교 교칙을 잘 지키고 성실하게 자율학습을 하며 제깍제깍 집에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다.(반장)


그러나 이제 아이들은 부모들 세대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 속 부모들도 제각기의 능력을 갖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 자신들이 살던 시대는 정말 힘들었던 시대이기에 자식들만큼은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하고 싶어 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을 펼치고 싶어 한다. 인서울로 점철된 입시, 정형화된 직업세계, 결혼과 함께 이룰 수 있는 안정적인 가정이 전부인 부모들의 세계가 아닌 저마다의 생각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요즘 자식들은 만끽하고 싶어 한다.

두 달 전에 진로진학 컨설팅을 했다. 고등학생 1학년 남학생이랑 어머니가 같이 왔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들은 공부를 위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심지어 한국사까지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아들의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당연하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공부에 지친 나머지 학교에서는 잠만 잔다고 하였다. 결국 물어보았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학원을 안 다닌다면 제일 먼저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니?'
'......'
'춤을 배우고 싶어요......!'
그 발언에 엄마는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그렇다면 서로 거래해 보자고 그 모자를 설득했다. 겨울방학 전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해 보고 지금보다 성적이 오르면 겨울방학에 댄스스쿨을 다니는 걸로 하자고 했다. 단, 학원은 지금의 6개에서 3개로 줄이자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중요한 건 그 학생이 하고 싶다는 것을 엄마도 모르는 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춤은 엄마들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취미이자 진로였다는 것이며, 어쩌면 그 춤이 그 학생에게는 또 다른 날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자식들을 놔주어야 할 때이다.

자식들을 믿고 그들이 스스로 날개를 펼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자. 저마다의 발달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자. 누군가가 먼저 날았다고 조바심 갖지 말고 엄마의 손에서 벗어나 스스로 날갯짓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따듯한 조언과 격려만 해주자. 행여나 이카루스처럼 태양 가까이까지 날아가 두 날개가 녹아버릴까 걱정은 하겠지만 태양까지 날아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도와주자.

그 길이 비록 부모들의 세상에는 없던 길이라 할지라도.


우리 부모들도 예전에는 자신만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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