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회 속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괜스레 서두를 필요도 없고 조금 늦장 부려도 뭐라 할 사람 없다. 그렇게 퇴사 후 마주한 첫 일요일에 느지막이 일어나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속초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완벽한 날들’이라는 작은 책방이다. 서점 겸 카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완벽한날들은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굿즈가 돋보였던 책방이다.
책방은 나에게 작은 동네 마트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공간 내 행동 반경이 좁은 동네 마트에 우연히 들렀다가 신선한 재철 식재료를 발견하고 사 오듯이, 작은 책방에 가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방식과 통일된 규격으로 맞춰진 넓은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경험의 방식과 개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동네 작은 마트나 재래 시장에서 장보는 경험은 분명 다르다. 이것은 대형서점과 작은 책방에도 똑같이 대입이 가능하다.
정형화된 방식으로 책을 분류하는 대형서점과 비교하여, 주인의 개성과 특색에 따라 다르게 담겨 있는 작은 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 경험은 조금 더 특별하지 않을까. 특히 책방 주인의 세계관이나 취향이 반영된 소규모 책방일수록 새롭게 세상을 알아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더 크다.
완벽한날들에서 새롭게 발견한 책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전국의 독서 공동체 24곳을 발로 찾아다니며 기록한 『같이 읽고 함께 살다』다. 장은수 대표가 글을 짓고, 도서출판 ‘그물코’가 펴낸 책이다.
커뮤니티 공간에서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완벽한날들처럼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작은 책방이 2018년 기준으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30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2015년에 약 70개였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작은 책방의 증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현대 사회에서 작은 책방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만나 관계 맺는 것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사회는 촘촘히 연결된 그물처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어진 관계망이 지배하고 있다. 혼자 존재하고 있어도 스마트폰 안의 소셜미디어와 접속이 통하는 순간, 혼자는 함께로 변한다. 혼자라고 생각하고 떠났던 속초 여행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지역에서 찾은 로컬 식당의 음식과 여행지를 사진으로 기록하여 자연스럽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공유하는 나를 발견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에 가깝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일상을 기록하는 편리한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개인은 혼자 존재하지 않고, 사회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연결과 상생의 편리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장은수 대표는 ‘초연결 사회’라고 표현했다. 디지털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에서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책 속에는 경험, 지식, 철학 등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가치들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커뮤니티 공간에서 함께 대화하고 교류하는 매개체로 책은 상징성이 크다. 책을 매개로 함께 대화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알아 가는 것. 우리가 책을 같이 읽고 커뮤니티 공간에 함께 모여 대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