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어린이 날이 있고, 그리고 나의 소중한 아들의 생일도 있다.
아들이 5세 때부터인가 생일이 되면 편지를 썼다. 그 시작은 아들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시켜서였지만
그다음 해부터는 자발적으로 쓰고 있는 듯하다.
물론 작년까지도 글자를 잘 몰라서 엄마가 읽어 주었고, 그래서인지 반응은 그냥 그랬다.
올해는 학교도 가고 해서 내심 다른 반응을 기대하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쓰면서 제일 걱정은 내용이라기보다 그 내용의 Tone & Manner이다.
나는 아들이 더 어렸을 때도 흔히 애기들 대하듯이 얘기하지 않았고, 최대한 학생 혹은 어른에게 얘기하듯이 했었는데 그 톤으로 편지를 쓰면 이해를 못할까 봐 단어 선택은 최대한 아이 눈높이에서 하도록 노력했다.
새벽에 출근하면서 책상 위에 놓고 나왔는데 읽지 않고 학교를 갔다 왔길래 안 읽었네? 나중에 읽어 봐
하고 생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니, 편지를 챙기더니 안방으로 사라졌다.
그러고 얼 마으 시간이 지났을 따 와이프가 아들에게 "너 왜 울어?" "아빠가 편지에서 뭐라 했어?"라는
말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아들이 편지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블로그, 브런치에 쓰고 나서 받았던 그 어떤 반응보다 울컥하는 느낌이 있어 아들을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부끄럽지만 편지의 전문을 남겨 본다.
아들의 이름은 익명처리 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아빠 보물 강 oo에게
5월, 아름다운 장미와 함께 oo이가 엄마, 아빠에게 온 후 일곱 번째 맞이하는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늘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아빠는 아들에게 늘 고맙단다.
마스크 쓰고 힘들 텐데 학교도 잘 가고, 피아노, 태권도, 영어 배우는 것도 재밌어해서 그것도 고맙구나.
아! 빨간 띠로 승급한 것 다시 한번 축하해. 책도 열심히 읽고 게임, TV 보는 시간 약속도 잘 지키고 가끔 아빠 위로도 해주는 너를 보면 아빠가 8살이었을 때보다 훨씬 멋진 형아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아빠는 아들이 무척 자랑스럽단다.
아빠, 엄마가 더 많이 같이 놀아주고 싶지만 가끔은 그럴 수가 없어 미안하게 생각해. 그리고 그럼점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 고마워.
사랑하는 아들! 아빠가 가끔 너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말을 해도 화내지 않고 다음에 아빠에게 써먹는 너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잘 크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빠가 너무 걱정이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아빠가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너에게 잔소리가 심해지는 것 같아 반성도 한단다.
그리고 그러지 않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할게.
oo아, 아빠는 너와 같이 하는 모든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한데, 가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이유로 oo이가 볼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빠가 다시 한번 말해줄게.
아빠는 아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단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로, 형아로 잘 커주기를 아빠 엄마가 늘 기도할게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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