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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만다 Feb 26. 2024

커피 대신 술을 팔던 스타벅스

카쓰(카페인 쓰레기)가 끄적이는 커피 이야기 #1.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커피 맛을 신맛과 쓴맛으로만 느낄 수 있는 걸까?'


반년 넘게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러 여러 카페를 매일같이 쏘다녔는데도 커피를 마시면 '시다' 또는 '쓰다'밖에 감별해내지 못하는 내 혀가 야속했다. 남들은 커피에서 꽃향, 꿀향, 견과류 향에, 맛도 시트러스부터 고구마와 단맛까지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내 무딘 혀에 아주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만도 했다.


그러다 보잘것없는 내 혀라도 커피에 대해 좀 더 알고 나면 느낄 수 있는 맛이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상상을 하게 됐다. 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디서부터 커피를 공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무작정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갔다. 그리고 집어 든 책 한 권, 바로 <올리의 커피 교실>이다.


<올리의 커피 교실> 표지


작가 자신을 귀여운 올빼미 캐릭터로 표현한 이 책은 커피콩의 종류와 로스팅 방법 등 커피에 대한 기초 상식부터 커피를 마시는 여러 방법과 각 나라의 커피 문화까지 소개해주고 있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전문가는 아니라고 공표한 것에 걸맞게 책의 내용은 커피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어렵지 않았다. '신맛'과 '쓴맛'만 느끼는 내게 필요한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쉽게 읽히는 여러 내용 중 내 뇌리에 콕 박힌 문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문구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구를 보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이거 아디다스 광고 문구잖아'라고 바로 외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이 문구는 아디다스의 캐치 프레이즈다. 작가는 이 캐치 프레이즈가 아디다스보다 스타벅스에 어울리는 문구라면서 스타벅스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책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는데, 그중 한 이야기가 내겐 아주 놀라웠다. 바로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술을 판 적이 있었다는 사실.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술을 판 적이 있었다니, 커피와 차만을 주력으로 하는 지금의 스타벅스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스타벅스에서 2010년에 시작했던 '이브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타벅스 북미 일부 매장에서 저녁 시간에 맥주와 와인, 그리고 안주를 팔았다고 한다.


점차 확장할 예정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낮에 판매하는 커피의 카운터 서비스와 저녁에 판매하는 술의 테이블 서비스 방식의 차이 등의 문제로 2017년 1월 종료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커피는 카운터 안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고 손님은 카운터 밖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다가 받아가는 시스템인데, 술은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주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이 부분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보드카 바나 칵테일 바처럼 운영할 수는 없었나 싶지만, 어쨌든 낮에 활용하던 테이블을 사용한다면 서버가 술을 테이블까지 배달(?)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술을 팔던 스타벅스에 대한 책의 설명 (좌)과 구글에서 찾아본 스타벅스가 술 판매를 그만둔 이유 (우)


2010년대 초중반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스타벅스가 이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잘 될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해 보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카운터와 테이블 서비스 방식의 차이도 문제거니와, 맥주, 와인, 칵테일, 그리고 위스키까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하고 유니크한 스타일의 가게나 펍, 바 등이 많이 생겼으니 말이다. 굳이 술을 마시러 스타벅스를 찾을까? 싶고. 가격 경쟁력이 크게 있거나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만의 아주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스타벅스 로고가 프린트된 앞치마를 두른 바리스타가 칵테일을 제조하고 와인을 따르는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구글 이미지
구글 이미지


스페셜티 커피가 많아지고 또 고객들의 수준도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스타벅스 커피는 맛이 없다', '탄 맛만 난다'등 스타벅스의 명성을 위협하는 말들이 요즘 들어 많이 들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카피 문구가 스타벅스에 더욱 어울린다는 작가의 말에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올리의 커피 교실> 속 이미지


- 2편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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