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즈허브 Apr 10. 2021

꽃을 든 남자

오늘 아들 학원은 차를 놓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몇 번 다니다 보니 버스에 나란히 앉아  아들과 손을 잡고 있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고 아들과 더 친해지는 듯해서 최근에는 버스를 타고 있다. 


학원 다녀와서 복습하는 건 싫은 내색을  팍팍 내면서  학원 가는 건 어찌 그리 신나 하는지 

도통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스트리트 댄스

나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름의 춤사위를 펼치며 버스를 기다리는 아들. 넌 누구냐?

며칠 전에 학교에 하교시키러 갔다가 날이 좋아서  한강에 산책을 갈까 싶어서 아들에게 의향을 여쭈어 보았다가 배고프다는 말 한마디에 까였던 터라,  오늘은 수업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나 : "아들, 날씨도 좋은데 집까지 걸어갈까?" 

아들 : "음... "

나 : (또 까였구나 ㅠㅠ) 

아들 : (선심 쓰듯)  "그러지 뭐"  하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집까지 걸어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는데  어느 순간 내 옆에 와서 손을 잡고 같이 걷기 시작한다. 

아들의 손이 참 따뜻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걷다가  지하도를 건너야 하는데 

입구에서부터 꽃 내음이 나기 시작한다. 살짝 내려다봤더니 꽃집들이 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아들에게 또 물어보았다. 

"아들, 꽃구경하고 갈까?"  

이번에는 흔쾌히  대답한다 "응"  

사실 꽃구경이랄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길에 휘휘 둘러 보이는 게 다이지만  

봄이라 그런지 꽃이 참 좋아 보였다.  

그러다  예의상 아들에게 

"꽃 사줄까? 하고 물어보았다.  물론 아니라는 대답을 예상하면서 

그런데 의외로  사달라고 하길래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았더니 

"꽃 키워 보고 싶어요"라고 해서  

꽃집 사장님께 키우기 쉬운 꽃으로 추천받아서 샀다.

꽃 이름은 '노블'

꽃을 든 남자

꽃 사줄까라는 물음에  에이  남자가  라던지,  꽃 뭐하려고 등등의 남자아이의 마초적 허세가 다분한 

대답을 하지 않은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지금 같은 감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커 주길 바란다. 



#꽃놀이 #꽃을든남자 #부자유친 #봄꽃 #노블 #감성 #육아 #꽃화분 #꽃



작가의 이전글 학부모된 게실감 난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